0. 아버지도 올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때 알았는데 나이가 많으면 수면 내시경을 아예 안 해주는 병원도 있다.
다행이라면 아버지가 수면 내시경을 안한다고 했던 거.
아버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예약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아버지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카페에서 책 읽으며 기다리면 되려니 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이런저런 소동과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아버지를 이고 지고 메고 끌고(...) 다녀야 했다.;;
건강검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여기서 눈 검사, 저기서 피검사, 등등 해서 이동을 해야 하잖아.
우라빠는 본인이 어디를 가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그냥 여기서 왼쪽, 오른쪽 해도, 왜 왼쪽으로 가라는 건지, 어째서 오른쪽인지 이해해야 한다.
나 : 아빠 저기 팻말 보여? 7번 검사실 오른쪽이라고 화살표.
아빠 : 어디?
나 : 저기, 저기 벽을 봐.
아빠 : 아...
이걸 매번 하다 결국 지친 나. ...
나 : (아빠 등을 밀며) 아빠, 제발 딸을 믿고 움직여! 오른쪽 맞아! 제발 가자! 우리 여기서 안 살 거야. 우리 언젠가 집에 가야 해!
... 지켜보던 직원들 고개 숙이고 웃참;;;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엉엉-
마지막에 의사랑 상담하는데, 의사가 아버지 이전 국가 검진 기록이 없다고 했다.
........ 허어어얼;;;; 그간 안했어;;;;;;;
이 일기를 쓰다 보니 생각난다. 아버지 몇 년 전 암수술 받았을 때, 내가 물어봤었다. 건강검진 안했느냐고. 안했다고. ......
의외로(?) 안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암튼 진작 챙기지 못한 나 자신에게 자책을 느끼고. ㅠ
그간 검진도 안 받고, 술 드시고, 담배도 피우셨는데, 물론 대장암 수술을 받긴 했지만 재발없이 잘 끝났고...
하늘이 도우셨다, 우라빠. ㅠㅠ
담배는 끊으심. 술은 간간이 즐기심.
1. 이제 아버지 병원을 모시고 다녀야 하는고나.
아주 오랫동안 어머니의 병원 일정이 내 삶을 지배한 적이 있었다.
이제 아버지 병원을 모시고 다녀야 하는구나, 그 시간이 다시 시작되는구나, 싶어서 조금 막막한 기분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아버지가 나와 얼마나 함께 계실까, 라는 생각이 더 컸다.
아버지, 건강하세여.
2. 아부지가 수제비 자시고 싶다고 해서 또 간 삼청동 수제비.
이번에는 내가 이름을 확실히 기억해서 한 번에 갔지!
언제 가든 줄 서야 하는 곳.

느아도 하나에 꽂히면 주구장창 그것만 먹는데 부전여전이랄지 아버지도 그렇다.
나는 6~7개월째 거의 매일 하루에 한 끼는 카레를 먹고 있고
아버지는 몹시도 오래도록 주 몇 회는 짜장면을 드신다. 껄껄-
그래서 우리 부녀가 만나면 먹는 메뉴는 다양하지 않다. 크크-
손바닥만한 종이에 그리다 16절지 크기에 그리자니 펜으로 꼼꼼히 그릴 생각만으로도 막막해져서
그리고 구도가 같은데 도구까지 같으면 그리는 즐거움이 없어서 이쑤시개와 먹으로 그림. 먹 따르다 튀었다. 크아앙-
먹과 이쑤시개로 그리는 거 꽤 재밌다.
3. 카페 진선에서 차와 쿠키를 시키고 잠깐 쉬었다.

4. 지하철 역까지 가는 동안 아버지가 두 번이나 쉬어야 했다.
허리 통증이 느껴지만 딱딱한 곳에 잠깐 앉아 있어야 하는데 길에 앉을 곳이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였다.
나 : 저기까지만 가자. 앉을 곳이 있을 거야.
힘겹게 걸은 아버지. 의자에 앉더니...
아버지 : 저기 보호수가 있어. 이름이 비술나무가 맞는지 확인하고 와.
나 : ............................................... 굳이?;;;
아버지는 자신의 기억력이 여전함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 그 마음 이해한다.
그러나 나도 힘들었다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다녀옴. 비술나무 맞았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고, 성내지 아니하는 거래. ㅠ

나 : 아빠, 택시 타고 집까지 가자. 이대로 못 가.
아부지 : 아냐, 걸을 거야.
나 : 못 걷는다니까?
아무리 봐도 힘들어서 쟈철 타고 가는 거 무리인데 걷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버지를 힘겹게 설득.
지금 보니까 쟈철에서 자리 없으면 곤란해질 각이구만.
못 걷게 될까 두려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하아, 아부지... 이제 택시 타는 거 적응해야 해. ㅠㅠ
아버지 : 집 근처 지하철 역까지만 택시 갔다가 걸어갈 거야. 300미터는 걸어야지.
나는 집 앞까지 타자고 했지만, 아부지는 집 근처 역까지만 타겠다고 우김.
그래도 택시 타겠다는 게 어댜. 거기서 타협.
집에 가다 엉뚱한 지하철 출구에서 내리게 되면, 집에 가는 길을 잘 몰라 걱정하는 아버지.
기사님에게 **건물 아는지 물음. 당황하는 기사님.
나 : 아빠, 아빠 집 가는 출구까지는 내가 데려다 줄 거야.
이 말을 세 번 함. 크아아아아아앙-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오래 참고, 온유하고, 성내지 아니하는 거라고. ....
택시에서 내림. 네이버 지도에서 아빠 집 가는 출구 번호 찾으니 바로 건너편임.
나 : 아빠 길만 건너면 바로 아빠 집 가는 출구야.
손가락으로 아무리 가리켜도, 아버지는 엉뚱한 곳만 보고 있...............
아부지 몸을 잡고 돌림.
나 : 내가 가리키는 곳을 봐야지!
그제야 보는 아부지.
아, 어릴 때 생각난다. 어머니가 "손가락 말고 내가 가리키는 곳을 봐!" 했었는데... ㅋㅋㅋㅋㅋ
나도 엄마가 저기 있어, 라고 할 때 늘 엉뚱한 데 보고 그랬다. ㅋㅋ
5. 집에 오는 길에 사전투표.
아부지 집 가는 길 찾으려고 지도 켰더니 사전투표 장소가 뜨더라고.
집순이라 외출 힘들기 땀시, 외출했을 때 볼일을 다 처리하는 게 좋다.
마침 잘됐다, 하고 사전투표까지 완료하고 귀가.
어마마마는 병원이 잦아서 힘들었다. 그래도 병원 안에서는 내가 가자는 대로 잘 따라옴.
아바마마는 병원이 잦지는 않은데 같이 있을 때 손이 너무 많이 감. 딸 믿고 좀 따라오면 안 되는 거. ㅋㅋㅋ
내가 우라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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