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너덜너덜한 수첩은 2010년 04월 21일, "어둠 속의 대화" 상설 전시회에 갔다가 받은 기념품이다.
그러니까 무려 13년 4개월 여 만의 작별이군.;;
4년을 책장 위에서 대기타다 14.05.21부터 가지고 다니는 수첩으로 쓰기 시작 15.09.28에 다 썼다.
수첩에 기록해뒀더라.
기록에 집착하는 건, 과도한 자기애이기도 하지만, 내가 시간을 허투로 보내지 않았다고,
자기 위안을 하고픈 몸부림이기도 하다.
2. 어둠 속의 대화
검색해 보니 지금도 상설로 하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촉각과 소리에 의존하는 전시였다.
안에 카페도 있는데 시각장애인들이 일하심.
시각 장애인이 되어 보는 전시회라고도 할 수 있다.
상당히 인상적인 전시였다.
수첩에 있는 점은 점자다. 무슨 뜻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어둠 속의 대화, 였을까?;;;
혼자 갔었고, 혼자 오는 게 더 좋다는 설명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의지할 사람이 없는 혼자라는 느낌?
물론 전시회에 온 다른 사람들이 있고, 아마 시각장애인 보조분들이 다치는 일이 없게 이끌어 줬던 걸로 기억.
다시 가보고 싶은데 게을러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ㅠ
올해 놓친 전시회가 벌써 몇이냐. ㅠ
3. 지난 번 다이어리와 비슷하다.
선 연습, 짬짬이 그린 그림, 두서 없는 낙서들.
자유로운 필체와 악필은 다르다는 걸 명심하고, 글자 공들여 쓰자.
다시 해독(...) 하느라 눈이 피로했다. .......
못 그린, 막 그린 듯한 그림이야말로 정말이지 노력한 그림이라는 거.
글자도 마찬가지인 거.
흘림체야 말로 어려운 글씨인 거.
역시 지난 번처럼, 다시는 볼 수 없는 아해들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아해들은 같은 아해들이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 ...;;;;;;;;;
나름 못되게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ㅋ
그러나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는 사람, 무난하고 동글동글한 삶이라는 게
과연 옳은 삶일까?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과는 결별해야 한다. 척을 지더라도 그래야 한다.
4. 몇 쪽만 뜯어내서 다이어리 꾸미기 용 수첩에 붙였다.
총 네 쪽 씀.
여기에는 올리지 않으려 한다.
재료 자체가 예쁘지 않았다.
선의 기본을 모르던 때라 그림이 지나치게 미숙하고, 개인적인 내용을 많이 썼다.
5. 가족 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때이다.
문득, 2014년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죄책감이 동반되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여기에 글을 쓰며 다시 마음이 달라졌다.
언젠가, 부모라 해서 자식을 뜻대로 키울 수 없듯
자식이라 해서 부모를 뜻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의 삶은 부모님의 선택과 의지와 상황과 여러 가지의 합산이다.
자식이 다 책임져줄 수 없다.
태어난 이상, 나도 내 삶을 살아야 하지 않는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나는 몇 살일까?
따위의 생각이 들 때마다 자기혐오가 몰아쳤었다.
결단코 진심으로 한 생각은 아니나 "내가 죽어야 끝나겠구나."라는 문장이 머리를 떠돌기도 했다.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딱 맞는 정육면체에 갇혀 꼼짝 못하는 느낌에 사로잡힌 날을 기억한다.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의 차이를 안 날이었다.
결국 최종 결정이 낳은 결과가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걸 알려주기도 했다.
내 죄책감이 가신 건, 결과로 인함이다.
6.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일에 나는 마음이 두근거리는 사람을 만났었다.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 몰랐다.
광화문에 갔고, 서명운동을 했고, 어느 순간부터 그저 기사로만 접하고 있다.
내 나이 곧 지천명,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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