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플라잉에서 내려 밥 먹으러 가는데 어떤 분이 재밌는지 물었다.
약 10분에 2만원이다. 고민될 만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는 알 수 없는 일. 백문이 불여일견.
지난 6월에 수원에서 융건릉에 갈 때, 택기 기사님이 "거기 별로 볼 거 없는데?" 했었다.
'왜 굳이 거길 택시까지 타고 가?' 라는 의문이 담긴 말이었는데,
곧, "자기가 보고 싶으면 봐야지." 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같은 풍경을 봐도 사람마다 감상은 다르기 마련이니까.
좋은지 좋지 않은지는 직접 경험해봐야 아는 법.
나는 융건릉의 우뚝 솟은 소나무 아래를 걸으며 황홀했었다.
2. 미디어 아트쇼
여행 기간과 미디어아트쇼가 운 좋게 겹쳤다. 둘 다 깜빡하고 있다가 가는 길에 보았다. 다행이다.
집에 간 뒤 생각났으면 두고 두고 아쉬웠을 듯.
이거 때문에 다음에 수원 오면 가을에 와야지, 생각했으면서. 깔깔-
사람도 적었고 아주 막 볼거리가 있지는 않았는데, 메인 행사는 끝났거나 아직 시작하지 않았거나, 저게 다거나 셋 중 하나겠지.
축제 기간에 연연하며 여행을 다니는 편은 아니다.
일정과 축제 기간을 억지로 맞추려다 보면 힘들더라.
사람이 너무 몰려서 정신없기도 하긔.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과다.
집 밖에서 자면서 잠깐 일 놓고, 좋은 풍경 보고, 맛난 음식 먹고, 맥주로 마무리하면 족하지 아니한가.
3. 시우 양꼬치
양꼬치를 사랑하는 ㅈㅁ. 양꼬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검색해서 찾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양꼬치 간판이 보였다.
별 고민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는 거.
양꼬치와 어향가지, 연태고량주와 맥주를 마셨다.
연태고량주가 소자가 없이 중자부터 있었다.
ㅈㅁ은 혼자서도 너끈하다며 중자를 시켰다.
대단하다!
연태고량주는 ㅈㅁ 때문에 몇 번 마셔본 술인데, 술 자체의 단맛으로 맛있다.
다만 독주에 약한 나는 두 잔만 마셨다.
담소를 나누며 먹고 마시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와서 학비를 벌기 위해 양말과 직접 만든 팔찌를 판다고 했다.
팔찌 무려 만 원;;;
현금이 없다고 하자 입금도 받는다고;;;
고민하다 샀다;;;
가게 사장님도 양말 사더라. 좀 놀랐다.
나야 드물게 겪는 일이지만 사장님은 종종 만나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
양말은 소모품이라고 해도 사장님이 선량한 분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학비가 진짜일까 가짜일까 고민하다 샀다;;;;
서울은 이런 행상인(?)을 만나기 힘들지만 지방에서는 가끔 보인다.
지하철에서도 수원에 가까워오자 물건 파는 행상인이 탔다. 깜짝 놀랐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지?
10년? 15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에서 소소한 물건을 팔거나 사연을 적은 종이와 함께 기부;;를 바라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카드가 보편화되며 사라졌다.
우리나라에 소매치기가 없어진/극히 드물어진 것도 지갑에 현찰을 안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 + 곳곳에 생긴 CCTV 덕이다.
그런데 수원 쪽으로 오자 보인 건, 어르신이 많이 타고 많이 탈 시간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 쓰는 걸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이 있거든. 물건도 어르신용 허리 보호대였다.
지하철 행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분들은, 카드로 바뀐 뒤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약 10년 전, 엄마가 가끔 붕어빵을 사던 포장마차가, 지나다니는데 방해된다며 철거된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가 혀를 차며 한 말이, 어조까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벌어먹게 놔두지."
어머니가 한 저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러게.
불편한 건 참을 수 있지만, 생존은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4. 숙소
정명과 이곳과 낮에 들어온 곳 중 어디가 정문인가를 두고 토론. 나는 조명이 있고 화려한 쪽이 정문이다, 였고, ㅈㅁ은... 에... 암튼 내 의견에 수긍하진 않았음.
나중에 직원에게 물어봤다.
직원 : ................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ㅋㅋㅋㅋㅋ
설렁설렁 걷는데 ㅈㅁ이 말했다. "어, 쟤 걔 아냐?"
6월에 왔을 때도 본 턱시도가 편의점 앞에 뙇! 하고 있었다. 세상 반가웠다.
집 근처가 아닌, 여행 와서 잠시 스친 고양이, 사실상 다시 보기를 기대한 바 없던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괜히 손 탈까 싶어 쓰다듬지 않았고, 넘도 우리와 거리를 유지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반가워하는 기미를 읽어서인지, 넘도 우리를 기억한 건지 다가왔다.
ㅈㅁ은 쓰다듬기도 했다.
ㅈㅁ : 우린 얘의 기대를 배신하면 안 돼.
크헉-
편의점에 들어가 보니, 어머 세상에, 츄르를 낱개로 팔았다!
나 : 야가 이 편의점 사장임. ㅋㅋ
아이는 신나게 받아먹었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가계부를 정리할 때, 편의점에서 1000원으로 뭘 샀나 한참 고민하다 기타 항목에 넣었었다. ㅋ
첫날밤이 지났다. (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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