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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베트남/하노이/닌빈] #1. 하노이 도착 - 24.06.27.

by 운가연 2024. 11. 19.

1. 옛날 옛날 먼 옛날, 어쩌면 한 10년 혹은 그 이상일 지도 모르는 어느 날, ㄴㄹ, ㅈㅁ과 같이 태국 배낭 여행을 가기로 했더랬다.

 

그러다 내가 일이 생겨 못 가게 됨. ㅠ

세월이 흘러, ㅈㅁ과 둘이 베트남 여행을 가기로 했다. 가즈아하하하하하하하-

 

베트남을 고른 이유는, 싸고, 가깝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든 조심은 해야 하지만, 밤문화가 발전해 밤에 돌아다녀도 사람이 많고 치안이 좋은 편.

 

4박 6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수많은 고민 끝에 하노이 1박, 닌빈 2박, 하노이 1박 후 귀국, 으로 결정되었다.

ㅈㅁ이 비행기표와 하노이 숙소를 맡고, 내가 닌빈 숙박과 투어 예약을 맡았다.

대충 하는 나와 달리 ㅈㅁ은 유튜브를 찾아보며 비행기표를 싸게 예약하는 법을 찾아봄. 수요일 새벽 5시인가가 - 몹시 부정확한 기억 - 비행기표가 제일 싸다나 뭐라나. 헤에...

 

출발은 대략 8~9시 비행기였다. 나는 아마 마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마감을 때리고 하루 온종일 집청소를 했다. ㄱㅇ이 애들 밥 주러 오기로 했는데, 너무 개판인 채로 가긴 좀 그렇잖아. 낵아 청소한다는 말에 ㅈㅁ은 미묘한 침묵을 했다. ㅈㅁ도 종종 울집에 애들 밥 주러 와줌.

 

나 : 너 오기 전에도 했어.

ㅈㅁ : 뭬라?

나 : ... 그게 한 거야. .......

 

내 최선을 다한 청소는, 깔끔하게 사는 사람 기준으로는 "이 정도는 뭐, 청소 한 번 하면 되겠네." 라고 말할 수준이라. 깔깔-

 

집에서 대략 새벽 5시 경에 나가야 했다. 지난 번 일본 갈때 입국/출국 수속 시간이 겁내 길었더랬다. 늦게 가면 출국 수속 밟다가 비행기 놓칠 수 있다. ... 오랜 칭구 ㄹㅁ가 실제 놓친 적이 있다고 했다.

ㅈㅁ은 면세점에서 미리 물건도 샀고, 출국하는 길에 받아야 하는 지라 여유있게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어째서 출국할 때 받아야 하지? 입국할 때 받으면 안 되냥. ... <- 면세점에서 물건 사 본 적 없는 인간.;;;;;

 

2. 인생 첫 해외여행인 ㅈㅁ은 짐을 어떻게 쌀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내가 4박 6일이니까 짐 간단하게 꾸려서, 보내는 짐으로 하지 말고 가지고 타자고 한 것. 10kg을 넘기지 말아야 하는 게 관건이었다. 끝없이 필요한 짐과 버릴 짐 사이에서 헤매는 ㅈㅁ.

 

나 : ㅈㅁ아, 우리 어디 오지 가는 거 아냐. 거기도 필요한 거 다 팔아.

 

그러나 혼돈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ㅈㅁ. 문득 내 첫 배낭여행이 떠올랐다. 영어 못하지, 인도 말 못하지, 가방 무게가 십 몇 킬로그램 나왔을 걸? <- 몹시 불확실한 기억.

 

나 : 그래, 챙겨라. 가지고 가고픈 거 다 챙겨.

 

ㅈㅁ은 짐을 싸느라, 나는 청소하고 어쩌고 하느라, 밤을 꼬박 새움.;;;;

 

이번에 알게 된 건, 예전에는 입국할 때 입국 목적, 머물 호텔 등등을 쓰는 종이가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다는 것.

여권 스캔으로 출국 수속을 빨리 할 방법이 있다는 것.

그러나 구여권인 내 여권은 그게 안 된다는 것. ...;;;;;;

근데 고새 까먹;;;;어서 다음에 여행갈 때 새로 검색해서, 어케 해야 빨리 되는 거였더라?;; 해야 할 각. ㅋㅋㅋ

 

3. 공항에서 ㅈㅁ을 만났다.

 

혹시 가방이 10kg이 넘을까 전전긍긍한 ㅈㅁ. 체중계에서 재봤는데 뭔가 확신이 안 서는 눈치였다. 그래서 ㅈㅁ의 로션 등속을 내 가방에 넣었다. 참고로 우린 국내여행은 여러 번 다녀봤기에 ㅈㅁ은 내 가방이 몹시 작아서, 자기 짐을 넣어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래도 어케 넣으니 넣어지더라.

 

면세점을 찾아 헤매고, 산 물건들을 찾았다. 그리고 출국장 앞에서 대기. 음료를 좀 마시기로 했다.

 

나 : 창가에 앉을까? 비행기 구경하게.

ㅈㅁ : 아니. 카페 소파에 앉자.

나 : 그르자.

 

그런데 음료를 받기 무섭게 창가로 가는 ㅈ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을 새운 지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 나는 보통 새벽 5시경 자는 야행성이지만 ㅈㅁ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주행성이라 더 피곤했을 듯.

