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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수원] 융릉과 건릉, 축만제, 카페 라르고 - 초록의 물결

by 운가연 2023. 6. 17.

1. 융릉과 건릉

 

숙소는 권선시장 부근이었다. 융릉과 건릉에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했다.

잠시 고민했으나 가는 길에는 택시를 타기로 했다.

 

기사님은 융릉과 건릉을 가봤는데 본인은 별로였다고,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은 가봐야죠, 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소위 '맛집'이라 불리는 곳이든 아니든, 좋다는 곳이든 별로라는 곳이든,

음식은 먹어 봐야 알고, 풍광은 봐야 알고, 연애는 해 봐야 안다(?).

 

친절한 기사님 덕에 가는 길이 즐거웠다.

여자분이셔서인지 햇빛이 뜨거운데 선글래스도, 모자도 없는 날 걱정하셨다.

 

저번 인천 여행 때, 해질 무렵 서쪽을 향해 걸을 때 넘나 고생했던 터라 선글래스를 맞췄는데 ㅠ

변색렌즈에 압축하려니 여행 전에 안 나왔음. ... 일찍 갈 걸 미루다. 히히

 

별로 아쉽진 않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필요없더라.

다만 썬크림을 깜빡한 건 조금 걱정되었다.

햇빛 쨍할 때 걍 돌아다니면 피부 트고, 이젠 회복 잘 안 되더라. 크흑-

그러나 이미 안 바른 거. 어쩌랴. ...

 

융릉과 건릉 앞에는 역시문화관이 있었다. 들어가서 찬찬히 읽어보았다.

융릉은 사도세자의 무덤으로 부인인 혜경궁 홍씨가 합장되어 있다.

건릉은 정조 사후 무덤인데, 부인인 효의황후 사후 물이 차는 문제가 있어

현재 위치로 옮겨졌고 효의황후와 합장했다고 한다.

보통 효의왕후라고 표기되는데, 여기는 효의황후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아마 고종이 대한제국을 건국한 당시 왕을 황제로 다 옹립하며 왕후도 황후가 되었던 것 같다.

혜경궁 홍씨는 설명판에 따라 혜경궁 홍씨 혹은 헌경황후라고 쓰여 있었다.

역시 고종이 황후로 올린 것.

 

왕이 죽으면 19겹으로 옷을 입히고 5일 뒤 90겹을 입히고 이불로 덮는다고 했다.

........... 더, 덥겠;;;;;;;

 

역사문화관을 나와 본격 탐방 시작.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들어간 순간 와- 탄성 내지름.

 

와- 소나무 봐!

 

나무들이 정말이지 엄청나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에도 써왔다. 그러나 이 날은 벗었다. 나무냄새를 맡고 싶었다.

짙은 나무 냄새, 풀냄새, 맑은 공기.

오길 잘했다.

 

보통 수원은 당일치기로 와서 수원화성 성곽길을 좀 걷다가 화성행궁을 보고 간다.

나는 어디든 두 밤은 자야 거기를 좀 봤다, 싶은 마음이 든다.

첫날은 볼일 마친 뒤 숙소 와서 자면 끝이라 3박을 예약하면서도, 바빠서 수원에 뭐가 있나 검색도 제대로 못했던 터라

3박 동안 재미나게 보낼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아니한 건 아니었는데

3박 한 덕에 구석구석 마음껏 보고 갈 수 있었다.

수원, 멋진 곳이다. 유적지, 박물관과 미술관, 숲, 뒤에 쓰겠지만 호수까지!

더 있지 못한 게 아쉬웠다.

보통 한 도시에 3~4일 있으면 다 봤다, 싶고 또 오고픈 마음이 잘 안 드는데, 수원은 가을에 다시 오기로 했다.

그땐 성곽길과 화성행궁의 가을을 보겠지. 복원공사가 끝났다면 새로운 곳도 볼 수 있을 거다.

이번에 못 간 광교저수지를 가야지.

 

이만큼 자라도록 나무들이 살아남은 지역 답게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도 있었다.

맹꽁이는 아주 깨끗한 환경이 아니면 살기 어렵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막고 있었다.

내 키만한 소나무도 있던 걸로 보아 계속 숲을 가꿔나가는 것 같았다.

