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여행 #1 - 진짜 가자!(현재글)
이번에는 진짜 가자!
여행 관련 버라이어티쇼를 볼 때나 다른 사람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엉덩이가 근질근질해져 지인들에게 여행 가자며 흔들어대곤 했다. 이번에도 뭐에 홀렸는지 고딩 친구 ㄴㄹ에게 여행을 가자고 했다. 무려 4년간 달려온 여왕님 초고를 마치고 기분이 휑했었는지 뭐 때문이었는지 지금(2015년 8월임)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어떻든 이 때는 말만 하지 말고 날을 잡자고 했다. ㄴㄹ 콜! 고민하던 ㅈㅁ도 합류, 1박 2일로 떠나기로 했다.
이 친구들과 동남아 배낭여행을 가자고 했던 때가 2013년이니 2년 만에 1박 2일이나마 마침내 떠나게 된 것이다. 쿠오-!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딜 갈지 의논하다 처음 나온 곳은 단양이었다. ㅈㅅ과 1박 2일로 가기로 했던 곳인데 여차저차하여 결국 못 갔다. 왜 단양이냐? ... 별 이유 없었다;;;
이때만 해도 국내 여행은 거의 다녀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을 찾다가 강재(당시 열렬히 보던 드라마의 주인공)의 고향(ㅋㅋ)이라는 이유로 낙찰된 것. ㄴㄹ, ㅈㅁ과 카페에 모여 단양 정보를 찾다보니... 아, 여기 너무 넓고, 관광지들이 너무 떨어져 있어서 차 없이 다니기에는 무리였다;;
ㅈㅁ에게 면허가 있지만 보험 관련 문제로 아버지 없이 혼자 차를 탈 수 없었다. 보험은 며칠 안에 해결된다고는 하는데 당시 초보 운전인 ㅈㅁ이 차를 몰고 여행을 가는 건 아무래도 힘들 듯 했다. 난 장롱 면허라 운전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기막힌(!) 안을 냈다.
나 : 이거야, 이거! 스카이 싱싱이다! 바람을 맞으며 나무 사이를 스카이 싱싱을 타고 달리는 거지. 어린 시절 추억 돋는다!
검색해보니 접이식 스카이 싱싱도 있었다. 괜찮을 것 같았다. 길이 다 포장도로라면 말이지.
비포장도로를 만나면 짐이 된다. 게다가 1박 2일 여행 한 번을 위해 스카이 싱싱을 사? 이 뒤 언제 또 탄다고?
... 뒤늦게 아주 이상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펜션도 위치가 애매하고, 차가 없으면 이래저래 힘든 도시라 결국 단양은 포기. 어딜 갈까 하다가 두 번째 나온 안이 태백이었다.
작년 가을에 혼자 정동진에 가서 해 뜨는 걸 보고 왔더랬다. 집에 오며 태백을 지나쳤다. 별 생각 없이 검색해보니 꼭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태백 시내도 이런저런 볼거리들이 있을 듯 했다. ㄴㄹ도 태백에 대해 찾아보더니 시내가 작아 차가 없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도 크게 부담되지 않을 곳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태백으로 낙찰!
문제는 숙소였다. 태백은 펜션이 별로 없었고, 휴가와 해바라기 축제가 겹쳐 대부분 방이 다 차 있었다. 이리저리 검색하고 의논한 끝에 그냥 모텔에서 자기로 했다. 블로그에서 추천한 꿈모텔에 전화해보니 굳이 예약할 것 없다고 하더라. 예약 전화를 처음 받는 눈치였다.
하기사, 역 주변이면 널린 게 모텔 아니겠나, 숙소는 도착하면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기로.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기차표. 15~16일 예정이었는데 16일에 돌아올 기차표가 마땅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도 되니까. 일단 기차는 예약 걸어놓기로...
그러다 며칠 후 좋은 소식이 들렸으니, 14일에 광복 70주년을 맞아서인지 어째서인지 휴일이 되었다는 것. 그리하여 14일 금요일에 내려가 15일에 올라오기로. 15일은 토요일이니 직장인인 누리도 부담이 없었다. 이제 14일만 기다리면 되었다.
오랜 로망, 스케치 여행
스케치 여행을 가고 싶었다. 2년 전 태국 여행의 목표도 가서 그림 많이 그리고 돌아와 그림 전시회를 열자는 거였다. *두둥*
여행기도 낼 수 있나 알아보고. *두두둥*
그 여행은 못 갔지만 이번 여행에서 스케치 여행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거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정동진 때도 스케치북 가져갔지만 그 덕에 자연물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해서 이 여행 전에 짬짬이 나무, 원거리 풍경 수채화 연습을 좀 했다.
연습하며 뒤늦게 도구의 중요성을 알았다.
일단 폼이 나려면 스케치북 겸 여행기를 쓸 수 있는 실제본 하드커버 스케치북이 필요했다. 저번에 샀던 AD 스케치북은 수채화를 전혀 먹지 않았다. 수채화는 두껍고 표면이 거친 종이에 해야 한다는 기본 사실조차 몰랐다. 종이는 그냥 다 종이 아니었어? ...
호미화방에 가서 적당한 스케치북을 찾으며 깨달음을 얻었다.
수채화용 스케치북은 비싸다. 당연히 그냥 여행기 쓰고 낙서할 수 없다. ....
수채화용 스케치북 따로, 여행기 쓰고 소소한 그림 그릴 스케치북 겸 공책을 따로 구비해야 했다. *두둥!*
붓은 그냥 가지고 다니면 상하니까 붓용 필통도 필요했고, 사쿠라 코이 파레트에 들어있던 물붓은 너무 꾸져서 새 물붓도 필요했다. 아아, 스케치 여행이란 만만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거시다..................
여행 스케치북으로 산 AD는 수채화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 것도 새로 살 순 없다! 일단 샀으니 다 써야 한다! 여기다는 수채화 안 하고 펜화나 소소한 여행 기록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훗훗-
여행 준비 마지막, 집 비울 준비
고작 하루 자고 오는데 할 일들이 많았다. 개수대에 담가놓은 설거지 해치워야 했다. 놔두면 물 썩을 테니;;
요즘 키우는 상추, 깻잎 등등에게 물을 듬뿍 줘놔야 했다. 가릉이, 연이 밥그릇에 밥도 채우고, 여분 물그릇도 만들어두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치우고……. 별 것 아닌 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비올 지도 몰라 우산을 가져가야 했는데 3단 작은 우산이 없어, 어마마마 댁에 가서 하나 빌려오기도 해야 했고.
이제, 준비는 끝났다. *두둥* (201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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