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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수원] 수원시립미술관 - 어떤 Norm(all), 물은 별을 담는다

by 운가연 2023. 6. 15.

1. 어떤 Norm(all) 전시 3관에서 못다한 이야기

 

관람객이 참여해 만드는 일종의 빅데이터

'우리'의 범위를 어디까지 생각하느냐, 는 성별/연령에 따른 도표를 만드는 게 있었다.

'가족'을 많은 사람들이 골랐다는 게 보인다.

이 외에도 다른 질문들도 있었다.

나는 참여하지는 않았다. 폐관 전에 다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이런 참여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2. 어떤 Norm(all) 전시 1관

 

여기서 기억나는 건 몸에 대한 이야기와 동성애자의 다큐멘터리였다.

 

1) 핏방울들의 이야기

 

화장실 생리대 쓰레기통에 버려진 생리대에서 나온 핏방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연출할 동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한 핏방울은 HIV 감염자였다.

현재 HIV, 에이즈는 관리 가능한 질병이라고 한다.

하지만 에이즈에 대한 공포는 존재하며, 가족들 또한 환자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한다.

 

생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생리에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생리대에 익숙해지는 거다." 라는 말에 대공감했다.

30년이 넘게 생리를 해왔는데 정말이지 징하게 익숙해지질 않는다.

 

10대~20대 때는 폐경이 오면 얼마나 편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폐경을 앞둔 지금은 편안함 반, 불안함 반이다.

 

확실히 편하긴 하다.

작년부터 생리양이 확 줄었다. 더 이상 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창 때는 자고 일어나면 생리대가 넘쳐서 속옷과 잠옷 바지와 이부자리에 피가 묻어 있고는 했다.

엄청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자다가도 소변보고 싶으면 깬다.

생리는 그냥 흐르는 거기 때문에 중간에 깨지 않는다. ㅠ

내가 갓 생리를 시작했을 때는 갓 일회용 생리대가 나오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엄마는 면생리대, 커다란 면을 겹겹이 접어 쓰고 세탁을 했었다.

생리를 시작한 후에야 그 천들의 의미를 이해했다.

내가 생리를 시작한 뒤에야 엄마가 요즘은 일회용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도, 엄마는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 딸의 생리대까지 세탁할 생각에 아득했을 것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아무튼 나는 일회용품을 썼다.

요즘은 팬티형, 수면용 대형 등등이 나왔지만 그때는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다.

당연하게 다 접혀서 나오지만 그때는 길게 펼쳐서 나오기도 했다. 발상의 전환이 이룬 쾌거? ㅋ

잘 때면 두 개를 잇거나, 생리용 이중 팬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샀다.

그래도 잘 때마다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일회용품이 편리하지만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생긴 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면생리대를 샀다.

면생리대라고 해서 걍 세탁기에 돌려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핏물 한 번 빼고 잠깐 담궈두고, 과정이 복잡하다.

바쁘거나 몸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생리할 때는 기본적으로 몸 상태가 좋지 못한 것이다. 따흑-

타협해서ㅠ 일회용품과 섞어 쓴다.

 

이제는 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혹시 모를 일이라 가장 다량이 나오는 첫날밤은 수면용 대형을 쓰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굳이 필요없었군;; 싶다.

그래도 아직은;; 마음이 불안해서 첫날밤은 대형을 쓴다.

 

낮에도, 순간 일에 몰두했다가 화장실 가서야 으악;;;;; 두 시간 전에는 갈았어야 했어 ㅠ 가 없다.

이건 분명 편안한 일이지만 불안함 또한 공존한다.

막상 폐경이 다가오자 호르몬 변화 등등에 따른 노화가 걱정된다.

나보다 몇 살 많은 지인들은 발열 때문에 죽겠다는 말을 한다.

발열은 명확한 원인 불명이고, 따라서 확실한 대처법도 없다. 생리통처럼 말이지. ...

