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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치5

[아버지와 공주, 봄] #3. 자식은 언젠가 부모의 보호자가 된다. 1. 택시를 타고 금강교를 건너 미르섬으로 갔다. 미르섬은 산책로로 꾸며진 곳이었다.  오래 전에 아들이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는 것에서 끝나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때 그 소설을 이해하지 못했다. 뒷모습이 뭐라고 이렇게 비장하게 서술하지?그때 나는 어렸고, 아버지는 젊었다.어느 날 아버지의 뒷모습을 봤을 때의 낯섦과 당혹감을 기억한다. 낯섦은 실제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볼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고, 당혹감은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세월이, 늙었음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걸을 때는 보조를 맞춰야 한다. 나란히 걸으려고 하면 앞서게 된다. 반 발 뒤에서 걷는다는 느낌으로 걸어야 나란히 걷게 된다. 그래서 아이와 걸을 때 아이를 내려다보며 걸음 속도를 조절하듯, 수시로 아버지의 발을.. 2024. 9. 3.
스케치북을 다 썼다 - 190803 / 240214 18년 12월 28일에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한묵전시회를 보고, 기념품 가게에서 샀다. 19년 8월 3일 7월에 다녀온 담양 여행기를 사진 보고 그리기 시작해서 여행 다닐 때 간간이 가지고 다니며, 혹은 집에서 사진 보며 그리다 24년 2월 14일에 다 썼다. 산 해로부터는 햇수로 따져서 6년, 첫 그림 그린 날부터는 5년 걸림. ...;;;; 교보에서 쓸 수 있는 기프티카드가 생겨서 문구 구경갔다가, 세수하러 간 토끼가 물만 먹고 오듯, 눈요기만 하다 왔다. 집에 사놓고 포장도 안 쓴 스케치북이 있는데 뭘 또 사? ... 언제 다 쓰려고? ...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크아앙- 이 달에 여행을 갈 생각인데 거기에 어떤 스케치북을 가지고 갈지 모르겠다. 어떤 건 너무 작고, 어떤 건 너무 크고, 어떤.. 2024. 2. 17.
[가을 수원 3회차] #2. 미디어 아트쇼, 시우 양꼬치, 수원 성곽길, 호텔 도노 1790 1. 플라잉에서 내려 밥 먹으러 가는데 어떤 분이 재밌는지 물었다. 약 10분에 2만원이다. 고민될 만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는 알 수 없는 일. 백문이 불여일견. 지난 6월에 수원에서 융건릉에 갈 때, 택기 기사님이 "거기 별로 볼 거 없는데?" 했었다. '왜 굳이 거길 택시까지 타고 가?' 라는 의문이 담긴 말이었는데, 곧, "자기가 보고 싶으면 봐야지." 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같은 풍경을 봐도 사람마다 감상은 다르기 마련이니까. 좋은지 좋지 않은지는 직접 경험해봐야 아는 법. 나는 융건릉의 우뚝 솟은 소나무 아래를 걸으며 황홀했었다. 2. 미디어 아트쇼 여행 기간과 미디어아트쇼가 운 좋게 겹쳤다. 둘 다 깜빡하고 있다가 가는 길에 보았다. 다행이다. 집에 간 뒤 생각났으면 두고 .. 2023. 11. 10.
[가을 수원 3회차] #1. 동장대, 열기구 1. 지난 6월에 함께 수원에 갔다가 반한 ㅈㅁ이 또 가자고 했다. ㅈㅁ은 그때 1박만 하고 갔지만, 나는 3박 4일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은 간혹 말한다. "수원은 당일치기면 되는 곳 아냐? 먼 2박이나 해? 수원 다녀오는 게 여행임?" 여행 맞거든여? 집 밖에서 자면 여행이지, 게다가 수원도 멀다고요! 지하철과 버스를 둘 다 이용해야 하고, 지하철도 최소 한 번은 갈아타야 한다. 게다가 수원에 볼거리, 놀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산이 7할인 우리나라에서 극히 드물게 탁 트인 평야에 성곽길 있지, 광교 저수지, 신내 호수 등등 호수 있지, 의왕으로 가면 레일 바이크, 스카이 레일 등 탈거리 있지, 행리단길 맛집 수두룩하지, 쟈철과 버스로 가니 교통비도 싸지, 기차/고속버스 예약할 필요도 없으.. 2023.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