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

[겨울 구례] #2. 목월 빵집, 화엄사, 청와대, 다올 카페

by 운가연 2023. 12. 24.

1. 목월 빵집

 

여행 오면 늘 그러듯 오전에 눈이 번쩍 떠졌다.

 

ㄴㄹ도 일찍 일어난 지라, 나가서 카페에서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화엄사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목적하던 빵집이 휴업함.;;

 

목월빵집에 가기로 했다. 구례에서 유명한 빵집이라고.

 

가는 길에 골목이 예뻐서, 멀리 보이는 산에 취해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골목 사진은 그림 그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못 그릴 가능성이 높다. 티스토리에 여행기를 올리고 나면 해당 여행 때 그림도 안 그리게 된다.;;;;;

미루고 있는 그림들이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일단 여행 때 그린 그림만 올리기로.

또 모르지, 그릴 지도. 낄-

 

저녁에 카페에서 두 점 그림.

 

산 색깔이 다른 게 신기했다. 저 검은 부분들은 뭘까? 나무가 다른 걸까?
마치 그린 듯한 진한 선들. 나무였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며 걷는데 어디서 "끼기기기기기긱!"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보니 4각 기둥 천막이 바람에 날려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식겁한 나는 도로로 튀었다. 도로에 차가 없었음.

그리고 넋이 나가 천막을 바라보았다. 어, 저거 저대로 가다가 누구 다치기라도 하면 어째?

아악, 나 혼자 도망간 거샤? ㄴㄹ 어뜨케? 하는데, ㄴㄹ가 천막 잡음. ...;;;;

 

멀리서 어르신 한 분이, 누군가를 데려오며 "저분들이 천막 안 잡았으면 (천막이) 차에 박혔어요!" 하고 소리치셨다. 듣고 보니 ㄴㄹ가 안 잡았으면 주차하고 있던 차에 바로 박았을 거였다. 마침 차 앞에 서 있던 ㄴㄹ가 잡은 것. 아슬아슬했다.

정신 차리고 인도로 돌아가서 ㄴㄹ와 같이 천막 잡음. 상당히 무거웠다.

 

나 : 엄청 무겁잖아! 이거 어떻게 잡았어?

ㄴㄹ : 서 있는데 발에 걸리기에 잡았어.

나 : 너니까 잡았지, 내가 잡았으면 병원행이다. 나 자빠지고 차에도 갖다 박았을 거.

 

어케 이걸 혼자 잘 잡고 서 있었지? 대단하다;;;;;

나는 근육이 없고 힘이 약한 편이고, ㄴㄹ는 취미로 농구도 하고 골격이 좋은 편이지만, 이 정도 차이였나;;

 

달려온 분이 천막을 잡으며 "빵집 가는 길이세요? 가 계세요." 했다. 빵집 천막이었고나.

 

유명한 빵집 다웠다. 길에는 사람이 전혀 없다시피 했는데 빵집에는 손님들이 있었다. 빵은 다 먹음직스러워보였으나 내게는 너무 컸다;;

 

칭구들과 여행 다니며 알았는데 내가 소식하더라;;;

 

나는 크림 양파 할라피뇨 빵을 샀고, ㄴㄹ는 비슷한 계열의 무화과 하나, 그리고 뭐 하나 더 삼. 계산한 뒤 사장님이 빵을 한 아름 안겨 주심. 으악;;;;;

 

ㄴㄹ는 안 그래도 빵 잔뜩 사서 집에 갈 생각이었던 터라 싱글벙글. 나 노나준다고 했지만 사양함.

짐 많은 거 질색이라, 집에 뭐 사들고 가지 않음.

그래서 속초 여행 갔을 때도 유명한 술빵 맛도 못/안 봄. 여행 때 다 먹기에는 컸다.;;

빵집에서 무슨 빵을 줬는지도 나는 확인도 안 했는데;;; 못 먹을 감은 쳐다도 안 본다(?);;; 인가;;;;

 

빽다방에서 커피를 사서 숙소로 와 빵을 와구와구. ㄴㄹ가 고른 무화과 빵과 내 빵을 한 조각씩 바꿔 먹음.

