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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청주] 더마크호텔, 국립현대미술관, 피카소 도예전

by 운가연 2024. 2. 27.

1. 여행 가자!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몰리면 꾸는 꿈이 몇 종류 있다. 하나는 연쇄살인범에게 쫓기는 따위의 불안한 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꿈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가는 꿈이다.

 

여행가는 꿈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유적지, 한적한 산과 호수, 강, 오래되고 예쁜 골목길. 그러나 매번 길을 잃고 헤맨다. 그래도 예쁜 풍경이 있고, 여행 왔으니까, 길 잃고 헤매도 괜찮다, 는 마음이 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무의식이 만드는 꿈이다.

 

꿈속의 여행지는 늘 동남아였다. 물론 실제 동남아는 아니다. 꿈속에서 내가 그렇게 느끼고, 유적지나 자연 풍광이 동남아 느낌이다.

 

오래 전 혼자 떠났던 첫 배낭여행, 3개월 간 태국과 캄보디아를 돈 여행이 몹시 좋았고, 그 기억이 각인된 것이다.

 

그러다 작년(23년) 1월에 ㄴㄹ와 구례를 다녀온 뒤, 꿈 속 여행지가 우리나라로 바뀌었다. 구례가 오래도록 이어온 꿈이 바뀔 정도로 좋았는 줄은 꿈을 꿔서야 알았다.

 

그래서 또 여행을 가고 싶었다. ㄴㄹ도 구례가 좋았던 터라 또 여행 가자고 했다. 이번에는 ㅈㅁ도 합류, 목적지는 청주였다.

 

청주가 된 이유는, 청주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피카소 도예전을 보고 싶어서. ㅋㅋㅋㅋ

 

동의하고 같이 가 준 칭구들, 고맙다. ^^

 

 

2. 출동!

 

우리 중 유일하게 운전 가능한 능력자, ㅈㅁ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나는 장롱면허, ㄴㄹ는 면허를 따야 하는데 올해 안에 딸 거라고.

 

ㄴㄹ와 ㅈㅁ이 퇴근하고 7시에 삼송역에서 만났다. ㅈㅁ이 동네 빵집에서 마늘크림빵, 마늘빵, 생수까지 알차게 준비해 옴.

 

빵은 맛있게 달았다. 지나치게 단 디저트는 부담스러운데, 마늘향 덕분인지 역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너무 설탕맛만 강하면 역하더라고.

 

ㅈㅁ : 맛있는데 몇 입 먹으면 질려서 1년에 한 번만 먹어.

 

그러겠더라. 한 번은 맛나게 먹을 수 있으나 계속 먹기에는 지나치게 달아 질릴 맛.

 

숙소에 거의 다 와서 길을 잘못 들었다. 도로가 요상했다. 네비에 뜬 모양을 보니 네잎 클로버 모양. 한 번 잘못 든 덕에 제자리에 찾아갈 때까지 네 잎 클로버를 따라 돌아야 했다.

 

ㄴㄹ : 오, 행운의 네 잎 클로버. 이번 여행 잘 풀리겠다!

 

그렇다!

 

숙소에 도착. 난생 처음 보는 기계식 주차. 차를 넣고, 사이드 미러 닫고 나와서 차 번호 등록하면 저절로(?) 주차가 되는 시스템. 처음 접하는 우리는 안내판을 보면서도 어리버리했고, 호텔 직원분이 와서 설명해주심.

 

얼마 전 저런 자동 주차를 구상했는데, 이미 실현된 거였;;;; <- 무지한 인간. ㅋ

 

숙소는 더 마크 호텔. 침대가 3개 있는 방이 있어서 골랐다. 다른 침대 3개 있는 숙소는 다 에어비앤비로 호텔보다 비쌌다.

 

3인실은 깨끗하고 넓었다. 욕조와 입욕제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생리 중이라 못 씀. ㅠ ㄴㄹ도 생리 중. ㅈㅁ만 씀.

ㅈㅁ이라도 쓴 게 어디냐.

 

욕실과 화장실 따로, 세면대는 방에 있는 형태라 누가 씻을 때 화장실 갈 수 있어서 편했다. 다만 간접조명만 있어서 어두웠다. 방에서 그림 그리거나 하기는 눈이 침침함.

 

침대 3개면 3인실인데 어째서 1인 추가는 요금이 발생하는지 - 발생하나 받지 않겠다고 함 ㅋㅋ - 모르겠다.

조식도 2인까지 무료, 1인은 만 원 내야 함.

우린 만 원 내고 다음 날 조식 먹기로 함.

