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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파주] 23.03.23. 놀러가기 좋은 날짜

by 운가연 2023. 3. 23.

1. 감이가 밥그릇에 소복하게 쌓인 밥을 한 번 보고 나를 한 번 봤다.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표정에 써 있었다. 아, 이 정도 양이면 자고 오는구나. ...

크흑, 미안하다. ㅠ

 

이번 파주/일산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쉬기에 가까웠다. 조금 걷고 편히 놀기, 같은 거.

 

2. 버스를 타고 파주로 가는데 개나리가 만발했다.

 

버스 요금이 2,800원이었다. 의자 등마다 하차벨과 usb 포트가 있어서 충전이 가능했다. 비싼 버스는 다르구나.

목적지까지는 약 40분. 나는 창밖을 즐겼다.

집에서 일만 하는 동안 계절이 흘러 어느새 봄이구나.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었다.

 

먼저 도착해 체크인 한 ㄴㄹ가 톡을 보냈다.

나와 ㄴㄹ 둘 다 '맛고을.국립민속박물관'역에서 내려야 했다.

정류장 간격이 짧아서, 빨리 하차벨을 눌렀는데 기사님이 왜 벌써 눌렀냐고 혼냈다고 했다.

하필 '맛고을.국립민속박물관' 앞에 IC가 있어서 다른 곳보다 구간이 길었던 것이다.

 

나 : 혼날 일인가?

ㄴㄹ : 그러게.;;

 

ㄴㄹ도 나도 그냥 까르르 웃었다.

어쨌든 ㄴㄹ의 조언에 따라 나는 늦게 누르려고 계속 네이버 지도를 보면서 위치를 확인했다.

성동IC에서 하차벨을 누르면 되겠지, 했는데 잠깐 멍 때린 순간 지나침.

다행히 정거장 간격이 진짜 짧았다. 50미터 밖에 안 되는 느낌?

 

내리니 몹시 황량한 게 서울을 떠났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확 좋아졌다.

 

 

 

숙소 가는 길
숙소 가는 길. 파주 개나리는 아직 꽃망울만 올렸다.

 

네이버 지도 따라 가면 되는데도 길을 헤맨 나. ㅋㅋ

숙소에 도착하자, 내가 예정보다 늦는 모습에 ㄴㄹ는 내가 잘못내렸다는 걸 간파하고 있었다고.

 

숙소에서 잠깐 퍼져있다가 나왔다.

비빔 메밀국수.

나는 비빔막국수, 누리는 물막국수를 먹었다. 이날 서로가 서로에게 놀람.

 

ㄴㄹ는 세 젓가락에 물막국수가 사라짐. 나는 먹어도 먹어도 남아있음. ...

 

ㄴㄹ : 면을 왜 그렇게 가장자리를 따라 빙빙 돌려 먹어? 그냥 먹으면 되지.

나 : 가장자리에 있는 소스 묻혀 먹으려고;; 넌 벌써 다 먹었어? 어케 그게 세 젓가락에 사라져?;;;

 

맛있는 녀석들 직관하는 줄;;;

 

사소한 일에도 까르르 웃고, 놀라며 식사를 마쳤다.

딱히 목적없이 근방을 걸으며 배를 꺼뜨리고, 편의점에서 이거저거 먹을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ㅎㅈ호텔 스위트룸이었다. 내돈내산.

네이버에서 예약할 때 19만원이었다. 비쌌지만, 더블 침대 1, 트윈 침대 1이라 각기 다른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점과 넓은 거실, 2인에게 넉넉한 자쿠지가 있다는 점에 꽂혔다.

예약하고 나서 전화가 왔는데, 낵아 로얄 1, 스위트 룸 1을 예약했다나? 그래서 로얄 빼니 12만원이었다.

근데 이상하긴 했다. ㄴㄹ도 다시 해봤는데 무조건 19만원으로 뜨더라고.;; 머지;;;;

 

혼자 여행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숙소에 일찍 들어오게 된다. 발코니가 있고 풍경이 좋으면 숙소에 일찍 들어와도 아쉽지 않아서 언제부턴가 숙소에서 따지는 조건이 많아진 나.

숙박비가 세서 고민했던 ㄴㄹ가 찬성해줘서 고맙고, 결과적으로 예산 초과하지 않아서 씐남. ^^

 

다만 방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세면대는 깨끗한데 주변은 아예 안 닦아 오래된 물얼룩이 있었다. ㄴㄹ가 손가락을 훑었는데 끈적거리더라고. 자쿠지도 내부는 깨끗한데 바깥은 물얼룩이 한눈에 봐도 심했다.

침구도 페브리즈 향이 나는 게, 어째 매번 세탁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뜨아;;;

 

발코니

그러나 나는, 넓은 발코니와 통유리창과, 높은 천정에 홀딱 반해버림. 밤에 자려는데 발코니 천장에 있는 창문으로 바깥 조묭이 들어왔다.

ㄴㄹ가 창문 닫는 버튼이 있더라 했다. 그래서 버튼을 누르니, 창문 아래 쪽에서 벽이 스르르르륵 밀려나옴. 우와아아아앙-!

청소 상태가 좋았으면 나무랄 데가 없었는데... ㅠㅠㅠㅠ

청소 상태 때문에 다시 안갈지도 모르겠다. ㅠㅠㅠ

 

발코니 창으로 보인 바깥 풍경. 한강도 보이더라.
이건 야경.

ㄴㄹ랑 한참 수다를 떨었다. 이날 어쩌다 보니 둘 다 평소 하지 않던 속 이야기가 나왔다.

고딩 때부터 친구인데 서로 모르는 게 많았달까...

나는 오래도록 날 괴롭혀온 트라우마에 대해 털어놓았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이어리 꾸미기, 다꾸 이야기가 나왔다.

 

나 : 다꾸 잘하고 싶어서 유튭 보면서 연구도 하고, 얇은 공책이나마 두 권 채웠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 잘 못해.

ㄴㄹ : 남들처럼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너 하고싶은 대로 해.

 

음냐;; 너무 중요한 조언이었다.

문제는 내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명확히 모른다는 데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만드는 걸 보고 따라해보고 하는 방법 유튭에서 찾아보고 하는 건데, 사실 그러지 말고, 그냥 막연하더라도 내 마음대로 해보면서 내가 하고싶은 게 뭔지를 찾아야 하는 거다.

고마워, ㄴㄹ!

 

수다수다를 떨다 자쿠지에 들어갔다. ㄴㄹ는 무려 처음이었다!

헉, 내가 해본 것 중 ㄴㄹ가 안해본 게 있다니;;;

재택근무고 외출 싫어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보면 보통은 내가 안해본 것, 모르는 게 많았는데.

 

한참 안에서 뽀글뽀글 물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냄.

 

실컷 물놀이(?)하고 나오니 9시였다. 나른하고 졸렸으나;; 9시에 자면 자칫 새벽 1시에 깨고 못 자는 사태가 발생해서, 놋북 들고 작업을 좀 했다.

놀러와서도 일하는 나, 어쩐지 장하다! 프리랜서의 로망이지. 크캬캬캬캬

 

11시경 잠들었다. (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