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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가을 수원 3회차] #3, 카페 도화, 의왕호수 레일바이크와 스카이레일

by 운가연 2023. 11. 25.

1. 카페 도화

 

오전 7시경 눈이 번쩍 떠졌다.

 

집에서는 새벽 4~5시에 자서 8시간 반은 자는데, 자정 무렵 자서 7시 기상. 대단하다, 나 자신.

 

저번에 ㅈㅁ과 수원에 왔을 때는 일찍 연 카페를 찾아 헤맸다.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날 수원전통문화관에 있는 카페 도화가 오전 7시에 연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

ㅈㅁ은 좀 더 자고 나는 노트를 챙겨 나갔다.

 

펜과 슬쩍 색을 덧입히는 수채화를 잘하고 싶다. 히잉...

 

 

집에 와서 그린 카페 도화.  양쪽에 건물이 있는 느낌만 주려다 뭔가 이거 아닌데 싶어서 멈춤;;; 종이가 비어있는 걸 못 견디나! 여백을 두려워하지 말자!

 

카페 도화에는 바나나 브래드, 인절미 폭포 크로아상처럼 다른 카페에는 없는 독특한 시그니처 메뉴가 있는데, 아침부터 먹기에는 너무 달 것 같았다. 적당히 단 걸 좋아한다.

 

그림 그리고 노는 중에 온 ㅈㅁ. 2층이 전망이 좋을 것 같다는 말에 같이 2층으로 갔다. 2층에 올라갈 생각도 못/안하고 있던 나. 껄껄- 이러면서 여행 작가를 꿈꾸나. ...

 

ㅈㅁ은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뭔가 빵을 사들고 옴. 남의 빵이라 까묵. 그림 여러 점 그리고 수다 떨고 놀았는데도 10시 25분 밖에 안 되었다! 집이었다면 아직도 잘 시각. 여행 오면 부지런해지는 나님, 예쁘다.

 

르뱅 쿠키와 따뜻한 카페라떼

 

위 그림은 만년필로 그렸다. 십 몇 년 전;; 선물 받고 잉크를 안 사고 놔두던 걸;; 마침내 잉크도 사고, 펜촉이 너무 두꺼워 얇은 펜촉 사면서 써보고 있다. 아주 힘주지 않으면 굵기 조절이 되지 않는 게 아쉽다. 굵기조절이 될까 해서 만년필 써보려고 한 건데.

 

ㅈㅁ : 그림 그리는 만년필 맞아?

 

.... 그림에 좋은 거, 글씨에 좋은 거, 따로 있는 세계였고나, 만년필;;;

 

2. 의왕 호수로 갔다.

 

세 번째 수원이라 지난 여행 때 안/못 간 곳을 가고 싶었다. 

카페 도화는 장안문 쪽에 있었다. 여기서 의왕호수로 가려면 버스 혹은 마을버스를 타고 수원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거나  뭐 그래야 했다.

 

ㅈㅁ : 택시 타자.

 

레일바이크를 내켜하지 않는 ㅈㅁ이 같이 타준다는 게 어디냐. 냉큼 그러자 했다.

가면서 나는 ㅈㅁ에게 큰소리쳤다. "나 춘천이랑 영종도에서 레일바이크 혼자도 탔어. 나만 믿고 앉아만 계셩!"

 

레일바이크는 2인과 4인으로, 1인과 3인은 2인과 4인 요금을 내야 한다.

 

예약은 여기서 : https://uwrailshop.qpassk.kr/main.php

 

https://uwrailshop.qpassk.kr/main.php

 

uwrailshop.qpassk.kr

 

주중 2인 28,000, 주말 30,000. 주중 4인 36,000. 주말 40,000.

주중에는 예약할 필요가 없을 듯해서 딱히 예약하지는 않았다.

예약한다고 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춘천에서는 바로 출발했는데, 의왕은 주중에도 시간을 지키는지, 매표소에서 15분 후가 출발이라고 말해 주었다.

 

승질이 급해서 펜이 마르길 기다리지 않아, 손이 닿아 자꾸 번짐. ㅠ

 

마침내 출발. 안타깝게도 날이 흐려 예쁜 물빛과 하늘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

날씨가 선선해 타기는 좋았다. 문제는 생각보다 오르막길이 많은지 힘이 많이 들어갔다는 거다.

근력 운동! 근력 운동!

평소 운동 안 하니 이럴 때라도 하는 거야. 열심히 밟았다.

큰소리친 게 무색하게 ㅈㅁ도 밟아야 했다.

앞에 2~3팀이 있었다. 우리가 느릴 터라 제일 뒤에 타겠다고 한 것.

직원은 "다른 분들도 다 두 분씩인데요, 뭐." 했지만, 제일 뒤에 탄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앞사람들은 삽시간에 점이 되어 사라짐.

 

 

 

맥시멀리스트답게 꽉 채운 그림을 그리리라 다짐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생략의 미를 고심하는 나. ... 기특하다(?).

 

산책로도 가꿔져 있는 지라 걷는 사람도 많았다. ㅈㅁ이 몹시 부러워함.

호수를 바라보는 의자에 앉은 사람을 보며 ㅈㅁ이 말했다.

