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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다낭/호이안/후에 #014.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마저 좋았다.

by 운가연 2020. 9. 6.

다낭/호이안/후에 #001. 12년 만의 자유여행, 베트남 너로 정했다!

다낭/호이안/후에 #002. 혼자 자유 여행이 처음도 아니거늘....

다낭/호이안/후에 #003. 눈치보지 마,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

다낭/호이안/후에 #004. 스무 살 때의 나처럼

다낭/호이안/후에 #005. 혼자 떠난 자유 여행의 맛

다낭/호이안/후에 #006. 유명한 많은 곳을 놓쳤지만, 뭐 어때

다낭/호이안/후에 #007. 여행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다낭/호이안/후에 #008. 나 혼자는 나 혼자 뿐

다낭/호이안/후에 #009. 어느 레스토랑에서

다낭/호이안/후에 #010. 후에 투어, 잇 워즈 뷰우우우우우리풀!

다낭/호이안/후에 #011. 후에, 못다한 소소한 이야기

다낭/호이안/후에 #012.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 어떻게든 된다.

다낭/호이안/후에 #013. 나 이거 꼭 해 보고 싶었어!

다낭/호이안/후에 #014.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마저 좋았다.(현재글)

 

 

 

1. 조식 제공 리조트에 머물면서도 한 번도 조식 구경도 못했다.

 

늦잠 자기도 했고, 평소 아침을 안 먹는 지라 여행 왔다고 갑자기 아침이 고플 리 없었던 것.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센 리버 호텔은 조식 평도 좋았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과일도 많았고 음식도 여러 종류였다. 오믈렛이 맛있다기에 시켜 보았는데 역시 맛있었다.

아침을 안 먹어 버릇해 아침에는 배가 고프지 않아 이것저것 많이 먹지 못한 게 아쉬웠다.

 

 

 

식당은 1층이었다. 넓은 창 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바다를 보면서 아침을 먹는다. 언제 또 이런 호강을 해볼꼬...

 

체크아웃하는데 어찌나 서운하던지. 많이 아쉽고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 좋은 피곤. 좋은 여행이었다. ... 아직 안 끝났어!

 

 

2. 충동적으로 마사지 샵에 들어갔다.

 

다낭 대성당을 보러 가는데 마사지 샵이 보였다.

 

평소 컴퓨터 책상과 냉장고를 오가다 하루에 2~4시간씩 걸었더니 피로가 누적되어 다리도 힘들고 발등도 아팠다.

 

오행산에도 갈 예정이라 미리 다리를 좀 풀어주면 좋을 것 같았다.

 

한국 사람이 워낙 많이 와서 한국말을 조금은 할 줄 알더라. 친절하고 조용하고 좋았다.

할인해 주는 시간인 해피 아워였는데, 나는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서 더 할인해 주었다.

친절하고, 손님은 나밖에 없어 조용하고 좋았다.

 

베트남에 와서 받은 첫 마사지였다.

좀 걷다 와서 발냄새가 걱정이었는데 마사지 전에 꽃을 띄운 물에 잠시 발을 담가 씻게 해줘서 안심.

 

마사지를 다 받고 난 뒤, 마사지사가 별점을 매겨달라고 종이를 가져왔다.

... 이걸 왜 마사지한 사람이 직접 받게 하나.;;;;

민망하게시리;;; 나쁘다, 별점 제도.

 

모두 별 다섯 개를 주고 팁도 주었다.

 

처음 배낭여행을 갔을 때는 지금보다 수입이 없을 때였고, 먹고, 자고, 이동하는 모든 게 돈이라 팁이 부담스러웠다. 우리나라는 팁 문화가 없어 낯설기도 했고.

 

지금은 학생이 아니기도 하지만 팁 문화가 있는 곳은 팁을 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차와 푸딩을 주며 먹고 가라기에 잘 먹고 나왔다.

 

1일 1마사지 하지 않은 게 돌이켜 보면 몹시 아쉽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삶을 살며 돈은 아끼고, 인도 여행 때 호객행위를 질리도록 겪어서 호객꾼에게는 일단 no라고 답하는 게 몸에 배었던 것 같다.

