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ㅈㅁ은 나보다 일찍 일어났다.
숙소 바로 앞에 있던 수영장에는 발만 담갔고, 다음 여행에는 가져올 짐과 가져오지 않을 짐 목록을 정했다며 활짝 웃었다.
.......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2. 온라인에서 투어 예약을 했었다.
보통 닌빈은 하노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온다. 나는 당일치기보다는 해당 도시에서 하루 자는 걸 좋아한다.
돌이켜보건데, ㅈㅁ은 혼자 있는 걸 개의치 않으니, 닌빈에 도착한 날, 택시 타고 시내로 나가, 관광 명소만 들르는 게 아닌, 닌빈이라는 도시 자체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에메랄다 리조트가 중심가에서 거리가 있어서 택시비가 제법 나왔겠지만, 어제를 아쉽게 보내는 것보다는 나았으리라.
그러나 이때는 어째서인지 그 생각을 못했다.
지금은 기억에서 잊혔을 뿐, 택시타고 멀리까지 가자니 나도 귀찮았을 수도 있다.
이날 현지에 있는 투어 샵으로 구글맵스에서 찾아 예약 했다. 그냥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https://ninhbinhtouristcenter.com/ko/ 여기였다.
약속한 시각에 기사가 리조트로 왔고, 투어를 시작했다.
사전에 닌빈에 대채 찾아본 ㅈㅁ이 말했다.
ㅈㅁ : 여긴 카르스트 지형이래.
그 말을 듣고서야 나도 카르스트 지형을 찾아보았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 석회암은 탄산칼슘(CaCO3)을 주성분으로 하는 퇴적암인데,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는 성질이 있다. 이로 인해 석회암 지역에서는 기반암이 빗물 등에 의한 화학적 용해작용과 혹은 침전 등으로 독특한 지형들이 형성되는데, 이를 통틀어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한다."이다.
이걸 내 식으로, 과학적 지식 없이 닌빈을 본 느낌대로 말하자면, 카르스트 지형은 벌판에 누가 뚝 떼어놓은 듯한 돌산과 동굴이 많다, 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할이 산이고, 산 뒤에 산 뒤에 산 뒤에 산이 있다.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보이는 이를테면 '첩첩산중'이다. 베트남은 벌판에 산이 각기 떨어져서 뚝, 뚝, 서 있다. 상당히 특이한 풍경이었고, ㅈㅁ은 이색적인 풍경을 본다며 좋아했다. 도시 간 이동을 귀찮아 한 ㅈㅁ을 설득해 닌빈으로 온 터라, 이 말에 조금 안도했다.
하노이에서 크루즈를 타고 하롱베이로 가는 코스도 유명하다. 하롱베이도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그래서 닌빈이 작은 하롱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언젠가 하롱베이도 가보고 싶다. 어떤 크루즈를 타면 좋을지 머리 터지게 고민하게 되겠지. 깔깔-
3. 항무아
첫 번째 코스는 항무아였다. 나름 여행 준비 한다고 한 것 같은데, 뭘 한 건지 모르겠다. ㅋㅋ 항무아가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르고 갔다. 끝없는 계단을 올라야 했다. 아침형 인간이라면 최대한 이른 시간을 잡기 바란다. 오전에도 제법 덥다.
참고로 계단은 486개라고 한다. 평지라면 486걸음 걷는 거 별 일 아니지만 계단은 힘들다.;
아래쪽은 연꽃 정원이 있었다. 꽤 넓었는데 거기까지 볼 여유는 되지 않았다. 다음에 항무아에 가게 되면 정원 따라 산책도 해보고 싶다.
동굴에 더 들어가는 순간 첨벙, 했다. 으악 물이 있었다! 운동화 젖음. ㅋㅋ 그런데 날이 덥고 건조했는지 숙소 올 무렵에는 자연 건조 되어 있었다. 깔깔-
항무아는 '춤추는 동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동굴이 의외로 깊은 걸까?
ㅈㅁ : 후기 보다 보니까, 가이드에게 같이 가 달라고 한 사람이 있더라고. 가이드가 우리 보내고, 우리가 같이 가 달라고 안 하니까 되게 좋아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아.
