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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 히구치 특별전 - 24.10.19. 더 현대 서울

by 운가연 2025. 4. 17.

 

 

1. 전시회 정보를 알려줬던 뫄뫄와 함께 유코 히구치 전시회를 보러 갔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싶어하는 그림과 닿아 있는 그림들이었다.

 

확실히 그림은 실물을 봐야 한다. 이렇게 작을 줄 몰랐다. 손바닥만 한 그림들도 있었다.

그 작은 종이에 이렇게 집요하게 디테일들을 채워 넣는다고?

시력이 좋은 건가, 시계 수선공처럼 특수 안경을 끼는 것인가.

아이패드는 확대라도 하지, 종이 그림인데?

 

그림들은 정말 멋졌는데 이상하게 사진은 찍지 않았다. 왜 안 찍었는지는 지금도 생각 중이다.

내 취향이라 지나치게 영향 받을까 봐?

이미 이런 섬세한 펜화로는 경지에 오른 작가들이 많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더 헌대 서울 부근 풍경. 이날 무겁게 깔렸던 구름, 밤하늘, 근사했다.

 

2. 뫄뫄와 근처에서 밥을 먹고 커피와 케이크로 2차까지 때렸다.

 

밀린 일기 정리 주간이다. 어째서 지난 일기마다 다시 못 볼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 있는 거지?

뫄뫄와는 작년 12월에 틀어졌다. 우린 30년 가까이 알아오며 한 번도 싸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지나갈 줄 알았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싸우기도 했던 ㅈㅁ과는 지금도 잘 지내는데,

싸운 것 까지도 아니고, 내 의견이 자기와 많이 달랐다고, 이렇게 손절한다고?

 

아버지에게 미주알 고주알했다. 평소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력이 좋지 않은,

즉, 잘 듣지 않는 아버지가 귀를 기울여 들었다.

 

아버지 : 세월이 필요하겠구나.

 

아버지의 말은 언제나 현명하다. 시간이 아니라 세월이 필요한 일이었다.

 

속상했고, 화도 났고, 기다려보려고도 했다.

셋이 있던 단톡방이 있었다. ㅈㅁ이 어느 날 조용히 나가기를 했다. 몰랐다.

그 뒤 뫄뫄가 조용히 나가기를 했다. 난 혼자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야 알았다.

그날, 아마도 막연하게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 뫄뫄와는 다시 볼 일 없으리라는 걸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흔이 사랑은 깨져도 우정은 깨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친구로 지내자는 말로 거절을 표하기도 한다. 친구는 헤어질 일이 없다나?

그럴 리가. ㅋ

연애를 몇 번 못해 본 입장에서, 친구랑 결별한 경험이 훨씬 많다고.

 

지난 일기 정리하다 보면 아마 몇 번 더 이 뫄뫄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더 이상 나오지 않고,

나는 예전에 쓴 글을 보다, 얼라? 이런 일이 있었지, 참, 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