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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청주] 동방 생고기, 동부창고, 상당산성, 서문돌짜장, 영화 파묘

by 운가연 2024. 2. 27.

1. 미안하다, 취향이 아니었다. 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행 전 ㄴㄹ가 맛집을 찍은 지도를 보냈다. 처음에는 잘못 보낸 줄 알았다. 80개 - 추정 ㅋㅋ -가 찍혀 있어서.

그런데 ㄴㄹ가 다 자기가 찍은 거 맞단다. ㅋㅋㅋㅋ

으아니, 첫날은 자서 끝나니 사실상 1박 2일인데, 셋이 80군데를? ㅋㅋㅋ

 

그중 이날 점심은 간장 삼겹살과 돌짜장 중 택이었다. 둘 다 청주에서 유명하다고.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돌짜장에 한 표. 금용에 가기로 했다. 2시 반까지만 주문 받는, 일찍 닫는 식당이었다.

삼겹살이 더 먹고 싶었는지, ㅈㅁ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가자고 함.

 

그런데 줄이 너무 길었다!

삼겹살 집으로 향하며 ㅈㅁ, 잇몸만개.

 

ㅈㅁ : 줄이 길 것 같았지. 으하하하하하

 

줄이 길면 삼겹살을 먹으러 가게 될 것이다, 라는 빅피쳐가 있었던 것이다! ㅋㅋ

 

 

청주는 간장삼겹살이 유명하다고 한다. 여기가 그중 제일 가는 삼겹살 집이라고.

1층은 정육점, 2층은 식당이었다. 간장 소스에 썰어서 나온 삼겹살을 찍어서 구워먹는 것.

파절임, 콩나물, 버섯, 대파는 셀프.

 

나름 표정관리 한다고 했는데, ㄴㄹ가 눈치챘다. "이 돈 내고 이걸 먹느냐는 표정이야." 으악 ㅠㅠㅠㅠ

 

ㅈㅁ이 근래들어 한 외식 중 제일 맛있다고 해서, 표정 관리 하려고 진짜 노력했는데. ㅠㅠㅠㅠ

미안하다. ㅠㅠㅠㅠ

삼겹살 자체가 취향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었다. ㅠㅠㅠㅠ

 

서비스로 같이 나오는 순두부찌개는 맛있었다. 그런데 이건 ㄴㄹ 취향이 아님.

 

ㄴㄹ : 내가 추구하는 순두부찌개는 아냐.

 

사람 셋이 여행을 갔는데, 어찌 입맛이 다 같으랴. ㅋㅋㅋㅋㅋㅋㅋ

 

결론은, 나는 순두부를 좋아하기 때문에 식사 자체는 흡족했다. ^^

 

ㄴㄹ, ㅈㅁ과 있으면 내가 소식하는 사람이 된다. 나는 고기 딱 세 점;; 먹음.;; 그래도 먹는 시늉은 해야 할 것 같아서. ㅋㅋ

밥은 안 먹음.

 

즉, ㄴㄹ와 ㅈㅁ이 각기 밥 한 공기 + 삼겹살 1.5인분을 먹은 것.

심지어 ㄴㄹ는 배가 막 부르진 않아, 라고 말함. ... 꺅;;;;;

 

중딩 친구들이 만나면 고기 먹을 때 아무도 밥 안 시킴. 셋이 고기 3인분만으로도 배불러서 냉면도 안 시킴. ㅋㅋ

사람마다 식성이 다른 거.

 

2. 동부창고 카페

 

 

크고 사람도 많았는데 소리가 막 울리거나 시끄럽지 않은 게 신기했다.

커피는 4000원대로 저렴했다. 커피 3잔 조각 케이크 하나, 메뉴 네 개가 17,600원이었으니까.

서울은 5천 원 미만 커피는 찾기가 힘들 뿐더러, 간혹 있는 5천 원 미만 라떼는, 자칫 맛이 정말 극악하다.

우유 비린내 남. ㅠㅠ

 

여기 커피는 탄맛을 베이스로 했다. 신맛이 좀 더 취향이지만 진하고 맛났고 케이크도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ㅈㅁ은 엎드려 잠시 자며 피로를 풀고, 나는 최근 몰두하고 있는 타운쉽 게임하고, 그림을 그렸다.

