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노이의 주요 관광지는 호안끼엠 호수 부근에 있다.
그래서 호안끼엠 호수 부근에 있는 홀리데이 에메랄다 호텔을 잡은 것.
나는 J, 계획형이다.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지키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계획이 엇나간다고 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새 계획을 짜면 되니까. 계획을 짜놓고 안 지키기도 한다. 스케줄러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짓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거다. ... 어떤 일은 몇 달씩 밀린다.;;;;
충동적으로 새 계획을 짜기도 한다. 일본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다음 날 일정을 죽 짠 다음에, 숙소에 돌아와 마음이 바뀌어 새 계획을 짠 것처럼.
단, 계획이 없으면 조금 불안해진다. 이를테면 나는 지금 명확히 해야 하는 작업이 없다.
1차로 보낸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즉, 당장 해야 할 작업이 없다. 이런 시간이 나는 조금 힘들다.
그간 못 그린 그림 그리고, 책 실컷 읽고, 밀린 여행기 쓰기로 마음 다잡기까지 하루 이틀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
사전에 구글맵스와 가이드북으로 호안끼엠 호수 부근에서 갈 곳들을 죽 정해두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가이드북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만 소개되어 있어서 특색있는 곳에 가기 힘들었다. 이제 여행 정보는 가이드북이나 블로그보다 유튜브겠구나 싶기도 했다. 혹은 베트남 여행 전문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얻거나.
난 유명한 관광지, 안 유명한 관광지 포함해서 구석구석 둘러봐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이랄까. 다만 일정이 꼬이거나 문을 닫거나 해서 못 가게 될 경우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이런 것도 다 추억이다, 하는 편.
두근두근 하노이 거리로 나갔다.
2. 베트남 여성 박물관
어째서인지 입장이 종료되었다는 것 같았다. 난감해서 돌아서려는데 직원이 뭔가 말하며 들어오라고 함. "너까지만 들여보내겠음." 같았다. 이번 여행이 첫 파파고를 깔고 간 여행이었다. 다만 이때는 파파고에 익숙하지 않아 꺼내볼 생각도 못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입장 마감 시간이 좀 지났던 게 아닌가 싶다. 구글맵 정보로는 오픈 시간이었으나 구글맵이 아주 정확한 건 아니니까.
설명은 다 영어/베트남어로 쓰여 있었다. 일부만 파파고로 돌려 봄. 파파고 좋더라!
96년에 인생 첫 배낭여행 갈 때는 영한/한영 사전을 가져갔었다. ...;;;;;;;;; <- 이땐 이런 사람 많았다.
영어공부해야지, 하다가 언젠가 자동 번역기가 나올 지도 몰라! 했는데 진짜 신세계 열림.
몇 개만 사진 찍어 번역했는데, 으악, 옛날에는 14~15세의 소년 소녀들이 결혼하기 전에 6개의 윗니를 제출해야 했대. .... 이거 걍 생니 뽑은 거잖아. ㅠㅠㅠㅠ
3. ㅈㅁ에게 저녁 먹자고 연락이 왔다.
ㅈㅁ이 오기 전 유튜브를 봤는데 하노이에 우렁쌀국수가 그렇게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했다고. 구글맵스를 검색해서 우렁 쌀국수를 파는 식당을 찾았다. 거기에서 만나기로 함.
청소년기를 벗어난 뒤 영어를 써 본 일이 아예 없는 ㅈㅁ은 언어 때문에 엄청 걱정했었다. 유료 번역 앱을 깔까 고민했을 정도. 그런데 나 없는 동안 나가서 커피랑 반미샌드위치 포장해다 먹었다고. 오오오오, 장하다!
우리가 간 곳은 '분보남보백프응'이라는 가게였다. 구글맵스에서는 분명 우렁쌀국수가 있다고 떴는데 가보니 사장님이 그거 안 판다고. 우리 같은 손님이 많았는지 스트레스를 받는 눈치였다. 우린 그냥 여기서 먹기로 했다.
국물이 없는 국수류는 영어로 샐러드더라.
프랑스인(추정) 커플(추정)이 들어오더니 우리에게 맛있는지 물었다. 엄지 척해주었다. 엄청난 맛은 아니고 동네 가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싸고 단순한 맛이었지만, 겁내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고, 난 충분했거덩. 근데 남자 쪽이 나한테 자기에게 온 문자 메시지를 보여 주며 이게 뭘지 물었다. 그런데 대화가 안 통함. ㅠ 발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보다 영어 못한 것도 프랑스인으로 추정한 이유. 프랑스인은 영어를 아예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인이라고 다 영어 잘하는 거 아니라는 거.
문자에 링크도 하나 보이는 게 바이러스가 있는 스팸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서툰 영어로 열심히 설명했으나 상대가 이해 못함. ... 웨 파파고 생각을 못했지? ㅋㅋ
나 : 모르는 링크 클릭하면 안 돼.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어.
다행히 여자 쪽이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다. 바이러스라는 단어 때문에 링크를 클릭하지 말라는 것도 남자 쪽에서 눈치로 알아들었다. 아이고 다행이다. ㅋㅋ
난 영화 '괴물'이 떠올라서 속으로 빵 웃었다. 송강호가 알아들은 유일한 단어. 영어 못하는 관객들도 알아들은 그 단어. 바이러스. ㅋㅋㅋㅋㅋㅋㅋㅋ
메인 하나, 사이드 하나라 배가 꽉 차긴 조금 아쉬웠다. ㅈㅁ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고 나는 근방을 돌아다녔다. ㅈㅁ은 역시 블로그에서 본 새우꼬치구이를 먹고 싶어했다. 검색해 봤지만 쉽게 나오지 않았고 이 근방의 튀김집을 추천한 블로그를 발견.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4. 하노이 성 요셉 성당
여기서 한국어로 쓰인 한국 분식집 간판도 봤다. ㅋㅋ
ㅈㅁ 합류. 볼일은 시원하게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여행 내내 나는 ㅈㅁ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를 들어야 했다. 보긴 했는데 아주 시원하진 않아. 신호가 와서 시도해 봐야겠어. 후, 잘 안 되네. .... 어째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분식점(?)
목욕탕 의자처럼 낮은 의자를 두는 튀김집에 가서 이거저거 시켜보았다. ㅈㅁ이 원한 새우 튀김은 아니었지만 맛나게 먹었다.
무국처럼 보이는 저것은 엄청 달달한 소스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보니 채소를 저기다 적셔 먹더라.
첫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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