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당일치기

잠실에서 ㅁㅈ 만난 날 - 24.05.16.

by 운가연 2024. 8. 20.

1. ㅁㅈ이 암 수술하고 항암 받느라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지냈다.

 

나보다 어린 사촌동생이 암이라니. ㅠ

아주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었는데 이 발견이 나름 드라마틱했다.

 

모양이 이상한 게 있어서 조직검사를 함. 암이 아니라고 나옴.

크기도 0.8mm로 작았음.

여기저기 검사하고 치료받아야 하는 게 많아서 1~2년 잊고 살다 그냥 찜찜해서 떼내기로 함.

수술도 아닌 시술로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림.

 

그렇게 떼어내고 보니 암이었다. *두둥*

 

조직검사가 표본으로 일부를 체취하는데 하필 떼낸 곳이 암이 아니었던 것.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게도 떼낼 걸 권했다.

나도 0.92mm짜리 모양 이상한 게 있는데 암 아니고, 6개월 후 추적검사 때도 변화는 없었다.

부계긴 하지만 사촌이 겪은 일이라 나도 떼내려고 한다. 크아앙-

떼내면 전체적으로 검사를 해서 암인지 아닌지 확실히 나옴.

 

2. ㅁㅈ을 만난 건 치료를 마친 집으로 가기 하루 전이었다.

 

소리가 울려 좀 시끄럽지만 오렌지 기반의 인테리어가 예뻤고 케이크도 맛있었던 잠실 카페 VGG

 

잠실은 고딩 때 꽤 자주 갔다. 놀이공원은 아니었고, 잠실... 에 무슨 공원 같은 거였나?

후... 기억이 가물가물하군. 거기서 PC 통신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다.

까마득한 기억이다.

(이 글 올리고 나중에 기억났는데 잠실 종합운동장이었다. ㅋ)

 

잠실에서 만난 건 ㅁㅈ이 잠실에 있는 암전문 요양병원에 있기 때문이었다.

식사도 잘 나오고, 식당에서 잠실 호수공원이 내려다 보여서 한 달 간 휴양 온 기분이라고 했다.

암전문 요양병원이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았다면, 아부지도 거기서 지내게 해드리는 건데... ㅠㅠㅠㅠ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지. ㅠㅠㅠㅠ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를 못해서 검색도 안 해 본 나. 하아...

다행히 아버지는 무사히 회복하심. ㅠ

 

그리고 ㅁㅈ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 복귀해야 한다.

아이들과 통화는 매일 했다고.

 

ㅁㅈ과 나는 어린 날, 추석이나 여름방학이면 만났다.

그러다 꽤 오래 시골에 내려가지 않았고 성인이 된 뒤 명절이면 만났다.

ㅁㅈ이 결혼한 뒤 나는 다시 명절에 내려가지 않게 되었다.

가도 ㅁㅈ을 볼 수가 없다. ㅁㅈ은 시댁에 가니까.

 

그러다 22년에 내가 여수 여행 갔을 때 만났다. 아버지 없이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일곱 살 어린아이처럼 손이 많이 간다. 작은아버지는 아버지를 떠받든다. 아버지가 연락하면 무조건 나온다.

사이에서 ㅁㅈ과 작은어머니가 고생한다.

작은아버지도 이제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한 ㅁㅈ이 남편, 아이들을 데리고 와 차를 운전하는 것이다. *뚜둔*

미안한 일이다. ㅠ

 

3. 카페 VGG를 나와 석촌 호수를 향해 걸었다.

 

24년 5월 16일 4시 39분에 뜬 달

 

ㅁㅈ은 투병하는 동안 매일 산책했다고 한다. 이 부근에 암전문 요양병원이 생긴 건 최근이라고 했다.

근처에 큰 병원이 있고, 지방에 사는 사람이 오기 편한 곳이기 때문. 암 환자가 그렇게 많다.

 

그러면서 ㅁㅈ은 요양원이 늘어날 거라고 했다.

30대의 반 정도가 결혼했다고 한다. 딩크로 사는 사람도 많다. 예전처럼 자식이 부모를 끝까지 모시는 시대도 아니다.

따라서 요양원은 늘 수밖에 없고, 지금은 저가의 요양원과 고가의 실버타운으로 갈리지만

그 중간에, 요양원보다는 좋고 실버타운보다는 싼 무언가가 생길 거라고 했다.

그때를 대비해서 돈 모아야지. ㅋㅋ

 

나 : 나는 늘그막에 동남아 예쁜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생각 중이야. 요양원보다 낫지 않을까. 매일 청소도 해주잖아.