카페 내부 그림은 성이 차게 나와 주지 않았다. ㅠㅠ

 

3. 상당산성

 

차를 타고 상당산성으로 이동. '상당산성'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나오자 ㄴㄹ가 말했다.

 

ㄴㄹ : 발음 되게 어렵다.

 

ㄴㄹ와 나는 갑자기 "상당산성"으로 절대음감 놀이를 했는데, 진짜 어려웠다. ㅋㅋㅋㅋ

자꾸 발음 꼬임.

 

 

 

 

이번 상당산성을 걸을 때는 이상하게 자꾸 땅에 눈이 갔고, 여러 얼굴을 만났다.

 

 

 

 

 

영화 파묘를 보고 불타오르고 있는 ㄴㄹ는 내가 발견한 얼굴을 볼 때마다 "파묘다!"를 외쳤다.

이때까지 난 아직 안 본 상태였다. ... 영화 이름도 처음 들음.;;;

 

애초 계획은 상당산성 길을 한 바퀴 돌 예정이었다. 그런데 앞에서 오는 분이, 반대쪽은 응달이라 땅이 얼고 미끄러워 등산 지팡이 등이 없으면 힘들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도로 후퇴.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 ㅈㅁ, 잇몸 만개하다. ㅋㅋ

걷는 거 좋아하는 칭구들과 여행 와서 맞춰주느라 고생했다.

 

4. 서문 돌짜장

 

저녁은 뭘 먹을지 열렬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ㄴㄹ가 이미 80개나 찾아옴. ㅋㅋㅋ

그 중 뭐랑 뭣 중에서 토론이 오갔는지는 기억하지 못/안한다;;

나는 누가 뭐 먹을지 물어보면 즉흥적으로 아무거나 대답하는 편이다.

상대가 뭘 먹고 싶어하면 어지간하면 따라 간다.

혼자 여행 다닐 때면 김밥 천국에서 김밥 먹기도 하는 터.

식도락에 취미가 없으니 상대가 먹고 싶어하는 걸 맞추는 것.

 

그리하여 서문 돌짜장으로 결정.

 

돌짜장 2인분 + 탕슉 세트를 시킴. 셋이서 3인분 시킨 건데, 어째서, 내가 조금 먹어서 3인분 시킨다는 구박(ㅋㅋ)을 받아야 하는 거지? ㅋㅋ

 

여기서는 내가 소식가. 중딩 멤버들 사이에서는 평균. 다른 모임에서는 내가 잘 먹는 편임;;;

 

 

 

돌짜장은 돌솥비빔밥처럼 돌프라이팬(?)에 나오는 일종의 볶음 짜장이었다. 면이 돌판에 붙기 때문에 막 비벼야 한다.

달걀 프라이는 셀프. 달걀 프라이가 있어서 좋았다. 달걀 좋아함.

ㄴㄹ는 생각보다 평범했다고,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고 했다.

나는 오랜만에 먹는 짜장면이라 흡족했다. 탕수육은 딱 탕수육. 겉바속촉 달콤.

ㅈㅁ은 이렇다 할 논평이 없었다.

 

가게에 아이스크림 기계가 있었다. 나는 바닐라, ㄴㄹ는 바닐라/딸기 반반. 초코는 없었다.

ㅈㅁ은 안 먹음.

 

아이스크림 후식이라니! 너무나도 흡족한 식사였다.

 

5. 영화 파묘

 

숙소로 돌아왔다. ㅈㅁ은 쉬고 싶다고 했다. 오늘 이미 충분히 무리함.

 

ㄴㄹ와 나는 파묘를 보러 가기로 했다. ㄴㄹ는 마음에 든 영화는 반복해서 본다.

숙소 바로 앞에 극장이 있는데 어머나, 거의 매진이었다. 남은 자리는 맨 앞자리. 그것도 딱 4개. 고민하는 동안 2개로 줌.

 

맨 앞은 목 아플 것 같았다. 10시 반 영화는 중간 자리가 있어서 그걸 보기로 함.

영화가 길어서 새벽 1시 좀 넘어서 끝나지만 보러 가기로 했다.

살짝 피곤하지 아니했던 것은 아니나, 이때가 아니면 언제 극장에 가랴, 싶었다.