복불복이라 그냥 가볍게 지나가길 비나이다, 모드다.

 

2) 동성애자의 이야기 - 스포일러 있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쓰는 거라 오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로, 동성애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가족, 애인, 형수의 가족을 찍은 것이다.

친부모, 형수, 형의 장모(사장어른)도 출연할 만큼 동성애를 지지해준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는 결말에 바로 그 '지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니 지금 너는 행복한 거라는 말이

마치 배려처럼 들리나 사실은 이상한 말이라고 말한다.

이성애자는 "결혼하겠다니 지지해." "결혼할 생각까지 할 수 있으니 세상 많이 나아진 거야." 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친아버지는 장남이었다면 반대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친어머니도 꼭 결혼까지 해야겠느냐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감독이 요즘 미드에서는 성소수자가 필히 나오니까, 순간 착각하게 된다고도 한다.

이제는 다들 수용한다고 말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미드에서 동성애자/양성애자 인물이 최소 한 명은 꼭 나오기 시작했다.

동성애를 반대(... 남 일에 뭔 반대하고 말고야;;;)하는 사람들은 그 미드를 볼 때 어떤 생각을 할까?

그냥 남의 나라, 남의 이야기, 드라마라고 보는 걸까?

판타지/SF 드라마/영화를 지금 현실과 분리해서 보듯?

 

3) 미래의 가족

 

여러 편의 단편 영화가 있었다.

폐관 시간이 다가와 두 편 밖에 못 봤는데 같은 감독 작품 같았다.

이쪽은 크게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영상도 많았는데, 정지된 화면에서 대사로만 진행되기도 했고,

이야기 구조에 한계를 느꼈다.

 

다양성을 주제로 한 설치물

프린터로 인쇄한 것도 있었다. 가져가도 된다고 되어 있어서 여러 디자인 중 하나를 즉흥적으로 골랐다.

흥미롭기는 했는데 형태는 달라도 색은 모두 똑같아서인지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긴 했다.;;;;;

어쩌면 그게 의도일까?

다 같다는?

 

2. 물은 별을 담는다

 

2층에서 하는 특별전으로, 1층의 세 전시와는 완전히 다른 주제다.

 

폐관시간이 다가오기도 했고, 고독사, 동성애 감독의 다큐멘터리로 인해 생각이 많아져 아주 집중해서 보지는 못했다.

 

수원작가의 작품들, 어디까지가 수원작가인가 하는 전시관에서 던진 질문, 수원에서 오래 살아야? 그럼 오래 산 외국인은? 등등, 나혜석과 백남석의 그림 등이 걸려 있었다. 참고로 두 작가는 실제 만난 적은 없다. 시대 차이가 있음.

 

다음 전시 예정 작가들의 대표작을 찍은 사진을 걸고, 전시하면 좋겠는 작가의 작품 아래에 공을 넣는 게 있었다.

관람객 입장을 배려했달지, 창작자에게 아픔을 준달지.;;; 투표가 끝난 시점이라 다행이랄지;;

 

3. 수원시립미술관 관람 참고사항

 

미술관 내 카페는 입장료 없이 이용 가능.

100원 코인라커가 있다. 가방 찾을 때 100원 반납됨.

요즘 동전 가지고 다니는 사람 없지. 표 끊을 때 직원이 빌려줬다. 반납함. ^^

진즉 알았으면 좋았을 걸.

이날 서울로 돌아갈 거라 가방 들고 수원화성 성곽길 걸은 ㅈㅁ에게 애도를;;;

 

예술인 패스가 있으면 무료 입장이다. 예술인 패스를 찍은 사진과 신분증만 있어도 무료 입장.... 인데 사진 안 찍어둠. ㅠ
되는 곳이 없어서 안 가지고 다닌지 꽤 됐는데... 따흑- ㅠ (23.06.08)

 

팸플릿 다꾸. 돌아와서(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