나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우리에게 다녀오라고 인사할 때 가이드가 활짝 웃긴 했었다. ㅋㅋ
ㅈㅁ은 상당히 힘들어했다. 그래서 차마 말하지 못했다. 나는 겁내 즐거웠다는 사실을...;;;;;
난 좋았다. 힘든 것도 좋았고, 계단도 좋았다. 항무아가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베트남에 와서 주요 관광 명소라는 곳을 오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마냥 신났었다.
멀리 나룻배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룻배 투어는 땀꼭, 짱안 두 곳에서 한다. 이때는 저 사람들이 짱안 투어라고 생각했다. ... 낵아 짱안 투어를 할 것이기 때문이었지. 내 위주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땀꼭이 아닐까 싶다. 짱안이었다면, 가는 길에 나룻배 사공이 저기가 항무아라고 알려줬을 것 같거든. 가는 길에 좋은 풍경 나오면 많이 이야기해줬었거든.
여기서 잠깐 쉬었다. 다른 여행자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개를 데리고 여행하는 사람이 있었다. 중소형견인데 걷기도 하고, 힘들어 하면 가방에 넣어 메고 이동한다고 했다. .... 10kg은 넘을 텐데?;;; 대단한 분이었다.
갈림길이 나왔다. 우린 잠시 방황했다. ㅈㅁ은 체력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한 곳만 올라갈 수 있었다. 잠시 서서 보니 외쿡인들은 다 왼쪽으로 가더라. 그래서 왼쪽으로 갔다. 그리고 항무아가 왜 유명한지 알게 되었다.
이 용을 보러 가는 길은 험난했다. 아마도 현무암이 아닌가 싶은, 구멍 숭숭 뚫린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다. 즉, 걷기 힘들다. 용이 있는 곳으로 올라갈 때 달리 짚을 곳이 없어 손으로 바닥을 짚어야 한다. 맨손으로 누르면 아프다. 난간도 없고 비좁은 돌 위에 누가 저런 용 조각을 만들라고 시켰는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위태롭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3분씩 걸린다.
아래에서 만났던 베트남 남자와 서로 사진을 찍어줬는데, 그 분을 여기서 다시 만났다. 나는 이때 일단 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 남자가 사진 찍어줄지 물었지만 일어나려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괜찮다고 했다. 물론 그 사람도 일어나는 데 오래 걸린다는 거 알고 한 말이었다. 다들 느리게 움직였고 아무도 서두르라고 독촉하거나 눈치 주지 않았다. 보호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ㅈㅁ도 올라왔다. 용 조각이 있는 곳은 아주 좁았고, 한 발만 삐끗해도 낭떠러지 행이라, 용 비늘을 잡고 움직여야 했는데, 사람들이 오가며 하도 잡아서 용 비늘이 흔들렸다.;;; 우린 조심스레 움직이며 어쨌든 용이 있는 곳까지 갔고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었다. 꼬리까지 간 서양 남자가 보였다. 가는 길이 푹 파여 있어서, 산 타기와 자기 몸놀림에 자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와 ㅈㅁ은 시도해 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
이 용은 비, 농사, 번영을 상징한다고 한다.
실컷 사진 찍고 내려온 뒤 ㅈㅁ에게 말했다.
나 : 부탁이 있어.
ㅈㅁ : 뭔데?
나 : 오른쪽도 다녀오고 싶은데 기다려줄 수 있어?
ㅈㅁ :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같이 가자고 하는 것만 아니면 괜찮아.
나 : 고마워!
그래서 나는 오른쪽도 갔다. 정상에 6층 석탑이 있었다. 왼쪽에서 본 모습.
전통 복식을 입고 유명한 곳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인지, 이후에도 여러 곳에서 봤다. 자세를 바꿔 가며 사진을 오래 찍어서;;; 계속 기다릴 수가 없었다.;;;
ㅈㅁ과 합류한 뒤, ㅈㅁ이 거기서 용을 찍었는지 물었다.
나 : 아니:;;;;
ㅈㅁ은 거기까지 가서 왜 그 사진을 찍지 않았는지 묻는 표정을 지었다. 할 말이 없었다. 생각도 못했다. 깔깔-
내려오니 코코넛을 팔았다. ㅈㅁ은 생 코코넛을 마셔본 적이 없는 지라 하나 사서 나눠먹기로 했다. ... 내가 더 많이 마셨다. 미안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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