 

여행 자주 다니고 싶........... 은데, 후 코로나. ㅠㅠㅠㅠ

 

이번 여행 때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라는 걸 마음에 새겼다. 지난 일은 다 잊고 이번 여행은 이번 여행으로 즐겨야 한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한 번 갔던 지역을 다시 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인도도 다시 가고 싶었고, 다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3. 다낭 대성당

 

현장에서 그린 거.
너무 예뻤던 다낭 대성당

다낭 대성당을 검색하면 다 정면 사진인데 왜 그런지 알겠더라. 정면이 제일 예뻤고, 담장과 나무로 인해 측면까지 잘 나오게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다.

 

 

4. 마블 마운틴

 

택시를 타고 손오공의 전설이 있는 오행산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가 이것 저것 말을 붙였는데, 자기는 버팔로 띠라 47살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와 다른 띠 두 개가 바로 버팔로 띠와 고양이 띠. 고양이 띠 너무 부럽다. 우리나라 소띠가 베트남에서는 버팔로, 물소 띠고 토끼 대신 고양이 띠가 있다고.

 

암튼 그리고 자기는 부인이 둘이라 한 명이 바가지 긁으면 다른 집에 가서 편하다고, 부인을 한 명 더 두고 싶다고 했다. 헐...

 

베트남 일부일처 사회 아니었나?

 

나 : 베트남 남자는 다 부인 둘 씩 둘 수 있는 거야?

 

기사 : 아니, 나만 가능하지. *어깨 으쓱*

 

부인들이 서로 아는데 같이 살지는 않는다고. 그거 전문 용어(?)로 두 집 살림이라고 하지 않냐;;;

 

남의 인생이라 뭐라 하기는 그래서 그냥 듣고 말았다.

 

기사가 바나힐은 안 가는지 물었다. 바나힐을 갈지 마블 마운틴(오행산)에 갈지 고민하다가 오행산을 택했다고 대답했다.

 

어제 오전 버스를 타고 다낭에 왔다면 둘 다 볼 수 있었겠지만, 아쉬운 게 있어야 또 오지 않겠어? 어제는 어제대로 즐거웠으니 괜찮아.

 

기사 : 친구 있으면 나 좋은 기사라고 소개시켜 줘.

 

나 : 친구가 있으면 혼자 왔겠어? *심드렁*

 

기사 : *빵 터짐* 그러네.

 

마블 마운틴에 도착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여러 길이 있었다. 길을 따라 가면 계단이나 동굴이 나왔다. 동굴 안에는 불상 등이 조각되어 있었다.

 

 

잠시 쉬며 그린 매점 그림.

동굴 하나라도 놓칠까 정말 꾸역꾸역 열심히 돌아다녔다. 오기 전에 발 마사지 받기 천만 다행이었다.

 

잠시 쉬며 매점 그림을 그리는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서양인 관광객이 자기 일행에게 "노 모어 케이브스, 노 모어 스텝스" 라고 말하는 게 들려 속으로 빵 터졌다. 동굴이고 계단이고 이제 그만 볼래.

 

오행산은 엘리베이터 요금을 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올 수 있는데 걸어왔다.

 

돈을 아끼려고는 아니고. 올라오는 과정 또한 여행이기 때문이며, 아직 무릎과 허리가 쌩쌩할 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엘리베이터를 타서, 중간 풍경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

 

한 동굴에 들어갔는데, 누군가 그냥 막힌 곳처럼 보이는 곳을 향해 걸었고, 가보니 길이 있더라 했다. 그 사람의 일행은 피곤한지 고민하다 따라갔다. 나는 헐, 저런 데에 길이 있었어? 하고 따라갔더니 전망대가 나오더라.

 

오고 싶던 곳이었다. 손오공의 전설이 있는 곳이잖아? 그러고 보니 서유기를 원작으로는 못 읽었구나. 이것도 버킷 리스트에 넣어야지.

 

올해(2020년) 버킷 리스트는 토지였다. 9월 초인 현재 총 20권 중 4권까지 읽었다. 연말까지 읽을 수 있나 두고 보자.

 

 

4. 참파 조각 박물관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택기 기사 : 코리안?

 

나 : 예스. 베트남?

 

기사가 빵 터졌다. ㅋㅋ

 

참파 조각 박물관에서 경비가 하이파이브 하자기에 별 생각없이 손을 드니 내 손을 잡아 손등에 키스하려고 해 기겁하고 도망쳤다. ...... 후. 좋은 기억이 훨 많다. ....

 

이쪽은 힌두의 영향을 받은 조각상들이 많았다. 링가와 요니, 가네쉬 등등 낯익고 반갑구나. 

