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회 정보를 알려줬던 뫄뫄와 함께 유코 히구치 전시회를 보러 갔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싶어하는 그림과 닿아 있는 그림들이었다.
확실히 그림은 실물을 봐야 한다. 이렇게 작을 줄 몰랐다. 손바닥만 한 그림들도 있었다.
그 작은 종이에 이렇게 집요하게 디테일들을 채워 넣는다고?
시력이 좋은 건가, 시계 수선공처럼 특수 안경을 끼는 것인가.
아이패드는 확대라도 하지, 종이 그림인데?
그림들은 정말 멋졌는데 이상하게 사진은 찍지 않았다. 왜 안 찍었는지는 지금도 생각 중이다.
내 취향이라 지나치게 영향 받을까 봐?
이미 이런 섬세한 펜화로는 경지에 오른 작가들이 많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2. 뫄뫄와 근처에서 밥을 먹고 커피와 케이크로 2차까지 때렸다.
밀린 일기 정리 주간이다. 어째서 지난 일기마다 다시 못 볼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 있는 거지?
뫄뫄와는 작년 12월에 틀어졌다. 우린 30년 가까이 알아오며 한 번도 싸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지나갈 줄 알았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싸우기도 했던 ㅈㅁ과는 지금도 잘 지내는데,
싸운 것 까지도 아니고, 내 의견이 자기와 많이 달랐다고, 이렇게 손절한다고?
아버지에게 미주알 고주알했다. 평소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력이 좋지 않은,
즉, 잘 듣지 않는 아버지가 귀를 기울여 들었다.
아버지 : 세월이 필요하겠구나.
아버지의 말은 언제나 현명하다. 시간이 아니라 세월이 필요한 일이었다.
속상했고, 화도 났고, 기다려보려고도 했다.
셋이 있던 단톡방이 있었다. ㅈㅁ이 어느 날 조용히 나가기를 했다. 몰랐다.
그 뒤 뫄뫄가 조용히 나가기를 했다. 난 혼자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야 알았다.
그날, 아마도 막연하게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 뫄뫄와는 다시 볼 일 없으리라는 걸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흔이 사랑은 깨져도 우정은 깨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친구로 지내자는 말로 거절을 표하기도 한다. 친구는 헤어질 일이 없다나?
그럴 리가. ㅋ
연애를 몇 번 못해 본 입장에서, 친구랑 결별한 경험이 훨씬 많다고.
지난 일기 정리하다 보면 아마 몇 번 더 이 뫄뫄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더 이상 나오지 않고,
나는 예전에 쓴 글을 보다, 얼라? 이런 일이 있었지, 참, 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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