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말 많은 인간의 도쿄/요코하마 여행기 2탄!
1. 에비스 역에서 내려 구글 맵스에 의지해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향해 걸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주변은 주택가였다. 이 날 다시 만난 ㄱㄹ님이 이 동네는 부유층이 살아서 예쁜 집이 많으니 산책하면서 구경해보라는 이야기도 하셨다.
내가 일본행을 좀 더 빨리 결심했다면 여러모로 좋았겠지만, 마감 때문에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며칠 전에야 이 악물면 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비행기표를 끊었고, ㅁㄱ님이 여러모로 신경 쓸 일이 늘었다.
서점에 도착해 ㅁㄱ님에게 전화.
도쿄에 거주하는 ㅁㄱ님을 처음 만난 건 한국이다. ㄱㄹ님도 한국에 오셔서 만남.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는 ㅁㅈㅎ님, ㅎㄷㅇ님은 도쿄에서 처음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
수줍었던 행사;를 마치고 잠깐 숙소에 갔다. 아직 체크인도 못한 상태였다.
호텔 수아베 시부야는 목적지였던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과 가깝고, 싸서 예약했다. 평도 깨끗하고 가성비 좋고, 바로 앞에 지하철이 있어서 이동하기에도 용이하다고 했다. ... 일본 지하철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을 때 이야기. ㅋㅋ
그렇게 들어간 호텔 수아베 시부야 내 방은, 내 평생 머물러 본 숙소 중 제일 작았다! ... 들어간 순간 살짝 폐소공포증 올 느낌이었고, 체격이 좋거나 키가 큰 사람은 불편하게 느껴지겠다 싶었을 정도.
하지만 3분 만에 적응함. ㅋㅋ
깨끗하고, 화장대, 텔레비전, 냉장고 있을 거 다 있고, 화장실에 욕조까지 있었다. 미니 치약은 카운터 옆에 구비.
이 좁은 곳을 이렇게 넣을 거 다 넣고 깨끗하게 해놓다니 대단했다. 유일한 단점은 창문을 아예 못연다는 것. 우리나라 모텔/호텔은 창문 열면 모기장 있잖아. 여기는 창문이 큰 건 좋은데, 아예 열 수가 없었다. 사고 방지인 듯.
천장 쪽 벽에 환풍 시설이 있더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가관이었다.;;;;
얼굴에서 개기름이 좔좔;;;
양심이 있으면 세수는 하고 나가야 했는데, 정말이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고,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늦을 각이라는 핑계로 그냥 갔다. ......
도착하니 ㅁㄱ님이 그동안 다들 샌드위치를 먹었다며 내 저녁을 걱정. ... 으른이니 알아서 할게여. ㅠ
리허설을 좀 보는데 배가 고파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ㄱㄹ님과 함께 서점에 붙어 있는 패밀리마트에 갔다.
솔트래블 패밀리마트 된다며. ㅠ
카드 안 됨. ㅠ
카카오페이도 안 됨. ㅠ
된다며. ㅠ
되는 곳 따로 있나. ㅠ
천 엔짜리 내니 점원이 무슨 말인가를 하고, ㄱㄹ님이 1엔짜리 4개를 건넸다. 아, 거스름돈 복잡해서 1엔짜리 4개 있는지 물어본 거구나. ㅋ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도 현찰이 일반적일 때는 많이 이 방법 썼던 기억이 났다. 현찰 안 쓴지 진짜 오래 된 듯.
동전 지갑이 없어서 작은 지퍼백에 가져감. .. 뭐 사기 귀찮았;;; ㅋㅋ
편의점에는 파스타부터 밥+반찬 도시락, 작은 국까지 온갖 끼니거리가 있었다.
ㄱㄹ님이 설명해주심.
나는 순두부 찌개를 골랐다. 진짜 한국 순두부찌개랑 맛 비슷했음.
밥그릇 만한 작은 그릇이었다.
이때가 저녁 7시 경이었는데, 전날 아점 먹은 후 첫 식사였다!
마감을 하고 가야 해서 정신없이 작업에 매달렸다.
자정 넘어 마감을 친 지라, 청소하고 나 씻고 나니 출발할 시간이었다.
이스타는 저가 항공이고 운행 시간이 짧아 기내식이 없었고, 치킨, 컵라면 등을 판매하긴 하지만 비행기에서 기절.
행사 시간 맞춰 서점까지 오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ㅋㅋㅋㅋㅋㅋㅋ
리허설을 엄청 디테일하게 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본 행사 때 서서 존 건 안 비밀;;;; ㅠㅠ
밤을 꼬박 새워서리...
끝난 뒤 나오는 과자, 치즈, 와인, 음료, 맥주를 흡입;;;;했다.;;;;
여러 분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ㄱㄹ님이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일본은 유명/인기 작가의 책은 싸다. 많이 찍으면 개당 단가가 떨어지니까. 신인작가는 조금 찍기 때문에 책이 비싸다. 하지만 인기 작가는 많이 팔리니 싸게 팔아도 손해 아님.
듣고 보니 대단히 합리적인데 한국에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한국은 두께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니까.;;;
행사 후 ㅁㅈㅎ님이 갑자기 몬자야키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오코노미야키 비슷한 건데 다르다고.
그래서 몬자야키를 찾아 일본 밤거리를 걸었다. 꺄호-
처음 가려던 곳이... 문 닫았던가?;; 두 번째로 간 곳은 오코노미야키 무라 시부야점이었다. 탁자마자 철판이 있었다.
나 : ... 이거 직접 궈먹는 것 같은데요;;
ㅁㅈㅎ, ㅎㅁㄱ님 : 에이, 설마요!
그런데 진짜 손님이 궈먹는 곳이었다.
ㅁㅈㅎ님 : 아, 어쩐지 싸더라;;
평소 요리를 하지 않는 ㅁㅈㅎ님 ㅎㅁㄱ님 둘 다 당황하심. 하지만 두 분이 열심히 구우심. 한국인이 자주 오는지 굽는 법 한국어 설명서도 있었다.
몬자야키, 오코노미야키, 야끼소바를 시켰다. 밤 새운 몸에 술 때려 박은 지라 셋 다 맛이 구분이 안갔다.;;; 분명한 건 셋 다 맛있었다는 것 뿐. ㅋㅋㅋ
ㅁㄱ님이 내가 걸어서 서점까지 온 걸 보고 혼자 여행 경력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놀랐다고 했다.
가겠다고 한 뒤, 뭔가 달가워하지 않는 듯한 느낌에 마음이 복잡했는데, 일본 초행, 여행 초보가 오면 자신이 많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으른을 왜 챙기나요. ㅠ
귀국한 뒤에도 한 번 더 짧지만 서로 명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애도 아니고 다 큰 사람을 왜... ㅋ
잘 먹고 마시고, 구글맵스에 기대서 숙소까지 밤거리를 걸었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또 샀 ㅋㅋㅋㅋㅋ
하지만 마시고 자시고할 것 없이 얼굴에 물 묻히고 양치만 겨우 하고 기절.
바쁜 중에 아무 준비 못하고 정신없이 왔는데, 가이드북과 구글맵스면 여행 어케 되는구나, 라는 걸 깨닫게 해준 보람찬 여행의 첫날이 지났다. (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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