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전날에 밤 꼬박 새우고, 전날에 맥주 마셨지만 오전에 눈이 번쩍 떠진 나, 기특하다.
나가는데 호텔 청소를 하는지, 비상계단 쪽 문이 열려 있어서 한 컷 찍었다.
며칠 전 뭘 검색하다가 누가 우연찮게 같은 호텔, 같은 층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반 발짝 정도 차이로 같은 곳에서 찍은 듯. 이게 뭐라고 혼자 재밌어서 깔깔 웃었다.
2. 카페 벨루체
전날 숙소에 오는 길에 본 카페. 숙소 바로 옆이고 사람들로 바글바글했고, 오전부터 문을 여는 지라, 다음 날 저기서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으리라고 다짐했었다.
자리에서 먹고 갈 때는 일반 컵으로 주던데, 나는 테이크 아웃 컵으로 준 게, 영어를 못하는 점원이 먹고 갈지 가지고 나갈지 물어보기 어려워서 가지고 나가는 용으로 준 듯.
일본은 계산하고 기다리면 바로 커피를 주더라. 일본 첫 여행객에게는 별 게 다 신기했다.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어서 학생들이 공부하거나 프리랜서들이 작업하러 많이 오는 카페라고 생각했지만, 웬 걸,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왔다.
혼자 온 남자 어르신이 한쪽에 책을 쌓아두고 커피를 시켜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여기 스파게티도 팔더라. 나중에 지나다 보니 카페 앞 입간판에 스파게티 메뉴가 적힌 경우들이 더러 보였다. 일본은 카페에서 스파게티/파스타를 파는 게 흔한 모양이다. 어르신들이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도 낯설었다. 한국 스파게티 집에서 노년층을 본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라떼와 옥수수크림빵을 시킴. 커피와 빵은 평범했다. 나중에 요코하마에서도 이 카페를 보고 프렌차이즈라는 걸 알았다. 대규모 매장, 자리마다 콘센트, 음, 그러네, 딱 프렌차이즈 느낌이네. 커피와 빵도 싸고 말이지.
3. 시부야로 가자!
이날은 시부야에 가기로 결심했다. 호텔 수아베 시부야를 잡은 이유 중 하나가 코앞에 지하철 역이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 지하철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을 때 일이다.
전날 나리타 공항에서 시부야로 오며, 일본 지하철이 한 승강장에 다른 노선이 온다는 것까지는 알았다. 그때는 트레인 직원이 도와줘서 끊었는데 영어와 한글이 있었던 걸로 기억. 그런데, 그건 큰 역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내가 있던 이케지리오하시 역처럼 작은 역은 온통 한자로 쓰여 있었다. 두둥!
직원도 없고, 말이 통하지 않는 매표 기계에 쓰여 있는 한자의 늪 앞에서 멘붕했고, 지나가던 20대 남자, 느낌에 친절할 것 같은 분에게 시부야 역으로 가는 표를 끊어줄 걸 부탁했다. 영어를 전혀 못하던 청년은 난처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시부야 스테이션은 알아들었다.
청년은 매표 기계 위에 있는 노선표를 보더니, 매표 기계에 있는 역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너무 빨라 못 알아봄. 더는 청년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고, 가이드북에 있는 시부야 한자를 찾은 뒤 대조를 시작했다.
가지 않고 내 가련한;;; 꼴을 보던 청년이 버튼을 눌러주었다.
그리고 나는 도쿄 트레인의 두 번째 법칙을 알았다.
제1법칙. 도쿄 트레인은 승강장에서 시간 마다 다른 노선이 온다.
제2법칙. 도쿄 트레인은 역 이름이 아닌 금액을 고른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가려는 역을 고르면 요금이 나오잖아. 도쿄는 노선표에서 역이름을 찾고, 그 이름 밑에 있는 요금을 확인한 뒤, 요금을 택하는 시스템이었다!
어렵게 시부야 행 트레인에 탔다. 방향이 맞는지 몰라서 타기 전에 또 물어봄. 크캬캬캬캬캬캬캬
아, 한 정거장이었다!
표 하나 끊는데 너무 고생을 해서 올 때는 구글맵스에 의지해서 걸어왔다. 깔깔-
4. 하치코 동상
시부야에는 하치코라는 강아지 동상이 있다. 하치코는 매일 퇴근하는 주인을 마중나갔다. 나이든 주인이 죽은 뒤에도 계속 주인을 기다렸고, 이 일화가 알려지며 동상이 만들어진 것.
내가 여행을 갔을 때가 일본 '골든 위크'였다. 휴일이 맞물려 어딜 가나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항공권과 숙박료 모두 비싼 때라고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23만원 정도에 항공권을 끊었다. 어제 만난 ㅁㅈㅎ님은 미리 끊었는데 40만 원 선이었다고 했다. 아마 골든 위크라 비쌌고, 당일이 가까워졌는데 표가 남아서;;; 싸게 내놓은 표가 있었던 게 아닐까 추정.
아무튼 사람이 많아서 힘들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일본 처음이라 평소에는 어느 정도 한산한 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고, 나는 인파가 북적이는 걸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다. 나 또한 인파 중 하나, 다른 사람에게 힘든 존재다. 어쩔 수 없는 일이면 스트레스 받지 말자, 가 늘 작동하는 건 아닌데, 인파에 대해서는 한 번 초연해진 뒤 계속 괜찮더라. 사람 바글바글한 전시회장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오래 서 있어야 해서 다리는 좀 아프다. ㅋ
암튼 그래서 평소보다 많은지 적은지는 모르지만, 하치코 동상 앞에는 일본인과 서양인, 아랍권 등등 다양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하치코 동상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기다리다 틈을 봐서 인파에 가려지지 않은 하치코 사진을 한 장 득했다.
