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ㅁㅈ이 암 수술하고 항암 받느라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지냈다.
나보다 어린 사촌동생이 암이라니. ㅠ
아주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었는데 이 발견이 나름 드라마틱했다.
모양이 이상한 게 있어서 조직검사를 함. 암이 아니라고 나옴.
크기도 0.8mm로 작았음.
여기저기 검사하고 치료받아야 하는 게 많아서 1~2년 잊고 살다 그냥 찜찜해서 떼내기로 함.
수술도 아닌 시술로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림.
그렇게 떼어내고 보니 암이었다. *두둥*
조직검사가 표본으로 일부를 체취하는데 하필 떼낸 곳이 암이 아니었던 것.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게도 떼낼 걸 권했다.
나도 0.92mm짜리 모양 이상한 게 있는데 암 아니고, 6개월 후 추적검사 때도 변화는 없었다.
부계긴 하지만 사촌이 겪은 일이라 나도 떼내려고 한다. 크아앙-
떼내면 전체적으로 검사를 해서 암인지 아닌지 확실히 나옴.
2. ㅁㅈ을 만난 건 치료를 마친 집으로 가기 하루 전이었다.
잠실은 고딩 때 꽤 자주 갔다. 놀이공원은 아니었고, 잠실... 에 무슨 공원 같은 거였나?
후... 기억이 가물가물하군. 거기서 PC 통신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다.
까마득한 기억이다.
(이 글 올리고 나중에 기억났는데 잠실 종합운동장이었다. ㅋ)
잠실에서 만난 건 ㅁㅈ이 잠실에 있는 암전문 요양병원에 있기 때문이었다.
식사도 잘 나오고, 식당에서 잠실 호수공원이 내려다 보여서 한 달 간 휴양 온 기분이라고 했다.
암전문 요양병원이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았다면, 아부지도 거기서 지내게 해드리는 건데... ㅠㅠㅠㅠ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지. ㅠㅠㅠㅠ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를 못해서 검색도 안 해 본 나. 하아...
다행히 아버지는 무사히 회복하심. ㅠ
그리고 ㅁㅈ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 복귀해야 한다.
아이들과 통화는 매일 했다고.
ㅁㅈ과 나는 어린 날, 추석이나 여름방학이면 만났다.
그러다 꽤 오래 시골에 내려가지 않았고 성인이 된 뒤 명절이면 만났다.
ㅁㅈ이 결혼한 뒤 나는 다시 명절에 내려가지 않게 되었다.
가도 ㅁㅈ을 볼 수가 없다. ㅁㅈ은 시댁에 가니까.
그러다 22년에 내가 여수 여행 갔을 때 만났다. 아버지 없이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일곱 살 어린아이처럼 손이 많이 간다. 작은아버지는 아버지를 떠받든다. 아버지가 연락하면 무조건 나온다.
사이에서 ㅁㅈ과 작은어머니가 고생한다.
작은아버지도 이제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한 ㅁㅈ이 남편, 아이들을 데리고 와 차를 운전하는 것이다. *뚜둔*
미안한 일이다. ㅠ
3. 카페 VGG를 나와 석촌 호수를 향해 걸었다.
ㅁㅈ은 투병하는 동안 매일 산책했다고 한다. 이 부근에 암전문 요양병원이 생긴 건 최근이라고 했다.
근처에 큰 병원이 있고, 지방에 사는 사람이 오기 편한 곳이기 때문. 암 환자가 그렇게 많다.
그러면서 ㅁㅈ은 요양원이 늘어날 거라고 했다.
30대의 반 정도가 결혼했다고 한다. 딩크로 사는 사람도 많다. 예전처럼 자식이 부모를 끝까지 모시는 시대도 아니다.
따라서 요양원은 늘 수밖에 없고, 지금은 저가의 요양원과 고가의 실버타운으로 갈리지만
그 중간에, 요양원보다는 좋고 실버타운보다는 싼 무언가가 생길 거라고 했다.
그때를 대비해서 돈 모아야지. ㅋㅋ
나 : 나는 늘그막에 동남아 예쁜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생각 중이야. 요양원보다 낫지 않을까. 매일 청소도 해주잖아.
ㅁㅈ : 와, 너무 좋은 생각이에요. 근처에 골프장 있으면 좋고. 애들 성인 되면 같이 가 봅시다.
... 골프는 관심이 없지만 그때 가면 생길 지도 모르지. ㅋ
물론 가까이에 병원이나 의사가 없어도 몸이 버텨줄 때 이야기다. 껄껄-
노후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에 들어섰다. 7월에 복싱장을 끊었다.
삶의 마지막 날까지 내 발로 화장실 가고 내 손으로 밥 먹으려면,
피딩튜브에 의지해 숨만 붙어서 누군가 날 씻기고 기저귀 갈아주는 대로 누워 지내지 않으려면 운동을 해야 했다.
복싱은 복싱툰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재밌었지만 연약한 무릎이 버텨주질 못했다.
현재 내 목표는 근력운동을 통해 복싱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드는 거다.
오후가 되자 날이 선선해졌다. ㅁㅈ은 겉옷을 가지러 가고 나는 기다리며 낙서를 한 점 했다.
석촌 호수를 걷다 저녁을 먹으럭 ㅏㅆ다.
4. 그로어스
야외 좌석 펜스를 여노란색으로 칠한 예쁜 곳이었다.
ㅁㅈ은 술을 마시지 못하지만 나는 한 잔 마시라고 해서 화이트 와인을 골랐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ㅁㅈ은 몹시 좋아했다. 사진 포즈 잡는데 아주 능숙함!
나도 덩달아 열심히 찍었는데 사진 예쁘게 나오더라.
ㅁㅈ 덕에 내 사진도 많이 찍힘. 헤헤-
5. 배를 꺼뜨릴 겸 다시 석촌호수를 걸었다.
6. JBOUT COFFEE
석촌호수가 보이는 JBOUT COFFEE에서 맥주와 감자튀김을 시켰다.
호수를 보며 앉았다가 조금 쌀쌀해지는 듯해서 안쪽으로 옮겼다.
7. 카페 시나몬
맛나 보이는 디저트가 한가득이었는데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못 먹고 커피. 이날은 진짜 종일 먹고 마시고 조금 걷고 먹고 마시고 폭풍 수다를 떤 날이었다. ㅋㅋㅋㅋ
이런 날 흔치 않아. ㅋㅋㅋㅋㅋㅋ
8. 마침내 일어섬.
저걸 여기다 짓자고 비행기 항로를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고 광분(...)하는 나를 보며 ㅁㅈ이 어이 없다는 듯 웃었다.
ㅁㅈ : 뭘 그런 걸 따져요.
나 : 난 평생 투덜이 스머프로 살 거임. ...
울 아부지도 저 건물 질색하심. ㅋㅋ
부전여전임.
또 언제 보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보겠지. 그리고 어린아이, 젊은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머, 하나도 안 늙었다. 어쩜 그대로야!" 하겠지. 사람이 늙음을 인지하는 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긔. ㅋㅋ
이후 혼자 가서 한 번 더 산책. 일기는 아래.
https://dearmycats.tistory.com/237
잠실 석촌호수와 매미 - 24.07.30
https://dearmycats.tistory.com/210 작년(24년) 5월, ㅁㅈ을 만나러 잠실 석촌호수에 갔었다. 그때 ㅁㅈ이 무심코 한 이야기들이 이후 작업에 영감이 되어 주었다. 그때 일기는 위 링크에.7월에 답사 차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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