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원에서 일이 하나 생겼다.
5년 전 전주, 군산, 부여, 공주를 여행하고 돌아오다가 수원에서 내려 잠깐 돌아본 적이 있다.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내렸던 거였는데, 볼게 많았고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수원에 플라잉수원이라는 열기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더 가고 싶었다.
5년 만에 다시 가게 되었다. 아쉬움 없이 보고 오리라 다짐하고 3박 4일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4시경 일하는 분들과 만나 차를 얻어타고 수원으로 갔다.
볼일을 마친 건 9시가 넘은 시각.
서울에서 온 친구 ㅈㅁ과 합류했다.
2. 권선시장 맛집 - 하기고기, 숯불 닭갈비와 숯불 돼지갈비, 숯불 삼겹살
권선시장은 현재는 권선11번가 시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여전히 권선시장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맛집 검색하면서 권선시장은 지도에 안 떠서 한참 헤맸다.
권선11번가 시장은 족발 골목이었다. 여러 족발집들 중 인기있는 족발집을 찍어두었다.
ㅈㅁ과 권선 11번가 시장 도착. 우리가 가려던 집은 오늘 휴일이었다.
무작정 걷다 보니 "하기고기"라는 숯불 닭갈비 집이 보였다.
ㅈㅁ : 저거 먹자!
숯불 닭갈비를 파는 곳이 드물어졌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다. 우린 둘 다 양념파.
2인분 시켰는데, 뭐야, 맛있잖아!
초벌구이해서 나와 은은한 불향에 달지 않고 매콤하니 맛있었다.
바깥에서 먹는 음식은 너무 달아서 질릴 때가 있는데 정말이지 적절했다.
맥주가 급 사라짐.
검색 없이 충동적으로 온 곳인데 맛있어서 여행 온 느낌이 물씬 풍겼다.
늦은 시각이라 우리 포함 손님은 두 테이블이었다.
먹으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소주를 한 병 추가했다.
그 순간 ㅈㅁ과 내 눈빛이 부딪쳤다.
ㅈㅁ : 마음이 편해졌어.
나 : 나두. ㅋㅋㅋㅋㅋㅋ
마음 편하게 1인분 추가했다. 까르르-
메뉴.
숯불돼지갈비
16,000원
숯불통삼겹살
15,000원
숯불양념닭갈비
14,000원
숯불소금닭갈비
14,000원
백김치도 담백하니 깊었고, 콩나물 무침이랑 깻잎 장아찌 등 기본 반찬들도 맛있었다.
ㅈㅁ은 살을 좋아하고 나는 뼈 발라먹는 거 재밌어해서 음식 궁합이 잘 맞는달까.
다만 둘 다 양이 줄어서, 추가한 1인분은 다 못 먹음. 혹시 포장 가능한지 여쭈니 포장을 해주셨다.
뼈는 안쪽이 덜 익었다고 익혀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심.
사장님이 첫인상은 무뚝뚝한 듯한데 속 깊은 친절함이 있는 느낌.
전에도 썼지만, 서울 가게 사장님은 훈련/준비된 친절함이 있고,
지방은 대체로 자기 인물상에서 묻어나오는 친절함이 있는 것 같다.
3. 숙소 + 에어비앤비 선택 요령.
* 전망을 중시할 때는 층수를 확인해야 한다. 높아야 전망이 좋음.
* 최근 리뷰가 있는지를 필히 확인해야 한다.
* 여러 방을 굴리는, 사실상 업체가 하는 곳은 관리가 소홀할 확률이 높다. 차라리 모텔이 편할 수 있다.
* 전자식 도어락 안쪽에 보면 얇은 직사각형 버튼이 있다. 그거 길게 누르면 안에서 잠기고 바깥에서 비번 쳐도 못 연다.
* 에어비앤비에서는 이걸 필히 눌러야 함.
혼자 여행와서, 공장제 같은 모텔방에 있으면 급 우울해진다. 전망이 좋아야 한다.
이번에 고른 숙소도 테라스가 있는 곳이었다.
에어비앤비 사진에 조명 킨 테라스가 너무 예뻤다.
그런데.............................
1) 테라스에 모기향이 없었다. 구경갔다가 각다귀 보고 퇴각;;;;
각다귀는 모기처럼 생겼는데 한 20배 큼.
2) 방에 홈매트가 없었다. 모기 열심히 잡음. 천장과 벽에 이전 손님이 퇴치한 모기 사체가..... ㅠ
3) 맥주병 따개가 없었다!
맥주병 따개 없는 곳 처음 봄. ...
ㅈㅁ이 가위 톱니 부분으로 병 딸 수 있다고 함.
해봤는데 쉽게 잘 따짐. 헐, 가위 톱니 부분이 병따개였어!
잡지식이 +1 되었습니다. ...
4) 밤 10시 이후 사용불가. 테라스에서 요리 절대 불가.
주택가였기 때문에 소음 관련 민원이 들어오나 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에어비앤비에 써뒀어야 한다.
예약하고 돈 낸 뒤에 알려주면 어쩌라는 거지?
에어비앤비는 빨리 취소하면 100퍼 환불인 곳도 있는데, 여긴 심지어 무조건 부분 환불이었다.
문제는 이 숙소가 부제를 '파티룸, 바베큐 파티'라고 박아 뒀었다는 거다.
바베큐 파티를 누가 실내에서 해? .....
적어도 저 부제 정도는 삭제해야 하는 거 아냐?
10시 이후 테라스 사용 불가긴 한데, ㅈㅁ은 1박 하고 갈 거라 혼자 조용히 밤을 즐기는 건 괜찮으리라고 생각했.... 지만 안나갔다.
테라스 의자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다.
여행 도중 비가 왔다.
