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갔다.
4~5개월이 지난 지라 그새 기억이 흐릿해졌네. 온라인으로 표를 예매했던 것 같은데 매표소 직원이 뭔가를 요구했다.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파파고를 써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파파고는 깔아두고 왜 활용을 안 하니. ㅋㅋㅋㅋ
베트남은 기차에 탈 때 탑승자가 생년월일을 써서 줘야 하나 보다. 혹은 외국인에게만 허락되는 것일 수도 있다.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의사소통 성공.
문득 의문. 우리나라가 숫자 7을 쓰는 방법이 다른가? 우리나라는 7이라고 쓰거니 7이라고 쓰잖아. 베트남/일본은 7이라고 쓰고 세로 줄 중간에 가로줄을 하나 더 긋더라. 나는 7이라고 써서 그쪽에서 9인지 4인지 뭔지 다른 숫자로 오해했었다. 해외여행시 참고하자.
ㅈㅁ은 서서 기다리며 답답했는지, 이 다음 날 투어 때 가이드가 표 끊어오자 잇몸 만개했다. 너무 편하다고. ㅋㅋ
저번에 다낭, 호이 안 여행 때는 도시 간 이동을 택시로 했었다. 그때는 대중교통을 잘 몰랐고,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을 간 지 10년이 훌쩍 지났던 터라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베트남 두 번째고,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서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택시 타고 기차역, 기차역 매표소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시간이 걸린 점 등등이 ㅈㅁ에게는 힘들었던 터라, 하노이로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탔다.
기차 밖에 보이는 풍경은 야자수처럼 낯선 나무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지방으로 빠질 때처럼 건물이 줄고 초록색이 이어졌다. 비석 등을 파는 곳으로 보이는 곳들도 종종 보였다. 기차로 얼마나 걸렸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두어 시간 정도였던 것 같긴 하다.
베트남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기간은 45일이고 비자를 발급 받으면 90일까지 머물 수 있다. 90일 비자 받아 베트남 횡단 여행을 해보고 싶다.
2. 목이 말랐다.
나는 물을 가지고 다니는 걸 몹시 귀찮아한다. 숙소 나오기 전에 충분히 마시고, 중간에 카페에서 쉴 때 음료 마시고, 숙소 가서 또 마신다. 여행 다닐 때 이 패턴에 익숙해져서 물 없이도 잘 다녔는데 너무 목이 말랐다. 검색해 보니 기차에 식당칸이 있다고 했다. 물을 사러 이동해 보는데 카트가 보였다!
카트 미는 남자에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너무 흥이 올라 있었다.
그리고 카트가 왔을 때 내가 산 건 물 한 병이었다.;;;
남자는 몹시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ㅈㅁ : (한국어로) 우리가 큰 손님이 아니었어.;;;
그랬다.;;; 괜히 호들갑 떨어서 미안했다.
이후에도 카트를 끌고 와 음식, 음료 등을 파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20대 정도의 남자가 제발 사 달라고 사정했다. 나와 ㅈㅁ은 배가 고프지 않아 안/못 샀다.
그제야 문득 이 사람들이 기차역에서 월급 받는 사람들이 아닌, 자영업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까 물만 산 게 엄청 미안해졌다. 그렇다고 먹지도 않을 간식을 사기도 그랬다. 다행이랄지, 우리 앞 베트남 사람이 샀다. 남이 사준 거 내가 고마워할 일은 아닌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마음도 참 이상한 마음이다.
지금 나는 이 일이 기록에 남길지 말지 고민했을 만큼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이유가 뭔지 생각한다. (가난할 수도 있는) 자영업자에게 괜한 기대를 하게 한 게 미안해서? 거절해서? 딱히 거절을 못하는 성격도 아니다. 나보다 약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해서? 그냥 내가 때로 소심해지는 인간이라? 이것들이 각기 다른 비율로 섞여 있겠지.
베트남 기차도 순방향, 역방향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순방향 중간, 그쪽이 역방향 중간이라 마주보는 테이블이었다. 예전에 우리나라 기차는 의자를 돌릴 수 있었다. 즉 4인석 마주보는 자리를 만들 수 있었던 거. 이거 지금도 무궁화는 되려나 모르겠다.
암튼 우리 앞은 베트남 남녀, 일행이었다. 연인이나 부부로 추정되었다. 여자분은 날씬하고 예뻤고 가는 내내 뭔가 먹더라. 나도 한 때는 겁내 잘먹었는데.... 이젠 예전만큼 못 먹는다. 크앙-
며칠 전 아버지와 순천에 다녀왔다. 기차를 타기 전에 밥을 먹었고, 4시간 내리 기차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내리자마자 밥을 먹자고 했다. 나는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기차 타기 전에 먹은 게 그대로 위에 있는 느낌. 밥 먹고 4시간 꼼짝도 못하고 앉아 있었는데 저녁이 들어감?
아버지 : 너 소화기관이 안 좋구나.
내가 소화기관이 안 좋은 것인가, 아버지가 좋은 것인가? 우리 앞에 있는 여자분이 소화가 잘 되는 분인가, 내가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인가.;;;
베트남에서 이날, 아침 먹고 관광하느라 내리 걸었다. 기차는 점심 무렵에 탔는데도 배가 하나도 안 고팠다.;;
이번 여행, 나름 알차게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죄 소품이고 풍경을 안 그렸더라. 크아아아앙-
3. 닌빈 도착. 에메랄다 리조트 닌빈으로 이동했다.
역 앞에서 과자를 사서 리조트로. 아마 리조트에도 매점이 있었을 것 같긴 하다. 있었을 거야. 여행 준비를 꼼꼼하게 안 해서 그렇지. ㅋ
그랩이 안 잡혀서 역 앞에 있는 택시를 그랩 비용으로 탔다. 그런데 기사가 리조트 위치를 모르더라. 주소 줌. 역 앞에서 손님 기다리던 택시가, 닌빈에서 유일한 5성급 리조트라는데 위치를 몰랐다는 게 좀 이상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
베트남 오기 전날 제대로 잠을 못 잔데다 계속 짐과 씨름하고, 기차 매표소 앞에서 대기 타느라 힘들었던 ㅈㅁ. 오늘은 리조트에서 호캉스를 즐기기로 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생리 터짐. ㅠ
수영장 이용을 못하면 리조트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ㅠㅠ 욕조도 못 쓰고. 흐어어어어어엉-
저번에 호이 안에서도 리조트에 묶었다. 그게 내 인생 첫 리조트.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나는 리조트 체질이 아냐. 숙소에 붙어 있는 거 잘 못함. ㅋㅋ 호캉스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거. 리조트는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있어서 나가 놀기 불편함. 리조트에 식당이 있긴 한데 ㅈㅁ이나 나나 막 끌리는 메뉴가 없었다. 그 많은 메뉴 중에 말이지;;; 음식 자체는 괜찮았다.
ㅈㅁ : 여기 풀과 나무가 많잖아. 그런데 벌레가 없어.
정말 그러했다. 우리나라는 흰 먼지같은 벌레들이 구름처럼 무리지어 날아다니거나 조명에 홀린 날파리들이 날아다녀야 하는데, 낮에도, 밤에도, 풀에도 조명 쪽에도 벌레가 없었다.
다음 날 보트를 탈 때도 양쪽에 수풀이 우거져있는데도 벌레가 없었다. 신기하다.;;
4. 에메랄다 닌빈 리조트 그림들
풀과 나무, 꽃, 건물이 잘 어우러져서인지 여러 점 그렸다.
조금 아쉬웠던 둘쨋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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