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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도쿄/요코하마] 6. 요코하마 - 요코하마항 오오산바시 국제객선 터미널, 아카렌가소코 : 우연히 만난 음악의 경이

by 운가연 2024. 7. 27.

1. 요코하마항 오오산바시 국재객선 터미널

 

2층은 실제 배를 타는 여객터미널이지만 옥상은 나무데크로 꾸민 바다 전망대이다. 캐리어를 끌고 배를 타러 가는 사람들도, 나처럼 전망대에서 보이는 바다를 감상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데크와 난간이 만드는 곡선과 직선이 재밌었다.

 

원경으로 보이는 도시 그림 도전!

 

다르게 그려보기 도전!

 

다른 풍경 도전!

 

국제객선에서 내려다본 모습.

 

색연필도 어렵고 원경도 어렵다. 크아앙-

 

배 한점

 

색연필은 매끄러운 종이에 그리면 섬세하게 묘사하기 더 좋은데 거친 종이에 거칠게 묘사해보고 싶어서 시도.

 

2. 아카렌가소코

 

국제객선에서 나와 아카렌가소코로 향했다.

 

아카렌가소코는 얼마 전 ㅈㅁ, ㄴㄹ와 다녀온 청주의 동부창고처럼, 창고였다가 현재는 카페로 쓰이는 곳이라고 했다. 거기서 밥을 먹을까 싶었다. 아침도 안 먹어서 배가 고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맥주와 소시지 축제를 하고 있었다. 이게 웬 떡이야? 신난다!

 

아카렌가소코 건물

 

건물이 두세 개인가 그랬던 것 같다. 이쪽은 공사 중인 듯했고 다른 곳 앞에서 지역 상인들이 가판을 열고 맥주, 소시지, 감자튀김 등을 팔고 있었다. 신났다.

소시지를 좋아하지 않아 고민하는데 마침 삶은 홍합을 팔기에 그걸로 낙찰.

 

양쪽으로 이런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맥주 가게와 안주 가게가 달랐다.

 

외국 맥주인 에딩거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나는 한가한 요코하마 맥주를 파는 곳으로 가서, 요코하마 흑맥주를 골랐다. 요코하마 시민들은 외국 맥주를 마시고, 외국인인 나는 요코하마 맥주를 마시는 거. 깔깔-

 

 

맥주는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빈 속에 먹는 첫 끼라 아끼며 마시는데 ㅇㅈㄴㅁ에서 전화가 왔다. 업무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맥주를 엎었다. ㅠㅠㅠㅠ

가심이 아팠을 뿐더러 수습하느라 멘붕. 휴지를 꺼내 닦고, 휴지가 날아가서 "암 쏘리."를 반복하며 주워오고... 크아앙-

한 잔 더 마실 건 아니라 가심이 아프지만 물러났다.

 

시린 속을 달래며 일어나 다음 장소로 가려는데 어디선가 흥겨운 음익소리가 났다. 음알못인데도 절로 발걸음이 갔다. 한쪽에 마련된 공연장과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헤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서양인 4인조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쉬운 가락의 음악인데 나도 모르게 서서 들을 만큼 흥겨웠다. 한 명이 "치킨 댄스 할까?" 라고 말하자 다른 한 명이 "벌써?" 라고 짠 듯 짜지 않은 듯한 대화를 주고 받은 뒤 간단한 춤동작을 알려 주었다. 팔꿈치를 붙였다 펴며 닭 흉내를 내는 간단한 동작이었는데 너무 흥겨웠다. 환호를 지르며 공연을 즐겼다. 세월과 함께 쌓인 관록, 음악에 대한 내공, 아마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쌓아왔을 네 사람의 우정, 진정 음악을 즐기는 이들, 이 모든 시너지가 만든 에너지였다.

 

옆에 혼자 온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귀여운 인상의ㅏ 일본인 여자애가 있었다. 신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나 : 저 밴드 이름 알아?

여자애 : 몰라.

나 : 난 요코하마에 올 계획이 없었어. 충동적으로 온 요코하마에서 저런 공연을 만나는 건 인생의 행운이야.

여자애 : 난 오늘 맥주 축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저런 밴드가 오는 줄 몰랐어.

나 : 우린 둘 다 행운아야!

 

즐거웠다. 그리고 우린 둘 다 어떻게 대화를 끝내야 할지 몰랐다. 서먹과 흥겨움의 경계에서 여자애가 밖에서 축제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보고 온 맥주 축제. 그걸 보러 간다는 핑계로 헤어졌다.

 

나중에야 공연이 끝나지 않았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사회자가 축제 설명을 하는 동안 밴드는 멋쩍은 얼굴로 서 있었다.  아이고 아쉬워라... 적절히 이야기를 마치는 법도 익혀야 하는 것.;;;;

 

뒤를 듣지는 못했어도 지금도 기억에 남는 공연이다. 나 자신도 저렇게 늙기를,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살아가기를 바랐다. (24.04.29)

 

집에 와서 만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