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은파 호수 공원, 안영순 베이커리, 카페 산타로사
[군산] 놋북 아답타 멘붕/ 월명 공원/ 구)군산세관/ 탱크 조개&짬뽕/ 진포해양 테마 공원/ 혼술
[군산] 3.1운동 역사공원, 금강 습지 생태공원, 경암동 철길 마을, 우체통 거리, 수덕 공원, 해망굴, 월명 공원, 신흥동 일본식 가옥, 초원 사진관, 구이마루(현재글)
[군산] 동국사, 군산 항쟁관, 테디베어 박물관, 스테이블, 해돋이 공원, 둔율 성당, 미즈 커피
1. 군산 3.1운동역사공원
지난 여행 때는 공사중이었던 터라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이 날의 첫 장소로 결정. 꾸역꾸역 걸어갔다.
지난 번과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3.1운동 역사영상관은 여전히 잠겨 있었다. 아무래도 짓다가 중간에 멈추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손잡이가 녹슬었더라.
아이들이라면 재미있어할 몇 가지 체험이 있다. 자전거 타고 일본군을 피해 태극기 건네주기 게임(... 해봄;;), 미로 찾기, 태극기 찍어보기 등등.
무료 입장이고, 안에는 군산에서 있었던 만세 운동에 대한 기록이 있다. 천천히 둘러보며 하나 하나 꼼꼼히 읽었다.
2. 철새
하늘에서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헐, 철새였다! 철새가 날아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나 사진으로 본 V자 대형을 이루고 철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실제로 보다니. 경이로웠다. 가창오리가 아닐까 생각했던 게 울음소리가 오리 울음소리처럼 꽥, 꽤액 꽥꽥 댔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요란한 오리 울음 소리가 들리면 하늘을 보았고 잠시 후 V자로 날아가는 새들을 볼 수 있었다.
통영 여행을 갔을 때, 명동이나 홍대처럼 번화가를 걷다가 문득 골목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놀라웠더랬다. 공주에서는 차들이 다니는 거리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유적지를 볼 때마다 시간여행을 하는 듯 맥박이 뛰었었다.
이번 군산여행에서는 철새들의 이동이 그러했다. 밤에 도심 속에서 걷는데, 꽥꽥 소리가 들렸다. 어, 철새다! 싶은 생각에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하늘에서 철새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리가 움직임보다 빠른 거지.
빛이 소리보다 빨라 번갯불이 먼저 번쩍인 뒤 천둥 소리가 들리듯, 요란한 울음소리가 들린 뒤 철새가 날아가는 모습이 뒤따라왔다. 그때 울음소리는 "빨리 와!" "잘 따라오고 있지?" "응, 잘 가고 있어!" "힘 내!" 이런 말로 들렸다.
마지막 날 숙소에서 짐을 정리할 때였다. 또 꽥꽥 소리가 들렸다. 자그마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텔 특유의 작은 창문으로 철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늪지대나 강에서 철새를 볼 때보다 더 경이로운 기억으로, 몇 년이 지나서도 잊히지 않고 남은 순간이다.
일상 속의 스며든 환상.
12월 초의 군산은, 서울 사람인 내게는 황홀한 자연의 도시였다.
지난 번 여행 때는 '시간 여행' 위주로 역사적인 건물 위주로 보고 왔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공원이나 산, 호수처럼 자연 위주로 다녔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다음 목적지는 금강 습지 생태공원이었다. 걷기에는 너무 멀어서 택시를 탔다.
3. 금강 습지 생태공원
철새들을 볼 수 있는 건 11월이었다. 억새도 다 시들은 초겨울, 금강과 억새길을 걷는 건 고즈넉한 기분을 안겨 주었다.
