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팬더 스윗
여행 오면 브런치 카페를 검색해보고는 한다.
숙소가 부평시장 역이라 근방에 재미난 브런치 카페가 없나 검색하다 '팬더 스윗'을 찾았다.
수플레 팬케이크라니! 꺅-
한 번도 안 먹어봤다. 좋아, 너로 정했다.
꽃은 키위다. 와, 이렇게 공들인 음식이라니. 감동. 여러 수플레가 있어서 뭘 고를지 한참 고민했다.
촉촉하고 부드럽고 풍성하고 맛있었다. 구운 바나나도 감동. ^^
엄청 배불렀다.
이름 답게 가게 안에도 팬더 인형들이 많았다. 사랑스러운 가게였다.
2. 영종도로 출발했다. : 씨사이드 레일바이크
공항철도 영종역에서 내리면 영종도다. 지하철로 올 수 있는 곳인 줄 이번에 알았다.
영종역에서 내려 레일바이크까지는 택시를 탔다. 영종역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있어서 편했다.
전날, 레일바이크 예약을 할지 말지를 두고 한참 고민했었다.
시간 맞춰 가지 않으면 환불이 안 된다는 경고가 보였다.
느긋하고 게으른 여행가인 나는 시간 맞춰서 딱딱 움직여야 하는 게 싫었고,
전날 월미도 예약 삽질이 있던 터라, 1~2천원 할인 받겠다고 마음 바쁘게 하지 말기로 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인파가 몰려 예약 필수지만, 평일에는 그냥 표 끊고 바로 가서 타면 되는 것이다.
매표소에서 혹시 몰라 물어봤다. "혼자 타도 2인승 가격 내야 하죠?"
매표조 직원이 당황하는 게, 혼자 타겠다는 사람이 전에 없었던 모양이다. 까르르-
2인승 표를 받아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다.
나이 지긋한 직원 분이 혼자 괜찮겠냐고 걱정했다.
나 : 춘천에서도 혼자 탔어요!
직원 분 : 둘도 힘들어하는데... 오르막길도 있어.
나 : 이미 표 끊었으니 어쩌나요. ^^
씩씩하게 타서 출발!
씨사이드 레일바이크인 이유는 말 그대로 바다를 따라 달리기 때문이다. 와- 진짜 너무 좋았다.
사진 찍은 시각으로 보니 이 때가 오후 2시 37분이었다.
느긋하게 바다를 보며 달리는데 피로와 긴장이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구나, 나 피로했구나, 긴장하고 있었구나.
이번 인천 여행은 여러모로 부담이 컸다. 지리를 몰라도 너무 몰랐고 여행에 와서 뭘 보면 좋을지 감이 전혀 없었다.
송도가 인천에 속하는 것도 여행 전날에야 알았다.
송도도 동인천도 재밌었지만 지하철로 이동하니 뭔가 여행 온 기분이 안났다.
전날 동인천 관람을 한 뒤, 이날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 할지 머리가 텅 비어 있었다.
1박 2일에서 본 관광지들은, 부평에서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가는데만 2~4시간;;;
그러다 영종도를 찾은 건 정말이지 행운이었다.
영종도에 오지 않았다면 이번 여행은 다소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다.
영종도에 와서 확신했다. 나는 도시 야경이나 도시 관광보다는 자연을 좋아한다.
바다를 봐서야 여행을 왔다는 실감을 했다.
준비 없이 간 여행에는 삽질이 따르기 마련. 그런데 또 어떻게인가 된다는 거.
외국에 살다 보면 외국어를 배우게 된다.
숙련되어 현지인만큼 하게 되는 사람이 있고, 애매한 선에서 실력이 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더 익히지 않아도 상대가 적당히 알아들어 주니까, 거기서 멈추게 된다는 거랄까?
나도 약간 그런 걸까? 열심히 준비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놓쳐도, 다른 걸로 채우니까 준비 안 하나?;;;
싶기도 했지만....
여행과 언어는 다르니까. 충만한 시간을 보냈고,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을 만났으니까.
사전에 알고 갔든 모르고 갔든 중요하랴. 오히려 모르고 가서 만나는 짜릿함이 있잖아.
혹시 몰라 뒤를 돌아보니, 내 뒤에 커플이 탄 레일바이크가 있었다. 미안, 나 속도 못 내. 오르막길이 진짜 있더라.;;
영종도 레일바이크는 반환점에서 다시 돌아오는 형태다.
반환점에서 직원분에게 뒷 사람을 먼저 보낼 수 있는지 묻자 가능하다고 날 잠시 대기시키고,
커플이 탄 레일바이크를 먼저 보내주었다.
삽시간에 사라지심;;;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데 나 때문에 답답하셨겠다. ^^;;;
더 이상 내 뒤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바다를 즐겼다. 가는 길이 바다와 조금 더 가까웠다.
레일바이크에서 내리자 아까와 다른 직원분이 놀란 얼굴로 "왜 혼자 와요?" 라고 물었다.
"동행이 저 버리고 갔어요." 라는 썰렁한 농담을 하지 않았다.;;;;
"원래 혼자 탔어요. ^^"
라고 말하고 씩씩하게 걷기 시작.