매트리스 위에 일반 천을 둔 지라 비 오면 비 맞고 햇빛에 자동 말림 되는 시스템(?)인 걸 보고 앉을 마음 가심.;;
에어비앤비 주인이 와보지 않는다는 뜻.;;
테라스 자체는 예뻤지만 야경은 안 보임. 주택가니까.
ㅈㅁ왈. 저층은 야경 안 보여.
전망을 중시할 때는 층수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에어비앤비 사진에도 야경은 없었어.;; 낵아 괜한 기대를 했군.;;;
최대 6인이 있을 수 있는 곳인데 식탁 의자는 2개가 전부.
좌식 큰 테이블은 다리 하나가 나갔음. ...
여러 방을 굴리는, 사실상 업체가 하는 곳은 관리가 소홀할 확률이 높다.
이럴 거면 차라리 모텔이 편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가 모텔/모텔형 호텔보다는 실내 인테리어가 예쁜 정도.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 상호 평가제라 다들 조용히 평가 안하고 지나가기로 한 듯.
앞으로 에어비앤비 예약할 때는 최근 리뷰가 있는지를 필히 확인해야겠다. ㅠ
5) 호스트가 있으면 청소업체가 안 와야 하는 거 아냐?
다음 날에는 일찍 나갔지만, ㅈㅁ 가고 혼자 남은 그 다음 날은 늦잠 자고 미적거렸다.
11시 5분 경 누가 비번을 누르는 거샤.
전자식 도어락 안쪽에 보면 얇은 직사각형 버튼이 있다. 그거 길게 누르면 안에서 잠기고 바깥에서 비번 쳐도 못 연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이걸 필히 눌러야 함.
전에 언젠가 에어비앤비에서 자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술 마신 남자 2인이 들어옴.
호스트가 한 건물 내에 여러 방을 굴리고 있었음.
이 에어비앤비 자주 이용한 게스트가 술 마시고 방 호수를 헛갈리고 우리 방에 온 건데
호스트가 비번을 안 바꾼 지라 문이 열린 거.
기절하는 줄 알았었다.
암튼 비번을 누르며 누가 들어오려고 하기에 "누구세요?" 했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속 비번을 누르는 거샤.
나 : 누군지 묻는데 왜 말을 안하세요?
청소원 : 안에 사람 있어요?
... 그럼 지금 대답하는 제가 설마 유령일까요? 라고 말하진 않았다. ......
나 : 누구시냐고요?
청소원 : 안에 사람 있어요?
이걸 반복하다가, 청소업체 분이라는 걸 알고 옷 좀 갖춰입고 - 잠옷바람이었다! - 문 열겠다고 하니 가버리심.
어처구니가 없었다. 투숙객이 있을 때는 호스트가 청소업체에 오지 말라고 전해 두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럼 전날에는 문 열어보고 짐 있는 거 보고 그냥 갔던 거야?
이 청소원이 그냥 간 건, 문 열고 나랑 이야기했다가 혹시 내가 "와다다다닷 왈왈!" 할까 봐 였던 것 같다.
그러진 않았을 거다. 그 분의 잘못은 아니니까.
솔직한 후기와 별점 테러의 차이는 무엇인가.
별점은 5개 주고 솔직한 후기를 남길지 고민했지만....
그냥 조용히 살기로 했다. ... 힝....
4. 뜬금없는 이야기. 나는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다.
자기계발서는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가장 핫한 장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챗GPT로 '썼다'는 책이 자기계발서잖아.
그게 어떻게 챗GPT가 '쓴' 건가, 이너넷에서 떠도는 말들 기승전결에 맞게 정리해서 내놓은 거지. ...
검색과 뭐가 달라. 질문이 창작을 바라는 거였다고 챗GPT가 창작하는 게 아냐. ㅠ
챗GPT는 창작과 검색을 구분하지 않아. 질문 입력하면 걍 검색해서 가져오는 거라고. ㅠ
암튼 자기계발서는 연령을 막론하고 가장 잘 팔리는 책으로 이 정도면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자기계발서는 크게 성공과 마음의 평화로 나눌 수 있다.
성공은, "너으 노오오오오력이면 뭐든지 다 해낼 수 있다."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무한 긍정으로, "만인이여 , 만인에게 투쟁하라, 너는 승리할 수 있다!" 를 강론한다. 문제는 시스템에 있다. 노력은 시스템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극소수만 성공할 수 있는 길로 사람을 내몰고, 시스템은 갈수록 이상해지고, 결국 성공의 길은 점점 좁아지게 된다.
마음의 평화는, 세상사 마음 먹기 나름이라고 한다. 역시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건 외면하고 너으 마음만 편하면 되는 거야, 를 강변한다.
이를테면, 아, 숙소 잘못 잡았네, 이미 예약한 거 어쩌겠어. 까르르- 는 괜찮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이니까.
세상이 잘못되어가고 있고, 실제 내 삶을 운영하기 버거운 일들이 산적했는데 행복이란 마음 먹기에 달린 거야, 는
아니에요, 아닙니다. ...
결론. 이 숙소가 기대에 못 미친 건 사실이나, 수원은 늦게까지 밖에서 놀다 올 수 있어서 3박 4일 간 편하게 잘 지내다 왔다. 침구류가 편해서 잠은 잘 오더라.
예전에 저녁 6시밖에 안 됐는데 식당들이 다 문 닫아서, 역 근처는 뭐라도 열었겠지, 하고 역쪽으로 가서 빵집 찾아 빵 사들고 모텔에 와서 황망해졌던 적이 있다.;;
그 뒤 전망 좋고 예쁜 숙소에 집착하게 됨.;;;
이번에 도시에 따라 다르다는 걸 알게 됨.
수원은 깨끗한 모텔 잡아도 충분할 것 같다. (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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