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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찬 전시회 : 네가 없다면, 나는 무엇일 수 있겠는가 - 24.07.26.

by 운가연 2025. 2. 20.

김효찬 전시회

 

2018년 12월에, 아마 페북이었던 것 같은데, 4주 짜리 드로잉 강좌 광고가 떴다. 즉흥적으로 신청. 김효찬 쌤을 만나게 된 날이다.

 

나름 그림을 그리려고 아등바등 해 보았다. 전에도 썼을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그림은 뭔가....... 안 풀린다.;;;;

그러니까 내 작업, 내 일은 구상안이 나오면 이리저리 요리조리하면 되겠다, 싶고

결과물이 그럭저럭 내가 구현하려던 것과 유사하게 나와주는데

그림은 도무지;;;; 뭔가 뜻대로 풀리질 않아. 그리고 싶은 심상은 언제나 막연하고 어떻게 풀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결과물이 그 자체로 나쁘진 않은데 내가 그리고팠던 건 이건 아닌데, 싶고...

 

그래서 나름 취미미술학원 이런저런 온/오프라인 강좌를 들으러 다녔는데, 이따금 분기점이 되는 수업, 정확히 선생님이 있다. 처음으로 내게 "잘 그리니까 일부러 어려운 거 내 준 거예요." 한 쌤, 꽤 오래 다니며 많은 걸 배운 홍대 취미 미술학원 ㅎㅇ쌤, 그리고 효찬 쌤이다.

 

효찬 쌤 덕분에 밑그림 없이 드로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공간 드로잉이 가능해졌고, 망치는 그림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밑그림 없이 그리게 된 건 너무나도 편해서 그림 그리는 속도와 즐거움이 둘 다 올랐다.

 

ㅎㅊ 쌤 전시회는 다 가고 싶은데 인생이 뜻대로만 굴러가진 않네. 크앙-

그래도 이 날은 가서 즐거웠다.

 

 

효찬 쌤은 일러스트/삽화와 순수미술을 둘 다 한다. 극단적으로 간략화한 그림, 추상화, 디테일하게 그리는 그림, 공간 왜곡까지 별 걸 다 하신다. 그런데 이건 어느 정도는, 눈을 타고난 게 있다.

 

중1 담임 쌤은 수학이었다. 이 쌤은 숫자에 탁월한 기억력이 있었다. 첫날, 친해지고 싶은 아이 두 명씩 적어서 내라고 한 뒤, 일주일에 한 번 자리를 바꿀 때 그 아이들이 짝꿍이 되도록 아이들의 번호를 칠판에 썼다.

 

이를테면 3, 18, 26, 9, 35, 이런 식의 무작위 숫자에 가까운 걸 매주 단 한 번도 막힘없이 적었다. 경이로웠다.

 

마찬가지로 효찬 쌤도 공간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각이 있다는 거.

그런 능력은 몹시 부럽다. 물론 효찬 쌤은 공간지각이 특화된 만큼 그로 인한 자기만의 고충도 있다.

저런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그런 어려움 쯤 기꺼이 감수하고픈 그림러들이 널렸겠으나, 다른 이의 고충을 쉽게 말해서도 안 되

 

그런 시각을 가지지 못했지만 나는 또 나 나름의 그림을 그려가야지. 어쩌겠는가. ㅋ

 

골목 드로잉

 

전시회에 왔던 분들과 저녁을 먹고 2차를 갔다.

 

낭만人家

 

 

가게 이름이 예쁘다. 낭만人家. 중의적 의미가 있다. 가게도 구석구석 예뻤다.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님들 주는 티셔츠가 있었다. 저 티셔츠 편하고 예뻐서 잘 입고 있다.

 

이날 음주 드로잉 했는데, 하도 여기저기 그림을 그리는 데다 이게 작년(24년) 7월 일이라 ㅋㅋ 못 찾겠다. ... ㅋㅋㅋ

고양이 그림이 있는 노트였던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설마 잃어버리거나 어디 두고 왔나;;;

.... 집 정리하다 어느 구석에서 나와주길. 크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