레일바이크는 영종도 동쪽에 있었고, 내 목표는 서쪽에 있는 해변이었다.
아까 레일바이크로 오간 길을 느긋하게 걸었다.
내가 좋아하는 길의 세 가지 요소, 바다/물, 바람, 평지가 다 있었다. ^^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혼자서 바닷가를 독차지한 기분으로 고독을 만끽했다.
풍경은 더할 나위없이 좋았지만, 서쪽, 태양을 향해 걷는 지라 눈이 아팠다. 다음 여행 전에는 필히 선글래스를 장만해야겠다.
시월에는 동해에서 일출을 봤다. 십일월에는 서해에서 일몰을 보고 있다. 황홀한 순간이었으나 슬슬 돌아갈 염려를 해야 하기도 했다.
음... 슬슬 문명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면서 계속 걸었다.;;;
바다와 나 사이에는 벽이 하나 있었다. 간간이 그 벽 너머에서 낚시를 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오르내리나 궁금했다.
그러다 비밀을 풀었다.
와닷! 하고 올라가서 걷는데, 내려온 분이 날 걱정스레 바라보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차 한 대 다니지 않던 길에 갑자기 차들이 나타났다. 느낌이 고속도로 같았다. 인도가 아예 사라져 있었다.;;
여기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차도에서 망할 뻔. ㅋㅋ
영종도를 어떻게 걸을지 지도에서 이리저리 길찾기를 해봤었는데, 걸어가기를 택하면 다 길을 빙빙 돌았다. 인도가 발달한 곳이 아니라는 소리다.
아까 날 걱정스레 바라본 분도 그렇고, 이대로 계속 가도 되나 싶어서 낚시하는 분께 "이리로 죽 가면 걸을 수 있는 길이 나올까요?" 하고 여쭈니 안 된단다.
그래서 돌아서서 아까 그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 뒤, 다급히 네이버 지도를 검색했다. 문명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어제처럼 밤중에 인적 없는 갈대밭을 걷고 싶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아파트 단지가 있기에 일단 거기를 목적지로 잡고 걸었다.
인적없는 아파트 단지를 서둘러 가로질렀다. 어느새 사위는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열심히 걷고 걸은 끝에 차들이 다니는 도로, 문명이 나왔다. 와닷!
카카오 택시를 호출. 서쪽 마시안 해변에 있는 카페 C27을 목적지로 잡았다.
오렌지 파운드 한 조각과 시그니처 커피를 시켰다. 아인슈페너와 비슷한데 라떼에 크림을 올린 거라고.
나는 여름에도 따뜻한 라떼 과라, 따뜻한 걸로 시키고 보니 아이스가 더 맛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ㅋ
이미 시킨 거.
이때도 여전히 안정화 신발에 안정화 깔창이 문제라는 걸 몰랐다. 그래서 아픈 발을 끌고 무식하게 걸음. ㅋㅋ
오렌지 파운드는 많이 달지 않아서 좋았고, 커피도 맛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발을 쉬고 나니 밤바다를 보고 싶어졌다. 여기는 카페와 식당이 많은 문명 세계니 좀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사장님이 바다로 드나드는 길을 찾기 어렵다, 카페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바다에서 나오는 길을 못찾으면 다시 카페로 와라, 9시에는 문을 닫으니 그 전에는 와야 한다, 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카페를 등지고 왼쪽으로 가다가 바위?로 막힌 듯해서 다시 돌아서 그냥 죽 걸었다. 바다로 들어오는 길이 철망으로 막혀 있었다. 아직 C27이 문을 닫을 때까지는 여유가 있는지라 하염없이 가보았다. 설마 길이 없겠어?
탐앤탐스가 있는 곳 부근이 뚫려 있어서 산책을 마치고 문명으로 복귀.
택시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와서 부평시장 숙소로 돌아왔다. (22.11.23)
다음 날은 짐을 챙겨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캐리어를 꺼내면 넘들이 의기소침해진다.
이번에는 몇 밤이나 자고 오냥?, 가 담긴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곤 한다.
보통 내가 캐리어 들고 일어서면 어디 숨어있곤 하던 름이가 다가와 가지 말라는 듯 "냐옹" 하며 다리에 몸을 비볐다.
그러자 감이도 와서 가세했다.
짠하고 미안했다.
세 아이들 다 유독 나와의 관계가 끈끈하다. 내가 재택근무를 해서 그런가, 싶다가도 꼭 그것만은 아니지 싶다.
재택근무를 하는 다른 지인도, 여행을 갈 때 펫시터를 부르거나 친구가 들러서 봐준다는데
그 집 냥이들은 펫시터나 친구를 곧잘 따른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집 냥이들은;;; 내가 여행 갈 때면 늘 오는 내 친구에게 절대 다가가지 않는다.;;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으니, 전에는 아예 숨어서 안나오는 지라
친구가 이틀에 한 번은 무사한지(?) 살짝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모습을 보이기는 한다는 것?;;;;
언젠가 지방에서 한 달 살기도 해보고 싶은데, 그때는 이 아이들을 데려갈 수 있는 곳을 찾으려 한다.
많이 사랑해. 두고 가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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