억새와 금강을 어떻게 어우러지게 찍을까 궁리하며 사진을 찍는 순간들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4. 경암동 철길 마을
여행 다니며 딱히 내 사진을 찍지 않아서 교복까지 대여해 입을 일 없고, 100원 내고 '뽑기'(우리 동네에서는 달고나를 뽑기라고 불렀다.)하고 불량식품 사먹던 '국민학교' 시절을 보냈으나, 딱히 그 시절에 대해서 큰 감흥은 없다.;;; 그래서 경암동 철길 마을은 이번에는 안 갈까 했었다. 철길 양쪽으로 옛날 불량식품과 오징어 게임으로 핫해진 달고나 등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는데 달리 살 것도 없;;;;
다만 차 없는 뚜벅이 여행인지라 동선에 한계가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데 3만원 택시비 내고 새만금 방조제를 보러갈까 하는 고민도 잠시 하지 않은 건 아니나... ㅋ
산책 겸 또 가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가볍게 한 바퀴를 걸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 작은 가게를 부르던 말. '점방'
5. 우체통 거리
우체통 거리라는 곳으로 걸어가 보았다. 가게마다 그림을 그린 우체통 모형을 세워둔 거리였다. 일부러 가보라고 권할 정도는 아니고 지나가는 길이 겹치면 한 번 가봐도 좋을 곳.
수덕 공원을 향해 걷는데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팠다. 공사 중인 길을 만나 다른 골목으로 걷다가 "청춘미가"라는 가게를 발견. 와우, 여기 뭔가 끌리는데? 도로 공사가 날 도와주는 구나, 했던 것도 잠시.
어째서 수요일이 휴일인 거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서울 사람이라 몹시 아쉬웠다.
6. 수덕공원
나무가 보이고 새소리가 들리자 기분이 좋아짐. ^^
둘레길이라고 군산을 걷는 길이 있는데 나는 딱히 그 길을 따라 걷지는 않았지만, 관광명소들이 있는 길인지라 이따금 둘레길 표지판이 보이긴 하더라. 여기도 둘레길에 속한 곳이었다.
수덕 공원은 자그마한 공원이라서 가볍게 걷고 나와 해망굴로.
7. 해망굴
해망굴은 "식민지 수탈의 기지가 된 군산이 최고의 무역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해망동과 중앙로를 연결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일제 강점기 당시에는 군산신사와 신사광장, 공회당, 도립군산의료원, 은행사택, 안국사(현 흥천사)등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사람의 통행이 빈번한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한국전쟁 중에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북한군 지휘본부가 터널 안에 자리하게 되어 연합군 공군기의 공격을 받았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팻말 설명)
터널 바깥에 총탄 흔적이 있다.
8. 월명 공원
여기 서서야 지난 번에도 월명공원에 왔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간판은 새로 만들었는지 바뀌었지만.
월명 공원이 크다더니 정말 그러하네. 여기서 월명호수까지는 꽤 멀다.
지난 번 여행 사진을 찾아보니 역시나, 였다. 그때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서, 우와 이 높이에서 고가도로가 보여! 하고 감탄했었지. 지금 보이는 저 물이, 그때는 바다라고 생각했는데, 지도로 확인하니 아무래도 금강 같다. ㅋ
이 다음 목적지가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기 때문에 지도를 확인했고,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 돌아서서 왼쪽 갈림길로 갔다. 3년 전 기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복성루에서 이과두주 세 잔을 마시고 무겁게 여기를 걸었었지. 그때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한 잔만 마셨었지. ㅋㅋ
9. 신흥동 일본식 가옥
공사중이었다. 끼약-
3년 전에도 공사중이라 내부를 못 봤는데. ㅋ
인연이 닿는 날이 오기를....
10. 초원 사진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시간차를 두고 세 번 봤을 만큼, 이 영화를 몹시도 좋아하지만, 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아주 가까이에 있어서 온 김에 가는 게 아니었다면 굳이 두 번 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잠시 머물며 사진을 찍고 가는 곳보다는 오래 둘러볼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달까.
초원 사진관을 나와 해돋이 공원에 가려다가 길을 못 찾고 잠시 헤맸다. 어, 지금 느낌에 저 위에 있는 육교를 건너야 하는 것 같은데? 계단을 올라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까마득해서 패스했다.;;
나중에 밤에는 월명공원의 수시탑에 조명을 밝히고 해돋이 공원에서 보인다는 걸 알고 조금 아쉬웠지만, 이때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날, 피곤하고 지쳐서 이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한, 길을 못 찾고 헤매던 차도 옆 인도에서, 철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전기의 시대가 열리며 도시들이 밤에도 불을 밝히기 시작해 철새들이 길을 잃을 때도 있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났다. 부디 이제는 밤에도 밝은 도시에 적응했기를. 무사히 갔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11. 구이마루
이날 27,940 걸음을 걸었다. 저질체력인 내가 정말 무리했다. ㅋ
호기심이 일었던 청춘미가가 휴일이었다는 사실에 상심해(?) 사이에 카페에 들러 쉬지도 않았다(?).
