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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문도 멘도 전시회 - 그라운드시소 서촌

by 운가연 2023. 11. 18.

1. ㅈㅁ이 얼리버드로 문도 멘도 전시회를 예매했다고 한다.

 

어째서인지 두 장을 예매했다며 같이 가자고 권함.

문도 멘도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냥 공짜표라는 데 꽂혀서 간다고 했다.

표 가격은 안 물어봄. ㅋㅋ

 

2. 전시회장인 그라운드시소 서촌은 처음이었는데, 3.5층으로 그림이 꽉꽉 걸려 있어서 알찼다.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하는 전시회는 믿고 가도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소리나지 않는 모드로 하면 사진을 찍어도 되었다.

ㅈㅁ이 소리나지 않게 찍는 모드 알려줌.;;

 

입구
단순화와 왜곡에 약한 내게는 몹시 매혹적인 그림이었는데 이번 전시에서 이 그림을 대표작으로 선정한 듯, 신문 형식 팸플릿에도 이 그림이 크게 붙어 있었다.
전체 공간, 크기의 대비를 준 그림이라 좋았다.
어느새 십 몇 년 전일인가? 취미 미술학원에 다녀야겠다고 하니 어머니께서 "잘 생각했어. 그런 게 인생을 풍요롭게 해줘."라고 하셨다. 이상하게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중고딩도 아니었는데 쓸 데 없는 데 돈 쓴다고 잔소리들을까 걱정이라도 했던 걸까? 아니면 늘 무기력하던 어머니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일까? 난 겨울이면 꼼짝도 하기 싫어진다. 얼핏 그림을 보면 그런 느낌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하울의 성은 제목 그대로, 움직이잖아?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움직여지길 바라는 걸까?
그나마 내가 가장 많이 그린 게 고양이인데, 내 고양이 그림은 다 뻔하다. 계속 같은 방식으로만 그렸기 때문이겠지. 이넘의 세상, 공짜가 없어. ㅋ

 

이런 깊이감 있는 그림 너무 좋잖아.
곱씹게 되는 문구다. 직업과 그림,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서인지 더 와닿았다.

 

아래는 생략의 묘미가 마음에 들어서 찍은 그림들.

이런 생략 좋잖아.
이런 것도... 넘 므찌다!

 

문도 멘도는 스페인 출신으로 현재 도쿄에서 살고 있다. 최근 진지하게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내게 불을 지폈다! 나도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어!

통장이 무섭;;;지만 여행이라도 부지런히 다니며, 디지털 노마드! 실천할 길을 찾고 있다.

 

어디든 작업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패드와 함께라면...

 

문도 멘도는 아이패드로만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예전 그림은 손그림이었다. 아이패드가 나오기 전인듯.

많은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디지털 기기의 놀라운 장점이다. 난 아직 손그림 과지만;;;

종이와 펜도 꽤 괜찮다긔. 충전할 필요도 깨질 염려도 없지. 하지만 아이패드 하나만 가지고 여행다니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 아이패드 하나로 일과 그림 둘 다 할 수 있다면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짐이 가벼워질 수 있지.

 

 

문도 멘도는 내게 도시 풍경에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여행 다닐 때도 자연과 유적지를 찾는 편이다. 서울에서 살아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도시 또한 아름답고 좋은 그림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도시를 그려보고 싶어졌다. 도시를 여행다녀 보는 것도 해보고 싶어졌다.

 

관람객이 추천 지역에서 해볼 걸 쓰는 란이 있었는데, 이거 보고 웃펐다.
"평범한 걸 특별하게,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사람들은 도시를 생각할 때 보통 장소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도시의 핵심은 시간이다." 이 문장도 도시를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3층에는 커다란 검은 고양이 설치물이, 야외에는 문도 멘도를 형상화한 설치물이 있었다.

 

도록과 무선 노트 2종을 샀다. 그런데 나 저 정원 그림을 원하지 않았어;; 내지가 노란색, 흰색이 있었던 터라, 흰색을 고르는 것만 신경 쓰느라 표지를 제대로 못 봄. 집에 와서 보고 당황. ㅈㅁ이 저 그림의 엽서를 골랐을 때 나와 취향이 다르네, 했었거든. 깔깔-

 

다 쓰지 못한 수첩/스케치북이 많은데도 굳이 샀다. 문도 멘도 전을 보고난 뒤의 에너지를 기억하며 그림을 그리고 싶어져서.

 

남의 그림만 보면 되가쓰. 나도 그려야지. 전시장 풍경.

 

3. 전시장을 나온 뒤 밥을 먹으러 갔다.

 

경성상회와 고깃집이 후보지였는데, 둘 다 줄을 서야 했다.

줄을 서기에는 추웠던 터라 다른 곳으로 가서 생삼겹살 2인분 주문.

 

ㅈㅁ : 원래 가려던 곳보다 고기가 부실해.

 

사장님은 친절하고 인상이 좋았지만 바빠서 벨을 여러 번 눌러도 응답이 늦으심. 그래도 잘 먹었다. ㅋ

2차는 경성상회.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저녁과 술을 즐길 곳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챙겨온 팸플릿으로 다꾸 한 점.
다꾸하고 남은 이미지 붙인 뒤 모작 끼적끼적
그러고도 남은 종이에 야외에 있던 설치물 슥샥슥샥

 

오리다 눈에 띄어 빼뒀던 팔과 경성상회에서 먹은 닭목살 구이. 사진 찍은 뒤 삐져나온 팔은 오려냄.

 

경성상회에서 올 겨울 첫 따뜻한 정종을 마셨다. 올해 가려던 전시회 다 바빠서 못 갔는데, ㅈㅁ 덕에 좋은 그림 보고 에너지 많이 얻었다. (2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