 

제법 넓고 조각상, 생활용품, 항아리 등등으로 구획도 잘 되어 있었다. 1시간 밖에 시간이 없어 정줄 놓고 보다가 후반은 눈도장만 찍고 돌아선 게 아쉬웠다.

 

남는 건 사진이고나.

 

 

 

5. 카페에 가서 베트남에서 마시는 마지막 코코넛 커피를 시켰다.

 

 

다리가 너무 아파 잠시 쉬어야 했다.

 

유명하다는 카페는, 일부러 피한 것까진 아니지만 가보지 않았다. 지나가다 마음이 동해 들어갔던 카페들 모두 마음에 들었고, 직원은 친절했고, 음료는 맛있었다.

 

그립다, 베트남 코코넛 커피.

 

 

6. 택시를 타고 영흥사로 갔다.

 

레이디 붓다가 유명한 곳이라고.

 

택시를 타고 가는데 멀리 산에 솟은 레이디 붓다상이 보이는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평화로워졌다.

 

나는 종교인은 아니다. 성당도, 절도, 교회도, 관광지로서 간다. 그런데 이상하게 성당에 가면 하나의 건축물이라는 느낌인데 절에 가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성당은 대체로 도심에, 절은 산중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레이디 붓다만 보고 가는 듯했는데, 영흥사 자체도 볼거리가 많았다. 조각상도 많고 건물도 많아서 여기서 2~3시간 앉아서 쉬고 그림도 그릴 여유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여유있게 하나를 보더라도 집중해서 보며 여행하고 싶었다. 5박 7일 동안 볼 수 있는 건 다 보고 싶었다,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며 움직였던 것 같다.

 

 

7.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 달라고 말했다.

 

저녁을 먹고 비행기를 탈 시간이었다.

 

기사가 드래곤 브릿지 아래에서 야시장이 열린다기에 거기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호이 안에서 못 먹은 바닷가재를 먹었다. 꺄호- ........ 짰지만. ㅠㅠㅠㅠ

 

짰다는 게 아쉽다. 낵아 좀 싱겁게 먹는 편임을 감안해도 짰다. 그래도 좋았다.

 

음료를 권하는 아이가 있어 석류 주스를 샀다. 아이가 나한테 러블리하다고 했다. 베트남에 온 내내 너무 행복해서, 계속 웃고 다녀서 그런 것 같았다. 그 아이도 너무너무 귀여웠다.

 

나는 너도 귀엽다고 말해 주었다.

 

여기서 작은 에피소드 하나.

 

음료를 시키고 오니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4인석에 혼자 앉은 서양 여행객에게 "자리가 없어. 같이 앉아도 돼?"라고 물어봐야 했는데 "우리랑 합석할래?" 라고 물어봤다. ...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건 새삼 설명하기 너무 늦었을 때 깨달았다. ...

대충 계산해 보니 작년 베트남 여행 때가 짬짬이 영어공부한지 2년은 되었을 때던데. ......

하, 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바닷가재를 먹고 야시장을 떠나는데 누가 공연을 하더라. 베트남에서 엄청 유명한 가수 같았다. 다리를 등진 무대였기에 뒷모습만 잠깐 보았다.

 

호텔에 맡겼던 가방을 찾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8. 공항

 

택시에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택시 기사가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택시 기사도 나도 영어가 서툴었다. 오해(?)를 받을까 최선을 다해 설명했나.

 

나 : 나 베트남 너무 좋았거든. 근데 이제 떠난다 싶으니까 아쉬워서 한숨쉰 거야.

 

기사 : (안도하고 반색하며) 고마워.

 

고맙긴..... 이때 안 갔으면 어쩔 뻔했나, 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공항에서 기다리며 음료를 시켰는데, 헐, 메뉴판에 적힌 게 달러였고, 겁내 비쌌다. 마트 표나 카페 표나 내내 같은 가격이더니 공항은... 심하다 싶게 비쌌다. 나는 빵 터져서 주저앉았고 음료 팔던 아가씨는 이런 반응에 익숙한지 몹시 시크하게 반응했다.

 

목이 말랐고, 어차피 돈은 남은 상황. 나는 베트남 돈으로도 되는지 물어 겁나 비싼, 이름 까묵은, 신 베트남 과일 음료를 시켰다.

 

 

공항 카페

 

그립다, 베트남. 언젠가 다시 가리, 베트남. (19.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