무화과와 크림이 같이 있는 부분이 환상적이었다. 와- 괜히 유명 빵집이 아니고나.

 

맛있게 잘 먹던 도중 ㄴㄹ의 충격 고백이 있었다.

 

ㄴㄹ : 사실 나 빵 싫어해.
나 : 머라고라고라고라고라?!?!?

 

걍 그래, 보통이야, 있음 먹어, 도 아니고, 싫어한다고?!
근데 그렇게 열심히, 잘, 심지어 맛있게 먹는다고?
여행 가면 카페 가자, 카페 가서는 빵 먹자, 하는 건 보통 ㄴㄹ임. 낵아 아님. ...;;;;;

ㄴㄹ, ㅈㅁ과 갔던 일산 여행 때도 카페에 가자고 한 것도, 빵 먹자고 한 것도 ㄴㄹ였다!


놀라서 취조.

 

나 : 근데 웨 아침에 카페에서 빵 먹자 그래?
ㄴㄹ : 아침은 먹어야지. 커피 마시러 간 김에 먹는 거지.

나 : 어제 웨 빵 2개 골랐어?
ㄴㄹ : 저녁 대용이잖아.
나 : 빵 엄청 맛나다며?
ㄴㄹ : 여긴 맛있는 빵집이니까.
나 : 웨 빵집에 가자 그랬어? 집에도 싸갈 거라며.
ㄴㄹ : 유명한 곳이니까, 한 번 가봐야지. 아니, 내가 빵 싫어한다는데, 이게 이렇게 막 해명할 일이야?

나 : 미안;;; 근디 지금 네가 먹는 모습을 봐;; 빵 싫어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ㄴㄹ는 돌아다닐 때 영양 보충할 빵을 한 봉지 챙겨서 나옴.
.... 빵을 싫어하면, 편의점 가면 각종 간식 있지 않음?;;;;;
예를 들어 내 경우, 전주에 갔을 때 함께 간 지인이, 콩나물국밥집으로 유명한 곳에 가자고 해서 같이는 갔으나, 콩나물국밥 별로 안 좋아해서, 마침 해장국도 있기에 해장국 시킴.

 

당시 지인 : 이 집에 와서 해장국을 시킨다고? 그래서 메뉴에 선지해장국도 있구나. 이런 사람을 위해.

나 : 난 콩나물 국밥은 맛을 잘 모르겠어서...

 

다른 대안이 없었다면 콩나물국밥 시켰을 거. 여행에서 무얼 먹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난 식도락에 큰 흥미가 없어서 뭘 먹든 크게 상관은 없는 지라 상대가 먹고 싶어하는 식당 그냥 같이 감.

 

목월빵집

 

2. 충격(?) 속에서 잘 먹고 화엄사에 가기 위해 나왔다.

 

이럴 수가. 버스가 한 시간 뒤에 오고, 걸어서 한 시간 반이었다.

우리는 용맹하게 걷기로 했다.

 

 

 

봐도 봐도 황홀한 섬진강과 태백산줄기.

 

 

바람이 불면 미치도록 추웠고 바람이 안 불면 견딜만 했다. 나보다 ㄴㄹ가 고역이었다. 나는 안 추운 정도인데 ㄴㄹ는 열이 나고 덥다는 것. 추위와 더위를 오감. 불쌍한 것. ㅠㅠ 그래서 ㄴㄹ는 걸음을 서두르길 바랐는데 철부지 칭구는 사진에 정줄을 놓고;;;

 

집에 와서 보니 비슷한 사진이 엄청 많았다. ㅋㅋ 몇 걸음 걷고 찍고, 몇 걸음 걷고 찍고. ㅋㅋ

 

ㄴㄹ도 이번에는 사진을 많이 찍은 편이었다. 둘 다 풍경 보며 연신 감탄. 그리고 오전부터 색깔이 변한 내 변색렌즈 때문에 전날 그렇게 웃고도 이날도 웃어댔다.

 

호박 같다. 귀엽다. ㄴㄹ가 일케 찍은 거 보고 예뻐서 따라 찍음.

