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또 일을 좀 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ㄴㄹ가 "저 길 따라 가볼까?" 해서 간 곳이 오두산이었다.
임진강을 따라 걷고 싶었는데 고속도로로 막혀 있는지, 걸어서 갈 길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았고, 이건 조금 아쉽지만, 오두산은 오두산대로 좋았다.
산이라기에는 낮고 언덕 느낌이지만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나는 오르막길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가빠서 헥헥 댐.
ㄴㄹ : 네가 근력은 없어도 지구력은 있구나.
그, 그런가;;;;
허덕허덕이지만 못 걷겠다! 하지 않고 걷긴 잘 걸음. 걷는 거 좋아함. 다만 ㄴㄹ랑 걷다 보니, 내가 더 힘들어하는 게 보여서, 헉, ㄴㄹ는 안 힘든가?!, 왜 나만 힘들지? 으으, 저질체력, 하는 자괴감이 밀려옴. ㅋㅋ
힘들었던 것과는 별개로 저 말은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게 내 일에 대한 재능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10대에서 20대 초반들이 해낸 일을 보면, 그렇게 엄청난 재능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근력은 없지만 지구력은 있듯, 폭발력은 다소 약했을 지라도 끈기가 있었다.
끈기를 갖고 노력해왔고, 노력은 폭발력을 만든다. 나 자신, 므찌다. 그렇게 믿고 계속 나아가기로 했다. 데헷~
주택가는 주로 철쭉을 심으니까, 진달래는 정말 산에 올라야 보는 듯.
나 : 진달래 맞을 거야. 철쭉은 꽃이 더 크고 억센 느낌이 있지 않아?
ㄴㄹ : 진달래는 먹어도 되고 철쭉은 먹으면 주금. 먹어 봐.
나 : 뭐라?!?!
같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작은 산이라 금방 끝났다. 도로를 걷는데...
왜 길이 들렸는지 진짜 진지하게 오래 고민했다.
결론. 이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반복해서 걷다보면 길이 다져진다. 그런데 이 길은 걷는 사람이 없었던 거다.
답을 찾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증명된 건 아니니, 사실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가설이라고 해두자.
한참을 걷다 보니 파주 아울렛과 무슨 번치라고 가방 매장이 나왔다.
배고팠던 나 : 저기 머시기 브런치 있다.
ㄴㄹ : 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날 저녁에 일산에서 ㅈㅁ과 합류했는데, 거기서 ㄴㄹ가 ㅈㅁ에게 이르며 또 놀려먹음. ...
사, 사람이 배가 고프면 그럴 수도 있지;;; *조그맣게*
파주 아울렛 푸드코트에서 ㄴㄹ는 김치돈가스, 나는 일식 곱창라면을 시켰다. 곱창라면, 어디서 먹어보겠어?
곱창 라면 또 먹고 싶다. 여기 완전 맛집이다!
라떼는, 그러니까 나으 20대 때는 이런 푸드코드는 싼 맛에, 혹은 근방에 마땅한 데 없을 때 만만하게 가는 곳이었는데, 시대가 바뀌었다. 어느 순간부터 푸드코트나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퀄이 훅 올라갔다.
오래 만나왔는데 ㄴㄹ와 내가 의외로 서로에 대해 잘 몰랐다.
나는 김치는 먹지만 김치로 만든 음식은 안 좋아한다. 김치찌개, 김치수제비, 김치 돈가스, 김치우동은 잘 안 시켜 먹음.
ㄴㄹ가 충격받음.
지나가버린 우리 20대 때 투다리에서 그렇게 먹은 게 김치우동이었는데!
나 : ... 누가 시키면 먹어. 낵아 시킬 정도는 아닐 뿐야;;;;
또 폭풍 수다를 떨었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았을까. 까르르-
별 것도 아닌 것에 "뭐라?!" 놀라며 온갖 이야기를 나누다 일산으로 출발.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했다. 첫 번째 버스에서 내려서 시간표를 보는데, 둬헉,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아예 안 떠. ㅋㅋ
다른 버스를 검색하다 보니 길을 건너서 타야 했다. 길 건넘. 근데 그 버스는 한 번 더 갈아타야 함.
처음에 타려는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뜸. 24분 뒤. 다시 길 건너감.
서울을 벗어나면 버스 배차 간격이 확 길어짐.
그런데 내가 첫 번째 버스를 탔을 때 멀미를 심하게 했다.
아, 택시 타면 19000원이라고 뜨지만, 그래도 20분이면 일산인데...
멀미에 시달리는 칭구를 가련히 여긴 ㄴㄹ가 택시를 허용함.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르기 마련이다.
ㄴㄹ는 기다리며 멍 때리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걸 즐긴다.
나는 힘들면 택시 탄다;;
양보해준 ㄴㄹ에게 감사를.
택시가 왔는데 길 건너편. ㅋㅋㅋㅋㅋㅋ
길 또 건넘. 근데 택시비가 12,000원밖에 안나왔어!
이번 여행 어쩐지 계속 개이득;;;
이번 숙소는 에어비앤비였다. 어제 호텔도 3인 가능인데 12만. 여기는 3인에 18만. 비싼데 호텔보다 좁았다. 하지만 청소 상태는 훨씬 좋았고, 일산호수공원과 가깝고 공원 전망이 예뻤다.
그런데 문이 안 열림. 비밀번호 맞게 눌렀는데 안 열림. 호스트에게 연락. 어찌어찌해서 열고 들어감.
문이 안 열려 헤매는 동안 입구에서 멀미 때문에 듁는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숙소로 들어가서 침대에 다이빙.;;;
잠시 쉰 뒤 나는 호수공원 산책을 가기로 하고, 일산에 자주 온 ㄴㄹ는 숙소에서 쉬기로.
ㄴㄹ가 멀미 기운 아직 남았는데 괜찮은지 물음.
물론;;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창밖으로 보인 일산 호수공원이 너무 근사해서 걷지 않을 수가 없었다.
ㅈㅁ이 퇴근하고 합류하면 바로 저녁 먹을 터라 지금 걷고 싶었던 거.
호수공원에 가서 걸으며 사람 없을 때 슬쩍슬쩍 가스 배출(TMI;;;)을 좀 하다 보니 멀미 기운 가심.
호수를 따라서 걸어도 되고, 메타세쿼이어 길도 길고, 벚나무에 산수유에 다양한 나무들이 있더라.
일산 사는 사람들 좋겠다. 가까이에 이런 멋진 공원이 있다는 건 삶의 복이다.
ㅈㅁ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 신나게 먹을 시간. ^^ (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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