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명과 합류해서 화성행궁으로 갔다.
안에 뒤주가 전시되어 있었다. 지난 번에는 못 봤던 것 같다.
ㅈㅁ : 왜 화성행궁에서 뒤주를 전시해? 저기서 사도세자가 죽었는데?
나 : 사도세자? 그럼 정조 아들인가?
화성행궁은 정조가 건축했다. 지난 6월에 왔을 때 수원화성박물관에 와서 화성행궁 건축 관련 설명도 보고, 심지어 영조와 정조의 무덤은 융릉과 건릉도 보러 갔으면서 그새 까먹은 나. ... 대단하다;;;
ㅈㅁ은 좋은 일도 아니었는데 굳이 뒤주를 전시한 걸 이해하지 못한 쪽. 나는 좋은 일이든 좋지 못한 일이든 전시든 기록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20대 초반, 도서관에 친일파 시인의 책이 있는 게 옳은가, 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상대는 친일 시인의 책을 도서관에 두면 안 된다, 였고 나는 친일을 한 시인의 존재 또한 우리의 역사고, 그 책을 도서관에서 치우는 건 손가락으로 내 눈을 가리고 하늘을 가렸다, 라고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 쪽.
태조가 "나 말에서 떨어진 거 사관에게 말하지 마." 라고 했더니 "왕이 말에서 떨어진 걸 사관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음."까지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처럼...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역사가 있을까. 과오 또한 기억하고 반성해 같은 일의 반복을 막아야 한달까. 개인적 생각임.
화성행궁은 준 박물관이기도 해서 주방인 수라간, 당시 쓰이던 악기 등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대장금에 나온 수라간이라는 설명이 보였다.
ㅈㅁ : 여기서 대장금 촬영했나?
나 : 아닐 걸? 그런 장소는 보통 드라마 한 장면 출력해서 걸어놓던데?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수라간은 촬영하지 않았어도 - 예시로 만들어둔 지라 좁음 - 화성행궁에서는 촬영한 적 있다고.
여담인데, 이 전에 혼자 그림 그릴 때 방화수류정(용연)에서 혼자 그림 그릴 때 사람 셋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가 얼핏 들렸다. 화성 짓는데 사람 몇 명이나 동원됐을까? 얼마나 걸렸을까? 그걸 누가 아냐. 기록 없지. 사람 엄청 죽어나갔을 걸? 등등의 대화가 들렸었다. 이건 또 작년에 수원화성박물관에서 본 기억이 났다. 동원된 사람 숫자,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엄청 신경 쓴 기록, 공사 기간 등등이 꽤 세세히 남은 문서가 있다는 것. 박물관 바로 근처에 있는데 본인이 찾아보지 않고 모르는 걸 기록 없다고 하지 맙시다, 라고 생각해 놓고, 나도 덮어놓고;;; "아닐 걸?" 함. ...
나란 인간. ...
관람객을 상대로 설명하는 해설사 모습이 보였다. 얼핏 화재 어쩌고 하는 내용이 들렸다. ㅈㅁ이 숙소에서 검색해보니, 수차례 화재 사건이 있었다고. 그중 한 번은 수원화성 갈대밭에서, 중학생이 핸드폰을 떨어뜨려서 어둠 속에서 찾기 힘들어 갈대밭을 태워서 *쿨럭* 찾으려고 했던 거라고 *쿨럭*
집에 와서 검색해 봤는데 나는 못 찾았네.
2. 무월에 갔다.
어젯밤에 지나가며 본 주점인데 엄청난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었다.
바깥에 종이 메뉴판이 있었다.
들어가니 매니저(?)가 예약했는지 물었다. 아니라고 하니 우리 가게 알고 왔는지 물었다. 아니라고 하니 비예약자는 빈 좌석 중 앉아야 하는데 괜찮은지 물었다.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 예약자 아니면 못 올 곳이면 바깥에 메뉴판을 왜 두지? 조금 당황했고, 가게 모르고 그냥 들어왔다는 말에 좀 마음 상한(?)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언제부턴가 과하게 구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보는데, 그에 견주면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자기 가게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은, 손님에게 거만(...;;;;)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다. 두어 번 겪어 봄.
여기는 그런 곳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ㅠ 라고 생각하며 일단 들어감.
내부는 무드 등. 분위기도 좋았고 음식도 맛있었고 종업원도 친절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앞에 그린 그림에 있던 초승달 모양 간판, 여기 거였다.
나는 맛나게 먹었지만 단술을 싫어하는 ㅈㅁ. 독도 소주를 시킴.
우린 더 이상 음식에 내숭을 떨지 않았다.
ㅈㅁ : 난 가리비 안 좋아해.
나 : 난 좋아하는데!
그래서 ㅈㅁ은 좋아하는 백합 위주로, 나는 가리비 다 먹음. 꺄하하하하하하하
계속 건져먹어도 조개가 계속 나왔다. 어패류를 즐기는 내게 행복했던 안주.
신선해서 맛있었고 국물도 진했다.
두 번째 안주는 육회. 난 육회 맛 잘 모름.;;
ㅈㅁ : 저번에 ㄴㄹ랑 셋이 갔던 집은 육회 자체가 맛있었고, 여긴 고기 자체의 맛으로 승부하네. 방향이 다르지만 여기도 괜찮다.
육회를 좋아하는 ㅈㅁ에게 흡족했던 모양.
행복했다니 다행이야.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나와서 화성행궁 야경을 감상하며 좀 걷다가 숙소로. (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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