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밤을 꼬박 새우고 일본으로...
전날 밤에 마감을 하고 집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쓸고 닦으며 사는 인간은 아니지만, 마감에 허덕이느라, 내 기준으로도 집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아무리 초딩 때부터 칭구라지만 이 꼴로 애들을 맡기고 갈 수는 없었다. ㅠ
무선 청소기 돌리고, 닦고, 목욕탕 청소 하고 나니 새벽 2시가 넘었다. 다음 날 새벽 3시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박카스 광고 문구 같음. 어릴 때는 왜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또 새벽 3시'였는지, 왜 농구를 하는지, 그게 왜 박카스라는 음료 광고였는지 이해를 못했지만. ㅋ
코시국 이후 첫 해외 여행. 게다가 해외 여행 경험이 많지도 않다;;;
마감에 쫓기느라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다행히 친구들이 비짓제펜웹에서 사전에 설문에 답해 두고 QR 코드를 보여주면 빠른 통과가 가능하다고 알려줌.
https://www.vjw.digital.go.jp/main/#/vjwplo001
여기 들어가서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비짓제팬 웹을 검색하면 설명해 준 블로그가 많다.
나는 여권 스캔이 안 되어 한참 헤맸다. 다행히 여권 스캔은 필수가 아니었다.
그 다음에는 QR 코드를 찾아 헤맸;;;;;;;
... ㅋㅋㅋ
공항 키오스크에서도 여권인식이 안 된 걸 보니, 몇 년 전 만든 거라 요즘(?) 것보다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 같다.
떠나는 당일 새벽 3시에서야 짐을 챙기기 시작;;;
여행 짐은 가벼워야 한다, 가 모토다. 해외여행이라고 뭐 다르겠어?
빠뜨린 거 있음 가서 사면 되지 뭐. ... 모드;;;
노트북과 휴대용 가방 포함 총 무게가 5.4kg 나왔다. 훌륭하다. ^^
등에 메는 천가방이었기 때문.
캐리어는 끌고 다니기 은근 귀찮고, 바퀴 소리가 나니까 시끄러울 듯해서 영 신경 쓰인다.
우리 집 앞을 종종 캐리어 끌고 가는 사람이 지나가는데 소리 꽤 올린다.
10분 만에 짐을 싸고 4시 경 출동. 공항버스와 공항리무진을 헛갈렸던 건 안 비밀. ㅋ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공항 리무진 정류장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2~30분 걸어야 했는데 새벽에 택시가 잡힐까 안 잡힐까 하다가 걍 걸었다.
04 : 40분에 리무진 버스를 탔다. 백팩의 편리함을 새삼 느꼈다. 다른 분들은 짐칸에 실을 때 나는 그냥 가볍게 버스에 오름.
다음 정류장에서 기사님이 먼저 온 순서대로 다섯 명만 탈 수 있다고 했다.
허걱;;;;
토요일 새벽에 여행가는 분들 많구나.;;
1. 여행 초보의 좌충우돌 공항 헤매기
1) 유심인가, 도시락인가.
도시락을 택했다. 코시국 전 베트남 여행 때 유심 잃어버린 줄 알고 혼자 난리친 적 있어서;; 너무 잘 뒀던 거.
도시락은 한국 전화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여차저차해 도시락 선택.
단점은 무게가 나간다는 거. 여행 때 드로잉북 등등 들고 다니며 가지고 다니자니 무거웠다.
첫날은 괜찮았는데 둘쨋날은 집에 오는 길에 방전되었다.;;;
사이사이 충전을 해줘야 하는군.
그래도 다음 여행 때도 도시락할 것 간다. 유심 건드리기 괜히 무섭고 귀찮다. ㅋ
2) 공항에 와서 뭐 해야 하지? ㅠㅠ
도시락 찾는 곳 등등 사전에 열심히 위치 조사해서 감. 인천국제공항 겁내 크다.;;
다행히 내가 도착한 곳 바로 앞이 내가 탈 이스타항공이었다. 다음 여행 때는 사전에 위치 알아보고 가기로.
이것도 은근 찾아 헤맬 수 있겠더라.
도시락 찾고, 키오스크에서 여권 인식 안 되어서 사람에게 발권.