 

이번에는 운이 좋아 출국 수속이 엄청 빨리 끝났다. 무려 2시간이나 대기를 타게 된 것. ㅈㅁ은 산 물건들의 포장지를 버려 부피를 줄이며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난 그림 그리고 웹소설 보면서 노닥노닥했다.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도우려 들다 정신 없는 ㅈㅁ의 정신을 더 없게 할 각이었다. 그렇게 ㅈㅁ은 2시간을 꽉 채워 가방을 다시 쌌다.

 

 

 

4. 마침내 출국.

 

베트남 항공 좌석이 3, 4, 3이었던 걸로 기억. 나는 창가를 선호하는데, 이미 좌석 선택이 다 끝나 남은 자리에 앉아야 했다. 내가 몰랐던 건 ㅈㅁ은 통로 자리를 선호한다는 거였다. 화장실 가기 편하기 때문. 담에는 기억하마.;;;;

어쨌든 창가는 이미 다 차서 통로에 앉음.

 

활주로가 확보되지 않아서였는지 정시보다 한 30분 늦게 출발했다. 이륙 후 구름 사진 좀 찍고 싶었지만 어차피 통로였고 밤샜던 터라 걍 잠들었다. 베트남 항공은 좌석이 좁은 편. ㅈㅁ은 허리가 아파 잘 못 잤다고 했고, 나는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럽혀서 힘들었 ㅋㅋ 그래도 그럭저럭 잤던 것 같다.

 

5. 베트남 도착!!!

 

 

솔트레블 카드로 환전을 하기로 했다. ATM에서 바로 뽑으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환율이 얼마나 좋은 지는 모른다. 그냥 편해서 이걸 택했다. 100만동 뽑으면 50만동 두 장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해서 - 너무 큰 돈임 - 소액씩 뽑았다.

 

그리고 나는 저번 일본 여행 때 남은 달러가 있었던 터라 그 달러도 공항에서 걍 환전했다. 공항 환전소가 환율이 좋은가, 안 좋은가, 여러 의견이 있는데, 엄청 많이 환전하는 것도 아니고, 환전소까지 가는 것도 일이라 걍 공항에서 함.

 

6. 호안끼엠 호수로

 

85번 버스를 타고 호안끼엠 호수로 가기로 했다. 근데 여기서 어이 없는 일 발생.

ㅈㅁ과 나는 앞뒤로 앉아 있었고, 내 옆에는 한국인 20대 추정 남자가 앉았는데, 휴대전화를 쥔 손을 나와 자기 사이에 놓은 듯 자연스러운 듯 자연스럽지 않은 자세로 앉았는데, 손끝이 내 허벅지에 닿았다. 문제는 그 손끝이 너무 살아있었다는 것. ............... 아, 놔?

 

ㅈㅁ 옆에 빈자리가 생기자마자 이동했다. 말 들어보니 한국인 맞던데, 이게 무슨 미친 짓이지? 20대 남자에 대한 편견인가? 그러니까 20대 남자는 이런 짓 안 할 거라는, 이런 짓거리는 지나간 유산(?)이라는 건 나으 편견이었나?

........ 한 사람이 한 일 가지고 전체 사람 매도하지 말자. 암튼 겁내 어이 없던 일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ㅈㅁ이 예약한 에메랄다 호텔로 걸었다. 나는 메는 가방이었고 ㅈㅁ은 캐리어+짐가방, 면세점 쇼핑 봉투까지 있었다. 베트남 가본 사람은 알지만 인도가 굉장히 험하다. 블록들이 다 올록볼록하다. 그렇게 힘들게 갔는데, 헐, 이 호텔이 아니었어?! 여기는 에메랄다 호텔이고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은 홀리데이 에메랄다 호텔이었다!

 

에메랄드가 베트남에서 어떤 의미 있는 보석인가? 닌빈 리조트도 에메랄다 리조트였다.

 

..... 여기서 택시를 탔어야 하는데. ㅠㅠㅠㅠ

내가 그냥 걸은 것. .......... 밤 샜지, 전날까지 직장에서 일하다 온 ㅈㅁ, 화 남.

 

ㅈㅁ : 난 쉬러 온 거지, 짐 들고 걸어다니러 온 거 아냐!

 

안 그래도 심상치 않은 ㅈㅁ의 표정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던 나. 택시나 릭샤 타자고 했지만 이미 마음 상한 ㅈㅁ. 걍 걸어서 호텔로 옴. ...... 미안했다. ㅠㅠㅠㅠ

 

2성급 호텔이었는데 깨끗하고 괜찮았다. 다음에도 여기서 묵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거울에 화장용 조명까지 붙어 있었다. 올...!

 

아마 이때가 베트남 시간으로 늦어도 오후 2시경이었을 것이다. ㅈㅁ은 다시 짐 부피 줄이기에 들어갔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나 : 나 나갔다 와도 돼?

ㅈㅁ : ㅇㅇ

나 : (짐 정리 마치고) 나올 때 전화해.

ㅈㅁ : ㅇㅇ

 

나는 숙소에 붙어 있지 못하고, ㅈㅁ은 숙소에서 쉬고 싶어하는 편이었다. 나는 쉬고 싶다는 칭구 굳이 끌고 나가지 않고, ㅈㅁ은 혼자 있어도 편안하게 잘 쉰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