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역과 효창공원앞역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다.
가좌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는 '경의선 숲길공원'이라고 하고 홍대입구역에서 대흥역까지는 '경의선 책거리'라고 하고,
홍대입구역에서 효창공원앞역까지는 '경의선 공원'이라고 부른다.
볼일이 있어서 나가는 김에 홍대입구역에서 가좌역 방면으로 좀 걸었다. 가좌역까지 가지는 않았다.
볼일도 보고, 사진도 찍고, 햇빛도 쬐고. ^^
날씨가 화창해서 이날 찍은 사진은 보정 없이 올린다.
하늘은 파랗고 쨍했고, 기온이 훅 올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바깥에서 덥다고 느꼈다.
친구들과 함께, 연인과 데이트를 하며, 유모차에 탄 아기와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만 보면 세상 참 따뜻하고 좋은 곳 같다.
사는 데는 가끔 그런 판타지가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비둘기 사진도 찍었는데 예쁘게 나오지 않아서 안올림.
여담이지만 나는 사람들이 비둘기를 미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지나다니는 거리, 사는 집, 음식점, 다양한 가게들이 있던 자리는 한때 숲이었고 강이었고 개천이었다.
도시는 수많은 나무를 베고, 산을 깎고, 개천을 메우며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동물, 곤충들이 멸종되었다.
비둘기는 생명력이 좋아서 도시에서도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모든 생명에게는 존중이 필요하다.
경의선 숲길거리를 여러 번 걸었는데, 오늘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여기, 원래 물이 있었냐?;;;;
전에는 못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개천이라 부르기에도 조금 수줍은 수로는 얕고 좁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쳐서 걸으면 안 보인다.
혹은 보고도 뭐야, 저것도 개천이야? 하고 머릿속에 남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오늘은 수로에 눈이 갔다. 뭐야, 이 수로, 예쁘잖아!
수로에 건물과 나무가 비치는 모습이 예뻐서 걸으면서 계속 사진을 찍게 되더라.
물에 비친 풍경은 때로 고전 유화같다.
발목까지나 오려나. 이 얕은 물도 풍경을 담아낸다. 속 좁고 얕은 나도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을까. ......
사진은 반은 사기라니까. 울창한 숲에 온 것 같잖아. 까르르-
가로수는 가지치기를 심하게 당한다. 시원스럽게 자란 나무 사이를 걷는 기분이 쏠쏠했다.
어릴 때 살던 집 마당에 이 꽃나무가 있었다. 누군가 내게 금잔화라고 알려주었고, 그런 줄 알고 살았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금잔화를 검색하니, 완전히 다른 꽃이 나와 충격받았다.
너, 누구니;;;
이 꽃사진은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다, 걷는 김에 걷자고 걸은 경의선 책거리에서 찍었다.
경의선 책거리는 여차저차해서 자주 가는 곳인데 이상하게 사진을 안 찍는다.
너무 자주 가기 때문일까.
나는 집순이어서 외출을 싫어한다. 그래서 외출을 해줘야 한다.
안 그러면 컴퓨터 책상 - 냉장고 - 화장실의 삼각구도에서 갇혀 사니까. ...
너무 잦은 외출은 좋지 않다. 작업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
문제는 내일도 외출해야 한다는 거.;;;
기왕 해야하는 외출. 연이어 걸으니 좋은 일이라고 나 자신을 격려하자.
에 사진도 찍고. 녹음도 눈에 담고 예쁜 꽃이 보이면 찍기도 하고. 케세라세라. (23.04.19)
'당일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기] 경의선 책거리 - 아, 여행 가고 싶다. (0) | 2023.05.15 |
---|---|
[나들이] 마포새빛문화숲 - 4월, 철쭉 (0) | 2023.04.24 |
불광천, 초봄, 친구들과 (1) | 2023.04.17 |
불광천, 봄비 (1) | 2023.04.06 |
용산공원, 봄꽃의 향연 (0) | 2023.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