 

 

역광이거나 말거나 마구 찍어댐.
뭐야, 구름. 귀엽잖아. ㅠ
협곡 봐라;;;;
미추어버리겠다잉?
길 좋고.

 

근데 정말 어떻게 지나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없냐;;; 이따금 트럭이 산 쪽에서 내려온 걸 제외하면 화엄사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은 그림자도 못 봤다. 둘이어서 다행이었다.

 

 

산에 들어섰다. 개울을 보자 화엄사에 가까이 왔다는 실감이 났다. 절은 보통 개울을 따라 있더라. 아마 물을 긷기 위해서였겠지?

 

 

만지지 마, 귀찮다긔!

 

너무 예뻤던 아해.

 

 

입을 가리고, 귀를 막고, 눈을 가린 부처님. 각각의 의미가 있다.

보지 말아야 할 건 보지 말고, 듣지 말아야 할 건 듣지 말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말며 살자, 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ㅠ 나약한 중생이라. ㅠ

최근 자유와 해방을 위한 가치가 타인을 배제하고 비난하는 명분으로 쓰이고 있는 모습이 왕왕 보여 마음이 아프다.

나는 종교가 없다. 그저 나 자신에게 간절히 말한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기를,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지석(비석을 받친 돌)은 몸은 거북, 얼굴은 용. 재미나서 한참 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한옥은 산과 어우러진다는 게 보인다.

 

 

 

 

기와가 만든 독특한 창틀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약수. 시원했다.

 

화엄사에 오자 사람이 많았다. 우리와 달리 주차장에서 온 사람들. 그래, 여기 사람들 있는/오는 곳이야. ㅠㅠ

 

 

구층암이라는 곳이 보여서 가기로 했다. 대나무가 양쪽에 늘어서 있다. ㄴㄹ 뒷모습.

 

구층암.
작은 찻집. 차 마실 사람은 전화하라고 번호가 적혀 있었다. 우린 잠깐 앉아서 다리만 쉬고 나왔다.
하늘 예뻐!

 

ㄴㄹ는 나보다 한자를 잘 아는데 엉뚱하게 읽기도 해서 둘이 또 그거 가지고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네. 사진 찍어서 글자 인식하는 앱으로 점검함. ㅋㅋㅋ

 

주차장 입구에 서 있던 호랑이상. 귀엽다.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ㄴㄹ : 좀 기다려야 해도 버스타자.

나 : ㅇㅋ

 

첫 번째 버스 정류장 도착. 그냥 거리였다. 거기서 막연히 기다리기에는 너무 추웠다. 정거장 두 개를 걸은 뒤에야 사각 유리로 막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 시간표를 보았다.

노선표를 보자 꿈도 희망도 없는 느낌. ㅋㅋㅋ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기약이 없는 것이다. 택시를 부르느냐, 걷느냐.

우리는 걷기를 택했다.

 

한없이 걷는데 흰색 마을 버스가 우리를 지나쳐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런데 버스가 멈췄다. 나는 뛰기 시작했다.

 

ㄴㄹ : 뛰지 마. 소용없어.

 

그래도 나는 뛰었다. 버스 기사님이 문을 열어주었다. ㄴㄹ도 달려왔다.

 

버스 기사님 : (어깨 으쓱) 초보 운전자면 그냥 지나쳤지. 난 베테랑이라서 버스 탈 손님이라는 걸 알아봤다니까?

 

기사님이 서울 버스는 정류장에서만 서고, 정류장에서만 타고 내릴 수 있다. 구례 버스는 택시다, 아무데서든 태워주지 않으면 왜 지나갔느냐고 항의 전화 온다고 설명해주었다.

 

버스가 하루에 여덟 대 밖에 없으니, 그래야 하는 것이었다!

 

숙소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느새 노을이? 산이라 일찍 지나 보다. 내려갔을 때는 아직 낮이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이유로 잠깐 숙소에 들렀었다. 숙소 사장님이 중국집 추천. 하지만 우린 '청와대'라는 이름에 꽂혀 ㅋㅋ 청와대 중국집에 가기로 함.