영화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집순이라서, 주위에서 아무리 좋은 영화라고 권해도 ㅠ 극장을 잘 못 감. ㅠ

 

 

ㄴㄹ가 말해 준 "검은 사제들" 감독이라는 게 사전 정보의 전부였다. 배우, 콘셉트 등등 아무것도 몰랐고, 제목 때문에 공포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 게 전부.

 

* 스포일러 있습니다 *

 

와, 영화는 진짜, 끝내주게 재밌었다.

너무 무서워서 ㄴㄹ 옷자락을 잡으니 ㄴㄹ가 "안 무서워." 라는 뜻으로 손짓하고. ㅠ 난 무서웠는데. ㅠㅠㅠㅠ

 

공포영화에 약하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과몰입러다. 어느 정도냐면, 가끔 1박 2일도 스릴러보듯 할 정도.

울 종민님 한 데서 자고 굶을까 봐. ㅠ

 

<검은 사제들>은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였다. 엑소시스트 류의 고전적인 스토리인데도, 무려 2015년에, 악령을 넣은 새끼 돼지를 들고 뛰는데, 그 장면이 무서워. ...

완전 몰입 됨. 그럴 수가 있나?

그 정직한 정면 승부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기대했고 기대 이상이었다.

이도현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봤는데, 연기 너무 잘하고, 눈매 봐, 완전 내 취향.

ㄴㄹ가 내가 반할 줄 알았다고 했다.

김고은도 이 영화로 "아저씨, 사랑해요."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 애정하는 배우.

 

봉길이가 일본 악령을 공격하며 김고은에게 "도망쳐!"라고 한 부분은 ㄴㄹ와 내 의견이 갈렸다.

ㄴㄹ는 깍듯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다가 반말이 좋았다고 했고, 나는, 웨 남캐는 여캐에게 반말하는가,

언제까지 '너라고 부를게. 누난 내 여자니까.' 여야 하는가, 에 의문을 품었다.

여캐가 남캐와 연애 관계로 진전된다고 갑자기 말 놓지 않잖아?

근데 남캐는 어찌 하여 말을 놓는가.

 

그리고 엔딩에서, 김고은도 일본 악령을 쳤으면, 마지막 한 방은 김고은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도입부부터 나온 건 김고은이고, 봉길이 살리겠다고 결심하는 장면도 김고은이었다.

김고은이 남캐고, 누워 있는 게 여캐였다면, 그럼 최후의 일격을 가하지 않았을까? 남캐였어도 위에서 보고만 있었을까?

 

스님이 봉길이에게 "내 간을 빼갔어! 내 간을 빼갔다니까?" 하는 장면은 후반을 보니 의미가 하나 더 있었다.

일본 악령이 최민식에게 "내게 복종하지 않으면 간을 빼 갈 (너를 죽일) 것이다." 라고 말한다.

최민식은 복종하지 않는다. 즉, 스님도 복종하지 않았다는 거다.

 

인물들 이름이 다 독립투사였다는 건 몰랐고, ㄴㄹ가 두 번째 보며 알았다면서, 차 번호판 이야기를 해줬다.

와, 나 영화 볼 때 재미삼아 차 나오면 번호판 보는데, 이번 영화는 차 뒤태가 그리 클로즈업 되었는데 안/못 봤다?

거길 볼 정신이 없었어.

ㄴㄹ 말을 듣고서야 그래서 차 뒤태 클로즈업이 많았고나, 싶었다.

 

100원짜리 동전과 이순신은 의도는 아니었다고.

 

영화 본 뒤 할 이야기가 엄청 많아지는 영화였다. ㄴㄹ는 극장에 가서 한 번 더 볼 거라고 한다.

나는 기억이 흐려진 뒤 OTT에 올라오면 또 볼 것 같다. <검은 사제들>도 다시 봐야지.

그런데 OTT 창작자에게 정당한 페이를 줘야 하지 않나, 싶다. ㅠ

OTT로 볼 때면 가끔 죄책감 느낌. ㅠ

 

암튼 흥분해서 숙소에 올 때까지, 온 뒤에도 계속 파묘 이야기를 했다.

 

보름이었다. ㄴㄹ는 달을 보는 걸 좋아한다. 이날이 보름이라는 걸 ㄴㄹ가 말해줘서 알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가 와서 달은 못 봤다.

 

놀랍게도 나와 ㄴㄹ 둘 다 여행 전에 우산을 챙겼다. 일기예보에 비 온다는 말이 없었는데 챙긴 나, 대견하다.(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