 

융릉

넋놓고 걷다 융릉 지나쳐서 좀 돌아옴. ㅋㅋ

 

융릉
융릉의 표석과 비문이 있는 곳
건릉. 각도만 다를 뿐 건물 자체는 융릉과 같다.

건릉은 융릉과 같은 건물, 같은 형식의 무덤이라 사진을 또 올리진 않음.

 

뭐지, 이 만화나 애니에 나올 법한 귀여운 버섯은?!

 

융건릉에서는 고개를 30도 정도 들어서 나무 꼭대기와 하늘을 보며 걷는 게 좋다.

 

2. 서호공원

 

까치까치 ^^

버스를 타고 서호공원으로 왔다.

요즘은 카카오맵이나 네이버맵이 잘 되어 있어서, 지방여행을 갈 때도 버스 편을 알아보기 좋다.

뚜벅이에게 좋은 환경이 열린 것. ^^

 

서호공원에 들어섰다. 융건릉처럼 우뚝하진 않아도 토끼풀과 나무들이 서 있는 편안한 공원이었다.

슬슬 다리가 아팠던 터라 카페 라르고에 갔다.

라떼 4,500원. 크림치즈 데니쉬 2,000원.

우와 서울이었으면 이런 좋은 곳에서 저런 가격 절대 안 나왔을 텐데;;;

2천원 밖에 안하는데 빵도 크고 맛있었다!

커피도 진하고 좋았다. 커피커피~

 

큰데 시끄럽지 않았다. 빵 종류도 많아서 하나만 고르느라 애먹었다.

욕심 부리지 말자. 가지고 다니며 짐 되거나 짐 만들지 않으려 무리해서 먹게 된다.

딱 즐길 만큼만! 고심 끝에 골랐던 게 크림치즈 데니쉬.

계단 형태의 인테리어도 독특했다. 또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어제 그림일기를 그림.

카페에서 잠시 쉬고 나와 서호(축만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예전 이름은 서호, 지금은 축만제. 그래서 축만제에 붙어있는 공원 이름이 서호공원이었나 보다.

 

축만제는 정조가 수원화성을 축조하고 내탕금 3만 냥을 들여 만든 저수지라고.

당시에는 농업용수 공급용으로 쓰였고, 지금보다 컸으나 일제가 경부선을 지으며 저수지를 축소했다고.

그래서 한쪽이 직선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지도에서 보며 여기만 직선이네~ 했었다.

2016년 ICID(세계관개배수위원회)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나무위키 참고. 요약)

 

새를 본 순간 환호!

축만제는 큰기러기, 물닭, 흰뺨검둥오리 등 다양한 새들과 전세계에서 축만재에만 있는 서호납줄갱이의 서식지라고 한다.

서울에서는 참새 보기도 힘들어졌는데. ㅠ

비둘기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곳. ㅠ

 

전망대로 들어가는 문은 막혀 있었다.

 

 

 

맨발로 산책하는 어르신들을 스쳤다. 그제야 융건릉에서 "외국인도 많이 찾는 곳이니 맨발로 다니지 마세요." 라는 문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언젠가 맨발로 걷는 게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었던 듯한 기억이 났다.

그래서 맨발로 산책하는 분들이 있는가 보다.

 

그런데, 맨발로 걷는 게 벌레에게 쏘일 위험이 있거나, 자연에 피해를 줘서가 아니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는 것. 맨발로 걷는 게 뭐가 문제지? 자연에 피해를 주거나 당사자가 해를 입는 게 아니면?

올림픽 연다고, 외국인이 올텐데 보기 흉해서, 라는 핑계로 판자촌을 철거하기까지 했었다.

거기에 살던 사람들에게 제대로 살 곳도 정해주지 않고 말이다.

물론 그건 핑계였겠지. 다만 그게 핑계가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축만제 바로 옆에 있던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지난 길이었던 것 같다.

어느덧 장미가 져가는 계절.

 

이날 그림일기

발전없이 같은 방식으로 그리면 손이 질려서 ㅠ 그리는 방식을 바꿔봤는데 벌써 한계에 봉착한 느낌?! - 안 돼! ㅠㅠ -

 

힘내자. 크흑- (23.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