 

3. 청와대 (중국집)

 

양 진짜 많았다. 소자가 서울 대자.

 

삼선 짬뽕

 

짬뽕 끝내주게 맛있었다. 낵아 양이 적어 짬뽕 1, 탕슉 1을 시킴.

 

ㄴㄹ : 보통 둘이 오면 식사 2, 요리 1을 시켜야 하는데......

나 : 그래서 ㅈㅁ이랑 둘이 수원 여행갔을 때, ㅈㅁ이 너 그리워했어. ...

 

하지만 진짜로 둘 다 배 터지게 먹었다. ㄴㄹ는 탕슉 먹다 멈췄으니까. 낵아 남은 거 다 먹음. 둘이 깔끔하게 그릇 두 개 비움. 뿌듯 ^^

 

ㄴㄹ의 두 번째 충격 고백이 있었다.

 

ㄴㄹ : 나 보통 짬뽕과 짜장 중 고르라면 짜장 골라.

 

나 : 여기서는 차돌박이 짬뽕, 그냥 짬뽕, 삼선 짬뽕 중 고민하다 삼선 짬뽕 (네가) 골랐잖아.

ㄴㄹ : 여긴짬뽕 맛집이라고 하니까.

 

이제껏 ㄴㄹ, ㅈㅁ과 만나 중국집을 가면 우린 무조건 짬뽕과 탕슉이었다.

전에 내가 짜장 1, 짬뽕 1, 어때? 했을 때 ㄴㄹ는 "짬뽕 2개로 하자." 라고 했었다.

 

나 : 전에 ㅈㅁ이랑 셋이 중국집 갔을 때, 낵아 짜장 1, 짬뽕 1, 탕슉 시킬까? 하니까 걍 짬뽕 시키자고 해서 짬뽕 2개 시켰잖아.

ㄴㄹ : 거기도 짬뽕 맛집으로 알려진 데였잖아.

 

초딩 칭구 ㄱㅇ은 쟁반짜장을 좋아한다. 그래서 중국집을 갈 때면 쟁반짜장 맛집을 고른다.

그러니까 내 생각은, 짜장을 더 좋아하면 짜장 맛집;;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였다.;;;;

청와대에 가자고 한 건 ㄴㄹ였다는 거.

 

ㄴㄹ와 나는 고딩 때부터 친구고, 둘이서 여행온 게 이 번이 세 번째인가 그럴 거다.

그런데 여태 ㄴㄹ가 빵을 싫어하고, 짬뽕보다는 짜장인 걸 몰랐다고?

저번에 태백 여행 갔을 때도 짬뽕 골랐잖아. 거긴 맛집이라는 거 모르고 걍 눈에 띄어서 들어간 곳이었는데.

짬뽕 진짜 맛있었다. 난 철저히 짬뽕 과;; 라 알 수 있었음.

 

저번 수원 여행 때 ㅈㅁ과 낵아, 무려 초딩 때부터 칭구인데, 서로 먹는 양을 텄는데, 이번 ㄴㄹ의 대사가 압도적으로 놀라웠다.

 

대화가 필요해~ 우린 서로 너무 잘 몰라~

 

4. 카페 다올

 

나 : 숙소에 가면 누워있는 것 밖에 할 게 없어. 난 카페 들렀다 갈게.

ㄴㄹ : 엎드리면 되잖아.

나 : ..... 처, 천잰데?

 

나는 카페로, ㄴㄹ는 쉬러 숙소로. 청와대 바로 옆에 있던 카페 다올에 가서 그림을 몇 점 그렸다.  커피가 진하고 맛있었다. 너무 배부르지 않았으면 조각 케이크 하나 먹었을 텐데 아쉽다. 

 

 

 

내일 일정을 생각할 때였다. 집에 갈 때 차시간은 오후 4시. 내일은 사성암에 가기로 함. 문제는 가방.

구례역에 코인라커가 있는데, 어머 세상에, 현찰만 된대!

혹시 몰라 구례역에 가서 직접 확인해 봄. 현찰만 됨.

구례역. 밤에 보니 또 다르네.

 

숙소로 돌아옴.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숙면! (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