 

첫 날은 도착하니 끝났다. (24.02.23)

 

3. 더 마크 호텔 조식

 

 

백미밥과 흑미밥, 잡채, 깍두기, 달걀 프라이, 양배추 샐러드, 소시지 야채볶음, 콩나물 북엇국, 식빵, 토스터, 버터와 잼, 라떼/아메리카노 등이 나오는 커피 머신, 맥심 믹스커피, 우유, 감귤 주스가 있는 뷔페식이었다.

 

숙박비 포함이면 나쁘지 않았다.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하니 괜찮았다.

 

눠 있는 ㅈㅁ ㅋㅋ

 

ㅈㅁ은 그린 쪽과 본의 아니게 모델이 된 쪽 중 누가 굴욕;;인지 모른다고 했으나....;;;

나는 선이 재밌게 나온 것 같아서 이 그림 마음에 든다.

 

최근 또 열심히 그림 그리자, 모드인데, 뭐랄까, 그림이 정체기랄까.

 

효찬쌤의 그림 강좌책 <드로잉의 왜곡>을 샀다. 거기서 '이미 충분히 잘 그리는 당신. 하지만 매일 같은 것만 그리는 당신.'이라는 구절 보고 오열했다.

 

도약이 필요하다. 효찬쌤 미술 수업 신청! 3~4월 두 달간, 주1회 총 6주 수업을 받기로 했다. 효찬쌤이 전시회 때문에 3월에는 2회 수업.

 

4. 가즈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품은 104점(이라고 기억)으로 이건희 개인 소장품이다. 얼마나 돈이 많기에 피카소 작품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을까? 이 돈은 어떻게 번 걸까?

 

노조 협상을 해서 임금을 올려주는 것보다 노조 협상 안하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한다.

국가 기관도 연봉 올려달라니까 변호사 써서 막는데, 그 변호사 비용이 노조에서 요구한 인상 연봉보다 비싸다고 한다.

... 그래야겠니, 정말?

 

인건비를 제일 하찮게 생각하는 게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 최근 전세계 슬럼을 다룬 책 <슬럼, 지구를 뒤덮다>를 읽으며 자기애와 인류애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토록 거대한 시스템이 가하는 무소불위의 폭력에 대해 개인이 뭘 할 수 있지?

 

며칠 전부터 디지털 컴퓨터를 만드는데 일조한, 즉, 컴퓨터 개발 초기부터 함께한, 요제프 바이첸바움의 책 <이성의 섬>을 읽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군나 벤트가 요제프와 문답을 주고 받은 걸 엮은 책. 여기서 '모든 개인이 전 인류의 안녕이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구절을 만났다. 책임감에 대한 내용이었다.

개인이 무력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개인이 무력하지만은 않다. 해답처럼 느껴지기도 거대 자본의 무시무시한 폭력 앞에서 여전히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생각을 요구하는 책이라 천천히 집중해서 읽고 있다.

 

전시품 자체는 좋았다. 영감과 열정이 샘솟는 느낌도 받았다. ... 지만 백지를 앞에 두면 무력(...)하고 멍해지지. ...

 

피카소 전은 5층이었다. 4층~1층은 수장고이자 전시관이었다. 본디 작품 보관소였는데 작품이 점점 쌓이며 전시관으로도 활용하기로 했다고.

 

4층은 드로잉전, 3층은 디지털 전, 2층에는 모네 등 이건희의 개인 소장 그림 몇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피카소의 작품과 모네 그림 등을 개인이 소장한 걸 보자 위화감과 박탈감이 몰려왔다.

 

물론 나는 돈이 있어도 굳이 명화를 개인 소장하고 싶지 않다. 지금 가지고 있는 책 정도는 소유할 수 있는데도 책을 줄여나가며, 최소한의 소유로 살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그러나 안 갖는 것과 못 갖는 건 다르다. 돈이 많다는 건 뭘까? 개인 소장한 작품 만으로도 전시관을 채울 수 있을 만큼 돈이 많다는 건, 그런 삶은, 어떤 걸까?

 

 

디지털전, 조각전, 드로잉전, 모두 흥미로웠고, 나도 무언가 멋진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욕도 마구 마구 솟았다.

디지털 전에서 박물관 사진에 광고 이미지를 붙인 작품은, 광고/상업적 세상에 대한 비판인데, 나는 저 방식이 몹시 매혹적으로 느껴지며 여백이 많은 건물을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쿨럭;;;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사진 촬영이 가능해서, 영감을 받은 작품은 마구마구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