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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15년에 다녀온 경복궁 야외 스케치

by 운가연 2024. 3. 25.

1. 10여 년을 쓴 에버노트가 더 이상 무료 버전은 운영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노트 50개까지만 허용이라고.

근데 나 노트가 거의 5천 개 가까이 되나 넘나 그랬다.

업무용으로 쓰던 거면 유료로 업그레이드 하겠는데 소소한 일상 기록용이었던 터라

유료 전환까지는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노트 합치기 기능이 있어서 합쳐서 복붙;;하며 수동 백업했다.

 

사실 이런저런 일상들, 기록만 하지 다시 읽지는 않으니, 그냥 지워도 그만 아닌가,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무언가 아쉬웠다.

 

겸사겸사 지나간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가릉이가 까끌까끌한 발바닥을 핥아대서 잠을 못 잤다는 일기.

하지만 가릉이에게 핥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

 

한때 몹시도 좋아했던 사람, 그림자도 보기 싫어진 사람, 지나간 다짐들, 잊고 있던 결심들...

그중 몇 개는 어, 이건 해야지! 하고 쉽게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2. 그러다 15년에 경복궁 야외 스케치를 간 날 기록을 찾아 여기에 올려 보기로.

 

ㅈㅁ이 경복궁에서 다례 강좌가 있다며 가자고 했다. 요즘 그림을 너무 못그려 겸사겸사 가기로 했다.
다례는 정원보다 많이 받았다가 순서대로 자르는 바람에 예약 해놓고 망함. 마음 상함. ㅋ

다른 데 갈까 했는데 ㅈㅁ이 경복궁 가고 싶어해서 뭐, 그러기로...

ㅈㅁ이 먼저 도착해서 보니 다례 강좌에 안 온 사람들이 있어 빈자리가 있더라고.

나는 아직 도착 못한지라 ㅈㅁ만 들으라고 했다.
경복궁을 거닐며 아, ㅇㅇㄴ에서 경복궁 나오는데, 어딘지 확인하고 왔어야 하는데.. 하는 뒤늦은 생각;;

 

이때 한창 작업 중이던 작업물에서 경복궁이 배경이었다. 그런데 내 작업물인데도 건물 이름을 기억 못했고나. 참으로 나 답다;;


뭐, 됐고; 어딜 그려볼까 하다가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향원정을 그리기로. ㅇㅇㄴ 시대에는 없던 못이지만... 어떠랴;

 

당시 작업물  시대 배경에서는 향원정이 없었다는 걸 이 일기 보고 기억해냄.;;

이 작업물은 아직도 세상에 내놓지 못했고, 어쩌면 올해 다시 잡을 지도 모른다. 경복궁이 나올 지는 두고 봐야 한다.

 

9년 전 그림이 나빠 보이지 않는 게, 수채화/전통 건축물 실력은 여전하고나. ㅠ

 

 

이렇게 가늘고 길지 않은데;;
궁궐이나 한옥은 지붕이나 난간 각 잡는 게 관건인 듯.

지붕이나 창문, 난간, 지붕에 있는.. 받침?;;들을 다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느낌을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할 듯.\

 

 

작게 그려 주변 풍경도 담고 싶었는데... 작게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구도가 굉장히 어정쩡해졌다. ㅠㅠㅠㅠ
향원정도... 같은 실수 반복. 더 옆으로 넓어야 하는데...

출사 나온 아저씨가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묻기에 그러시라 했다. ㅋ

몰래 찍는 사람도 있었는데 최소한 물어는 보잖아. 얼굴은 말고 그림만 찍으심.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났는데 돌아보면 바닥 보고 계심. ... 땅바닥 찍으신 거 아니잖아여. ...

 

 

ㅈㅁ이 그리는 동안 옆에 보이는 다른 풍경을 그렸다.
나는 수채화를 할 때 최대한 연필선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흐린 샤프를 쓴다. ㅈㅁ이는 연필선을 굵직하게 넣어, 그 자체도 명암이랄까 그림의 일부로 쓰는데 괜찮아 보여 나도 해봤다. ㅈㅁ은 이보다도 긁게 더 확실히 보이게 쓴다.

해보니 괜찮았다. 연필선이 의지가 된다고 해야 하나? 좀 더 대담하게 연필선을 넣는 걸 생각해보자.
이번 그림을 그리고 느낀 것...

1. 나무 그림이나 풍경 연습 좀 해서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 더 다양하게, 풍성하게 나무를 그릴 줄 알아야 한다.
2. 궁궐을 수채화로 그리는 건 아직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더 깊이 파야 했는데...
3. 야외 스케치를 나갈 때는 휴대용 깔개와 겉옷 한 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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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뒤풀이로 ㅈㅁ과 술 마시고, 집에 와서 술 더 마시고 뻗었다. 다음 날인 오늘 수채도구 정리하려고 보니 파레트가 안 보인다;; 술집에서 잠깐 꺼냈다가 놓고 왔나? ㅠㅠ
ㅈㅁ 집 근처라 ㅈㅁ이 내일 퇴근 길에 봐준다고. 아, 제발 있어야 하는데... 3만 5천원 짜리라고. ㅠㅠㅠㅠ (15.09.15)

 

기록은 없지만 찾았다. 코이 워터 컬러 포켓 필드 스케치 박스인데 아직도 쓰고 있다. 껄껄-

이때는 밑그림을 그렸지만 지금은 밑그림을 아예 그리지 않는다.

그게 더 자유롭고 편하고 그림도 잘 나오더라.

경복궁 스케치하러 또 가고 싶다. 이번에는 좀 더 잘 그릴 수 있을까?

 

3. 이 공간이 걱정이다.

 

이 공간은 언제까지 쓰게 될까?

초안 없이 바로 여기서 쓴 글들, 언젠가 옮겨야 하면?;;;;

 

..... 그때는 또 어떻게 되겠지. 갸갸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