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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6

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를 읽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잘 알려진 향수를 비롯해 쥐스킨트의 책을 모두 샀었다. 그게 96년도구나. 그때는 책을 산 뒤 포스트잇으로 산 날, 산 곳, 읽은 날을 적지 않던 때. 머나먼 옛날, 지나간 내 청춘이고나. 이 작가를 열광하며 좋아했는데도, 이 작품집 또한 멋진 단편으로 기억하는 데도, 나는 이 책을 딱 두 번 읽었다. 산 직후, 그리고 최근. 이 작품집에는 단편 3편, 에세이 1편이 실려 있다. '깊이에의 강요' '승부'는 기억 나지만, 세 번째 단편인 '장인 뮈사르의 유언'과 에세이 '...... 그리고 하나의 고찰'은 전혀 기억이 안났다. 심지어 에세이가 수록되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에 없었다. 역설적으로 에세이 '...... 그리고 하나의 고찰'은 그토록.. 2024. 3. 6.
김영숙의 갈채 김영숙의 갈채는 고딩 시절 날 열광하게 만들었었다. 완결이 난 뒤에 본지라 한꺼번에 빌려봤는데, 한동안 갈채 이야기만 했을 정도였다. 만화 대여점 시대가 저물고, 옥션에서 이 시절 만화들 경매할 때 통장 엄청 털어 사모았었다. 갈채도 그때 구입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사고 나서는 다시 읽었을까? 소유하는데 만족하지는 않았을까? 심지어 갈채 1부는 진짜 초판, 만화 대여점을 아는 이들은 기억할 빨간색 초판까지 가지고 있었다. 두 질을 다 가지고 있을 건 없다, 는 결심하에 1~2년 전 만화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리고 이 갈채 연작과도 곧 작별할 예정이다. 마지막 갈채 4권이 없다. 처음 구입했을 때부터 없었을까, 이사 과정에서 분실한 걸까? 그조차 기억이 안난다. 덧없는 소유욕을 증명하는 것 같다. 어린.. 2023. 11. 26.
[에세이]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SF 작가 최의택이 쓴 에세이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을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픈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막상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사람은 모두 같으면서 다르다."라는 말이었다. 일단 너무나도 공감가는 어, 이거 완전 내 이야기인데? 싶은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소설이든, 에세이든, 등장인물이든 글을 쓴 화자이든 나와 같으면서 다른 존재임은 너무나도 당연한데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나와 다른 세계에서 같거나 다른 경험/선택을 하는 사람을 간접 체험하는 건데 왜 나는 굳이 이 책을 집으며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저자가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아서 평생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2023. 11. 12.
[순정만화] 원수연 단편집 바나나 1~4 바나나 1~4. 원수연 단편 모음집이다. 몇 달 전 알라딘 중고서점을 통해서 구입했다. 아마도 90년대 잡지를 통해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은 게 아닌가 싶다. 본 만화도, 보지 못한 만화도 있었다. 1~4권 다 2002년 출간작이다. 무려 20살 된 책임. 그에 견주면 책 상태는 아주 깨끗한 편이었다. 아마도 원수연을 좋아했던 분이 고심 끝에 내놓으셨거나 어딘가에서 고이 꽂혀만 있었거나,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원수연은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사실 여부는 모른다. 감각적인 그림체가 어딘지 모르게 패션 디자이너의 드로잉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었다. 다시 보면서 90년대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응답하라 시리즈 중 응답하라 1988에 가장 공감한 세대다. *쿨럭* PC통신 하이텔, 영퀴방(스.. 2022.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