ㅁㅈ : 와, 너무 좋은 생각이에요. 근처에 골프장 있으면 좋고. 애들 성인 되면 같이 가 봅시다.

 

... 골프는 관심이 없지만 그때 가면 생길 지도 모르지. ㅋ

 

물론 가까이에 병원이나 의사가 없어도 몸이 버텨줄 때 이야기다. 껄껄-

 

노후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에 들어섰다. 7월에 복싱장을 끊었다.

삶의 마지막 날까지 내 발로 화장실 가고 내 손으로 밥 먹으려면,

피딩튜브에 의지해 숨만 붙어서 누군가 날 씻기고 기저귀 갈아주는 대로 누워 지내지 않으려면 운동을 해야 했다.

복싱은 복싱툰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재밌었지만 연약한 무릎이 버텨주질 못했다.

현재 내 목표는 근력운동을 통해 복싱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드는 거다.

 

 

오후가 되자 날이 선선해졌다. ㅁㅈ은 겉옷을 가지러 가고 나는 기다리며 낙서를 한 점 했다.

 

석촌 호수를 걷다 저녁을 먹으럭 ㅏㅆ다.

 

4. 그로어스

 

야외 좌석 펜스를 여노란색으로 칠한 예쁜 곳이었다.

 

ㅁㅈ은 술을 마시지 못하지만 나는 한 잔 마시라고 해서 화이트 와인을 골랐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ㅁㅈ은 몹시 좋아했다. 사진 포즈 잡는데 아주 능숙함!

나도 덩달아 열심히 찍었는데 사진 예쁘게 나오더라.

ㅁㅈ 덕에 내 사진도 많이 찍힘. 헤헤-

 

문어구이
로메인 샐러드는 청주에서 먹은 게 더 맛있었지만 여기도 좋았다.
청주 헤도닉에서 먹은 시저 샐러드. 치즈 양이 훨씬 많다. 하지만 잠실과 청주는 월세가 다르겠지;;;;
피스타치오 오일 파스타. 라면처럼 구불구불한 면의 식감이 재밌었다. 얘가 셋 중에 제일 맛났음.

 

5. 배를 꺼뜨릴 겸 다시 석촌호수를 걸었다.

 

뭐야, 귀엽잖아!!!
귀여워서 한 장 더. 7월에 혼자 석촌호수를 걸을 때는 없었다. 이때 잠깐 이벤트였던 듯.

 

6. JBOUT COFFEE

 

석촌호수가 보이는 JBOUT COFFEE에서 맥주와 감자튀김을 시켰다.

 

나는 맥주. ㅁㅈ은 음료.

 

호수를 보며 앉았다가 조금 쌀쌀해지는 듯해서 안쪽으로 옮겼다.

 

7. 카페 시나몬

 

강아지 너무 귀여워. 티슈에도 인쇄되어 있었다.

 

맛나 보이는 디저트가 한가득이었는데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못 먹고 커피. 이날은 진짜 종일 먹고 마시고 조금 걷고 먹고 마시고 폭풍 수다를 떤 날이었다. ㅋㅋㅋㅋ

 

이런 날 흔치 않아. ㅋㅋㅋㅋㅋㅋ

 

8. 마침내 일어섬.

 

 

저걸 여기다 짓자고 비행기 항로를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고 광분(...)하는 나를 보며 ㅁㅈ이 어이 없다는 듯 웃었다.

 

ㅁㅈ : 뭘 그런 걸 따져요.

나 : 난 평생 투덜이 스머프로 살 거임. ...

 

울 아부지도 저 건물 질색하심. ㅋㅋ

부전여전임.

 

지하철 가는 길에 찍은 야경

 

또 언제 보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보겠지. 그리고 어린아이, 젊은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머, 하나도 안 늙었다. 어쩜 그대로야!" 하겠지. 사람이 늙음을 인지하는 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긔. ㅋㅋ

 

이후 혼자 가서 한 번 더 산책. 일기는 아래.

https://dearmycats.tistory.com/237

 

잠실 석촌호수와 매미 - 24.07.30

https://dearmycats.tistory.com/210 작년(24년) 5월, ㅁㅈ을 만나러 잠실 석촌호수에 갔었다. 그때 ㅁㅈ이 무심코 한 이야기들이 이후 작업에 영감이 되어 주었다. 그때 일기는 위 링크에.7월에 답사 차 혼

dearmycat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