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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호두까기 인형

by 운가연 2022. 12. 23.

1. 22년 12월 22일, 2가 많이 들어간 날짜에,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에서 하는 호두까기 인형 발레를 보러 갔다.

 

지인이 못 가게 되어 갈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표를 준다고 해서 덥썩 받았다.

마감이 이어지는 나날이지만, 발레 공연을 안 보러 갈 수가 있나.

발레 공연은 손 꼽을 정도로밖에 못 봤다.

 

2. 공연.

 

때는 크리스마스.

아이들이 신나게 크리스마스를 만끽한다. 어린 발레리나/발레리노들이 많이 출연해서 놀랐다.

어린아이들이 연말에 공연을 위해 연습했다는 거잖아. 엄청 잘 추더라. 연신 감탄하며 보았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고, 마법사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준다.

여자아이들에게는 인형을, 남자아이들에게는 칼을 준다.

남자아이들이 칼을 가지고 놀면 여자아이들이 무서워서 웅크린다.

이 연출은 아쉬웠다. 펜싱도 여자 종목이 있고, 흔히 발레 하면 발레리나를 떠올리지만 발레리노도 있다.

남녀 모두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주거나 취향에 따라 칼과 인형을 선택하게 해줬어도 좋았을 텐데...

 

한 소녀만 특별한 장난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는다.

소녀는 호두까기 인형을 아이처럼 예뻐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호두까기 인형'이 그냥 인형 이름이려니 했다.

왜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했었다.

진짜로 호두 껍질을 부숴주는 인형일 줄 안 건 성인이 된 이후다.;;;;

 

소녀는 잠들고 꿈과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쥐들이 소녀를 공격하고,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은 소녀의 도움을 받아 쥐를 물리친다.

쥐 여왕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지만,

궁지에 몰리자 쥐 왕/남편을 부르는 연출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남편 뒤에 숨는 부인 같은 연출.

 

이후 소녀는 사탕나라, 꿈과 환상의 세계에 초대받아 여러 세계를 본다.

소녀 역 배우 힘들겠다.; 내내 꼿꼿이 앉아 있어야 했으니까.;;;

 

눈에 띄는 커플이 있었는데, 진짜 놀라웠다. 발레리나가 발레리노를 사뿐히 드는데,

혹시 딱 두 분이 있는 공간만 지구가 아니라 달인가요?

발레리나가 무게가 없는 사람처럼 솟구치고 깃털처럼 내려온다. 거기는 중력이 없나요?

마스크 안에서 입 떡 벌리고 봤다.

 

테트리스로 유명한 러시아 민속 공연도, 아라비안 나이트 풍의 공연도 있었다.

아라비안 풍의 발레리나/발레리노는, 음악도 한 몫해서 등장할 때마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한복을 입은 발레리노의 상모 돌리기, 역시 한복을 입고 소고를 든 발레리나,

한복을 변형한 발레복을 입은 아이들이 나왔는데, 우리나라 전통춤과 발레가 너무 잘 접합되고 어울려서 감탄했다.

잘못하면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발레로 이렇게 잘 어울리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감동하며 봤다.

 

중간에 "아~"로만 화음이 있는 곡이 있었는데, 사람 목소리가 낯설달지, 반갑달지?

대사없이, 노래 없이, 음악과 춤으로만 어우러지는 공연을 본 적이 없다는 걸 새삼 인지했다.

 

공연 시작 전에, 중간중간 멋진 모습이 나오면 박수치고 환호해달라는 안내가 있었다.

브라보! 는 솔직히;;; 오그라들어서 힘들고;;;; 우리나라 문화가 아니라서;;;;;

전에 본 발레 공연에서는 발레리노가 멋질 때, 발레리나가 멋질 때, 어우러진 무대가 멋질 때마다 지르는 소리가 다르다는

설명을 해주기도 했는데, 입에서 안나옴;;;

 

공연 시작 전에 펼친 두 손바닥 아래를 머리에 붙이면 왕을 뜻한다고 해서, 언제 그 동작이 나오나 기다렸는데

없던 건지 놓친 건지 모르겠다.;;;;;

 

공연 후 한 팀씩 나와서 인사할 때 다 소리질러주고 싶었는데, 체력이 후달려서;;; ㅠㅠㅠㅠ

발레리나를 어깨에 메고 온 아라비안 발레리나/발레리노는 진짜 소리 질러주고 싶었는데, 체력이 ㅠㅠ

 

3. 함께 보러 간 지인과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마시며, 폭풍 수다를 떨다

 

시간이 늦었음을 아쉬워하며 일어났다.

또 보고 싶다,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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