5. 스크램블 스퀘어
이번 여행 때는 구글맵스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국내 여행 다닐 때는 네이버 지도 썼는데, 가고픈 곳 즐겨찾기에 넣어서 동선을 정리할 수 있다는 건 몰랐다. 구글맵스도 같은 기능이 있어서 이번에는 점 찍으며 잘 돌아다님.
스크램블 스퀘어(스크램블 교차로)는 다방향 횡단보도를 말한다. 보통 네 거리 횡단보도는 2개씩, 혹은 1개씩 돌아가며 바뀌지 않는가. 하지만 스크램블 스퀘어는 네방향+사선을 동시에 건너는 것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각국에 있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가 유명한 건 그 규모 때문이라고. 한 번에 3천 명이 건널 수 있다나.
가이드북에서 스크램블 스퀘어 설명을 읽고서야, 인스타그램에서 무작위로 떠서 본 어떤 그림을 이해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스크램블 스퀘어로 엄청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그림이었다. 아, 그게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를 그린 거고나. 비 오는 날 위에서 내려다보면 우산 때문에 더 장관이라고.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장관이라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서 포기. 대신 스타벅스 시부야 스크램블 점 2층에서 창문에 붙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람들이 와서 사진만 찍고 갈 수 있게 해준다. (리얼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설명 참고)
여럿이 온 관광객은 한 명은 스벅 창문에서 동영상을 찍고, 한 명은 아래에서 길을 건너며 위를 향해 손을 흔들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찍혔다. 나도 차례를 기다렸다. 다들 사진기나 핸드폰을 들고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고, 나도 앞 사람이 떠나고 창가를 차지한 뒤 그러했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내려오며, 나는 찍는 사람에서 찍히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6. 큐프런트 등 쇼핑몰 등등을 지나며 걸었다.
드로잉의 왜곡(김효찬)을 샀는데 아직 도입부만 겨우 좀 봤다. 왜곡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타고난 눈이 있다. 건물이 휘어져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안 보인다고.ㅠ
파이를 2~30개 씩 외우는 사람이 있듯, 숫자에 자질이 있거나 절대 음감이 있는 사람처럼 다른 사람과 다른 공간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있다. 이도 저도 없는 나는 그저 좋아하니 열심히 그린다.
이 그림은 효찬 쌤에게 칭찬 받았다. 자기가 본, 공간이 휘어져 보이지 않는데도 왜곡을 시도한 그림 중에서는 제일 잘 그렸다고 하셔서 심쿵했다. 헤헷...
도시여행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인천 여행 갔을 때, 송도 풍경에서 큰 감흥을 얻지 못했고, 영종도의 바다가 좋았다. 그러다 문도 멘도 전시회에서 도시 드로잉도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 어쩌면 무리해서 도쿄 여행을 강행한 것도, 문도 멘도의 전시회를 봤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7. 미야시타 공원
공원을 보고 싶어졌다. 미야시타 공원을 향해 걷다가 건물 꼭대기를 정원처럼 예쁘게 꾸며 놓은 곳을 봤다.
호기심에 가봤는데 거기가 미야시타 공원이었다;;;;;;
옥상공원이었고나;;;;;
한적하고 예쁜 곳이었다. 가족과 친구들과 연인과 온 사람들이 보였다.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자는 사람들, 아이들 용 모래사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 신난 아이들이 보였다. 여기서도 한 점 그렸는데 영 슬프게 나와서 올리진 못하겠다.
이후 다른 공원도 들렀고, 요코하마에서도 여러 공원에 들어가 봤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야 인지한 사실. 일본 공원에는 비둘기가 없었다! 비둘기=공원이 만국공통이 아니었어!
8. 오쿠시부야
작은 카페와 음심점들이 있는 조용한 동네라는 오쿠시부야를 향해 걸었다. 슬슬 밥 때였다. 일본에서 일본 라멘을 먹어야지! 라멘 좋아한다. ^^ 가까운 라멘집을 검색했다.
키오스크와 영어 메뉴판이 따로 있었다. 잠시 헤맸는데 내가 원하는 메뉴가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 돈을 덜 넣어서였다. 직원이 몸짓으로 도와줌.
미소라멘이 없어서 고른 소유라멘.
아아, 내겐 너무너무너무 짰다. ㅠㅠㅠㅠ
요시나가 후미님이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에서 칭구에게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소금을 많이 쓰는 게 프랑스 요리, 최대한 적게 쓰는 게 일본 요리래." (기억에 의지해서 써서 정확하지 않음. 하지만 일본 음식이 소금을 조금 쓴다는 건 분명히 기억함.) 라고 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짠 거죠? ㅠㅠ
물을 넣자 밍밍해져서, 고추장 같은 소스와 기타등등 넣었다가 맛이 괴악해짐. ㅠㅠㅠㅠ
나중에 일본 여행 여러 번 다녀온 분이 안쓰러운 얼굴로 가끔 짠 곳이 있다고 했다. ㅠ
9. 가자, 요요기 공원!
오쿠시부야 옆은 요요기 공원이었다. 가자!
(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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