키오스크로 하든 사람에게 하든 사실 어차피 줄은 서야 한다능. ...;
참고로 티켓을 출력해서 가는 걸 권한다. 안내원 업무가 빨라짐.
통로에 앉을래, 등받이 고정 창가에 앉을래, 해서 등받이 고정 창가 택함.
등받이 고정인 게 비상문 바로 앞자리였기 때문 같았다.
비상시에 비상문 자리에 앉은 분의 활동에 제약이 되면 안되기 때문에 고정인 듯.
나는 고속버스 타도 굳이 등받이를 뒤로 하지 않는 지라 괜찮을 것 같았다.
표 찾고 멍해졌다. 이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지?
제복 입은 분께 물어봐서 줄 섬.
아, 줄 진짜 오래 서야 하는구나. ㅋㅋ
어깨 빠지는 줄 알았다. ... 가방 사이사이 바닥에 내려놓을 걸, 하는 생각이 한국에 와서 드는군. 껄껄-
백팩이 기동성은 좋은데 무거움. ㅠ
3) 디지털 본인인증기가 생겼더라. 코시국 전에는 없었는데;;;
눈치껏 앞 사람 따라 함.
지문과 사진 대조인데
마스크 턱에 걸쳐서 1차 실패.
마스크 뺐는데도 2차 실패.
여권 사진과 뭐가 다른지 보려는데 직원분이 안경 벗으라고 함.
안경 벗고 성공. ...
안경 썼다고 본인 인증 실패할 거면, 의미 있는 절차인가?;;;
4) 짐 검색
직원분이 가방 검사해도 되는지 묻기에 그러시라고 했다. 화장품 용량 확인 때문 같았다.
짐을 확인한 분이 날 보고 피식- 웃어 보임.
....... 짐이 넘나 간소했다.;;;
샘플 스킨 하나, 쓰던 에센스 하나, 쓰던 100ml 선크림이 내 화장품의 전부였다;;;
갈아입을 옷도 한 벌 가져감;;;
이날 만난 분이 습해서 한 번 입은 옷 또 못 입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 쇼핑 천국 일본에서 옷 부족할 걱정을 할 필요가 있을 리가;;;
다행히 별로 습하지 않아서, 3박 4일 일정에 입던 옷 한 벌, 여벌 옷 한 벌로 잘 버텨냈다. ㅋㅋ
나름의 우여곡절 끝에 이스타항공 대기석에 와서 전자책 가이드북을 꺼냈다.
여행 준비 하나도 못했다.;; 전자책 가이드북도 그제서야 펼쳤던 것이다.
4월 27일 오전 8시 비행기였다. 7시 40분 경 탑승했는데 활주로가 복잡하다고 한참 기다려야 했다.
저가 항공인 만큼 좌석이 작다. 키도 작고;; 체구도 아담해서;;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그리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
이번에 들고 간 드로잉북은 어디서 사은품처럼 챙겨준 작년 다이어리다. ㅋ
월간은 꾸몄고, 주간은 없고, 줄노트 무선노트가 반반.
집에 안 쓴 노트 많은데, 종이도 산더미인데 새 걸 사자니 아깝고;;
집에 있는 낱장 종이는 묶어야 하고, 노트/드로잉북들은 조금 낡거나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았다.;
기왕 여행 가는 거 새 드로잉북으로 예쁘게 시작하고 싶어서
교보 광화문, 교보 합정 등등 가서 한참을 구경하다 보면, 또 집에 종이 많은데, 라는 생각이 들고. ㅋㅋ
결국 걍 다이어리 들고 옴.
줄노트에 그림 그리자니 난감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까짓, 어떠랴, 했다.
막상 그려보니 줄노트에 그리는 것도 별 거 아니더라.
사진 좀 찍다 눈 감자마자 기절한 것 같다.;;
2. 마침내 나리타 공항 도착!
공항에서 빠져나가는 데에만 2시간 걸렸다.;;;
1시까지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서 ㅁㄱ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공항에서 그 시각까지 가는 건 무리겠다고 연락 드림. ㅠ
그래도 행사 시간 전에는 도착함. 헤헤
가까스로 공항을 빠져나온 뒤 기뻤다.