 

ㅈㅁ : 저기 앉아 있는 사람이 승리자다.

 

날이 흐려서 호수가 파랗게 빛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풍경을 보며 달리는 게 좋았다.

 

달려!

 

한가롭게 노니는 물새들.

 

물새 아닌 새는 뭐라고 해야 하지? 일반 새?

일반 새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깃털을 다듬고 먹을 거리를 찾아 부리를 움직이고 뛰고 난다.

물새들은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을 때가 많다.

 

 

그렇게 가다 보니 "힘내세요."라는 팻말이 나왔다.

뭐지? 지금까지도 힘들었는데 힘내라니, 얼마나 힘들기에?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ㅈㅁ과 나.

 

아니나 다를까,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 레일바이크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안돼!!!!!

페달이 정점에 오른 뒤 넘기려면 힘들다.

페달을 반만 밟아 올리고, 거꾸로 돌린 뒤 다시 반을 올리는 걸 무한;; 반복했다.

 

나 : ㅈㅁ아, 밟아아아아아아아앗!

ㅈㅁ : 그 핸드폰 내려놓지 못할끄아아아아앗!

 

ㅈㅁ은 낵아 사진 찍느라 페달 무성의하게 밟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님. 진짜 죽어라 밟았음. ㅠ

 

그렇게 겨우, 고비를 넘고, 의왕호수 한 바퀴를 마치고, 살아돌아올 수 있었다. 허억허억-

 

의왕 공원은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었다.

 

의왕호수에는 스카이레일도 있었다. 놀랍게도(!) ㅈㅁ이 먼저 타자고 했다. 나야 땡큐지!

바람이 불어서 50킬로그램 미만은 못 탄다고 한다. 참고로 우린 탔다. ...

체중계가 있어서 체중을 재야 함. 가방 들고 타기 때문에 가방 무게 포함.

바람이 없는 날에는 30킬로그램부터 탑승 가능. 9천 원. 시속 30~40킬로미터라고.

자동차에 비하면 느리지만 맨몸(?)으로 타는 지라 꽤 스릴 넘쳤다.

 

인생 첫 스카이레일이라 엄청 두근두근했는데, 탈 때와 내릴 때 사람을 너무 짐짝 취급하는 느낌.

어제 피곤하셨는지 다들 지쳐 보여서, 놀이공원처럼 환호;해주진 않아도 택배 상자가 된 기분이었다. ㅠ

그건 좀 아쉬웠지만 먼저 부탁하지 않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보인 풍경과 내 사진도 찍어주심.

감사합니다. *^///^*

 

계단을 좀 올라야 햇다. 씩씩하게 올라가는 ㅈㅁ의 뒤태.

 

의왕 스카이레일

 

 

의왕공원 앞에 있던 편의점. 이상하게 마음에 드는 풍경이다.

 

3. 일본 라면

 

택시를 타고 다시 수원으로. ㅈㅁ이 밥 먹자고 함. ... 벌써?!?!

그러나 배 고프다면 먹어야지. 일본 라면집에 갔다.

 

 

이게 2만 4천원이었다. 라면 값은 기억 안나지만 이 가격은 기억함. 28000원이면 튀김 포함 세트였다. 고민하다 낵아 양이 적어 단품으로 시켰는데 단품으로 시키길 잘함. 너무 함.

 

보면 꼬다리가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나는 작은 걸 먹고 싶었고, ㅈㅁ이가 큰 꼬다리가 있는 쪽 김밥이 가까워서 그걸 집기에 다행이다, 했는데 잠깐 눈 돌렸다 보니 작은 꼬다리가 사라져 있었음. ... 아니, 그런 배려 안 해도 되는데. ㅠㅠ

 

24000원이 아까워 꾸역꾸역 다 먹음.

 

몇 시간 뒤 ㅈㅁ이 저녁을 먹자고 하기에 말했다.

 

나 : 너와 같은 양 먹어야 해?

ㅈㅁ : ???

나 : 나 아까 김밥 두 조각이면 충분했거덩. 배 터지는 줄.

ㅈㅁ : 메이야?! 난 모자랐는데? 거기 라면 양이 적더라고.

나 : 아, 그러고 보니 적더라. 배 불러서 크게 신경 안 쓰고 지나갔네... 근데 왜 큰 꼬다리 나 줬어?

ㅈㅁ : 난 들어가서 쉴 거고, 넌 더 걷는다고 했으니 기력 보충하라고.

 

푸하하하하하하하하

 

ㅈㅁ : 우리가 진짜 중요한 대화는 안했고나.

나 : 그러게.

 

김밥처럼 개수가 눈에 보이는 걸 시키면 딱 반 갈라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ㅈㅁ은 아니었다.

저녁부터는 피차 자기 양껏 먹기로 함.

ㅈㅁ과 나는 초딩 때부터 인연이 있으며 중딩 때부터 본격적으로 칭구 먹고, 지천명을 향해 가고 있는데, 그동안 정말 중요한 대화는 안하고 살았던 것이다.

 

2002년 자두의 노래가사가 떠오른다.

 

대화가 필요해. 내가 너를 너무 몰랐어.  ....... (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