... 그때까만 해도 몰랐다. 일본 지하철이 얼마나 어려운지;;;;;;
지하철로 이동하면 편할 거라고 생각한 건 철저한 오산이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멘탈 나감.;;;
제복입은 분이 어디에서 내리는지 물어보심. 구글맵스에서 에비스역으로 가라고 했던 터라 에비스 역이라고 함.
표 끊어줌. 종이표 2장 받음. 왜 2장일까? ... ㅠㅠ
한 장은 좌석표, 한 장은 표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암튼 지하철 타는 곳을 찾아서 헤매고 헤맴.
무턱대고 표 보여주며 "쓰미마셍"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 따라 감.
지하철 옴. 근데 타면 안 되는 것 같음. 당황함.
나이 지긋한 직원이 여러 번 겪은 일인 듯 다소 성을 내며 표에 있는 시간을 확인하라고 함.
우리나라는 1호선, 2호선 타는 곳이 정해져있잖아.
일본은 같은 라인에서 시간에 따라 다른 열차가 온다!
언젠가 일본에서 1분 늦을까봐 가속하다 열차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본 신문 기사는, 기억에 의지해서 쓰자면, 시간을 엄수하는 일본인, 이라는 내용이었다.
1분 늦는 게 뭐 큰일이라고 가속까지 해서 사고가 났다는 논지였는데,
일본에 와서 지하철을 타면서 그 사고를 이해했다.
같은 라인에서 각기 다른 행선지의 열차가 오기 때문에 한 열차가 1분 늦으면 전 노선이 꼬일 수가 있는 것이다.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에서 지하철 테러를 다루면서도 하나가 꼬이면 전체에 난리가 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던 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일어를 못해, 영어도 못해. ㅠㅠ 역시 영어도, 한국어도 모르는 일본인들이 눈치껏 도와줘서
무사히 JR선에 탑승할 수 있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호선별로 지하철 색이 정해져 있잖아.
일본은 회사마다 다른지 JR도 빨간색, 녹색이 있더라. 크아아앙-
문제는 갈아타는 곳. 역 경찰이 끊어준 표가 시나가와에서 갈아타는 게 맞는지 영 자신이 없었다. ㅠ
뒤늦은 공황이 찾아왔는데, 나리타 공항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지하철/기차/트레인 내에는 온통 외국인. ㅠ
내 서툰 영어로 물어볼 자신이 없고, 물어본다 한들 저 사람들이 알까? ㅠㅠ
용감하게 시나가와에서 내렸다. 우와- 플랫폼 열 개 넘어. ......
겁내 큰 역이었다.;;;;
조심스레 한 일본인에게 표를 보여주며 도움을 청했다. 20대 남자로 보였는데, 선선히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 앞장 서는 것이다. 나는 너무 미안했는데 일본인은 일본말로 무언가를 말했다. 내 짐작으로 "이러저러해서 널 데려다주는 게 나에겐 별 일 아니야." 같았다.
그렇게 안내해준 곳은 인포메이션!
자기도 잘 몰라서 인포메이션에 데려다 준 것이다.
이때도 역시 일본 지하철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던 터라,
그 일본인도 내가 뭘 타야 하는지 모르고 인포메이션에 데려다 준 게, 일단 너무나도 고마웠고, 조금 의아했었다.
나중에 도쿄 사는 ㅁㄱ님이, 배우자는 일본인으로 지방에서 도쿄로 왔는데,
지하철/트레인 탈 때 자기가 배우자를 끌고 다녀야 한다고, 일본 지하철 정말 어렵다고 했다.
일본도 큰역은 안전문이 앞에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아예 막는 건 아니고, 줄 세 개로 막다가, 지하철이 오면 줄이 달린 통이 위로 올라가는 형태.
에비스 역으로 향하던 지하철은 영어, 한국어도 방송을 해주고, 지하철 내 전광판에 영어도 뜨고, 한국어... 도 뜨던가?;; 그새 가물;;; 암튼 무사히 에비스 역에서 내려 목적지인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으로 갈 수 있었다.
ㅁㄱ님은 택시 타고 오라고 했지만, 걸어서 20분인 데다가 택시 타면 또 일본어 ㅠㅠ 로 이야기해야 하잖아. 나 일본어는 쓰미마셍,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곰방와, 이런 것 밖에 모른다긔. ㅠ
구글맵스에 기대서 용감하게 걸었다. (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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