몇 번 예쁜 카페를 보긴 했는데 어쩐지 발걸음이 멈춰지지를 않았다. 에헤라 디야, 걷자꾸나~
초원 사진관까지 찍고 나니 정말 녹초가 되었다. 따뜻한 국물 요리가 간절했다. 네이버에서 군산 혼술을 검색한 다음에 처음 클릭해본 가게 이름을 네이버 지도에 입력한 뒤 따라갔다. .... 메뉴도 안 봤다. ㅋ 이름상 이자카야려니 했다. ㅋ
하필 내가 걷는 방향에서 먹자 골목 끄트머리에 있는 가게였다. *두둥*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불꽃여자니까. *머라?*
"구이마루"가 나타났다. 가끔 좋은 가게는 조명부터 사람을 맞이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카페 산타 로사도 조명이 좋았는데, 여기도 가게가 보인 순간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작은 바 자리에 앉아서 가리비 바지락 술국을 주문하며 "혼자인데 양이 너무 많진 않을까요?" 라는 질문 같은 거 하지 말 걸. ㅋㅋ 삽시간에 해치움. ㅋㅋ 심지어 닭껍질 꼬치 추가해서 먹음. ㅋㅋ
앞접시 바닥에는 고양이가, 양념 그릇에는 고양이와 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릇 하나하나까지 정성껏 고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사장님과 직원 한 분이 있는 곳이었는데 혼자 멍 때리며 놀게 놔둬주고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라고 하고 주문을 받을 때면 친절했다. 혼술하기 좋은 곳은 친구들과 오기에도 좋은 법. 좋은 가게였다. 가리비 바지락 술국도 담음새부터 와, 소리가 나오게 예뻤고, 가리비 쫀득하면서도 연했고, 바지락 듬뿍에 진짜 너무 맛있었다.
여행 와서 만나는 가게는 하나 하나가 다 특별하고 소중하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열심히 낙서를 하는데 사장님이 그림 쪽 일을 하는지 물었다.
나 : 아니요, 돈 주고 배웠죠.
사장님 : (당황한 웃음) 네?
나 : 그럼 공짜로 이런 게 되겠어요? ㅋㅋ (공으로 그림이 그려지나요. ㅋㅋ)
사장님 : 하하 그렇죠.
나 : 어지간한 건 시간과 돈을 들이면 어느 정도는 되죠. 프로가 되는 건 다른 영역이지만.... 저 그림 배운 쌤 중 한 분은 돈 내고 요가 배우러 다니세요.
사장님 : 하긴 저도 요리 전문 학교 나왔으니까요.
그렇다. 요리 전문 학교에 들어가고 사장님도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연구도 하고 그래서 이런 멋진 가게가 나온 거겠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누. ㅋ
내가 갔을 때는 손님이 나 혼자뿐이었는데, 퇴근 후 이 가게까지 도착할 시간들이 되었는지 손님이 속속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은 가게였다. 얼라, 이러다 금방 꽉 차고, 자리 없어서 가는 손님들 생기겠는데?
먹을 만큼 먹었고, 마실 만큼 마셨다 싶어서 막잔 비우고 일어서서 계산하려니...
사장님 : 더 천천히 드시다 가도 되는데...
우왕- 친절한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도 슬슬 쉬어야죠. ^^
미드에서 가끔 나오는 표현인데, 우리말로는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든 미드 식으로 "스윗한" 사장님이셨다.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와서, 11시경, 그러니까 나 치고는 굉장히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누웠다. 어느새 마지막 밤이었다. (21.12.08)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1일 차, 숙소 (0) | 2022.06.26 |
---|---|
[군산] 동국사, 군산 항쟁관, 테디베어 박물관, 스테이블, 해돋이 공원, 둔율 성당, 미즈 커피 (0) | 2021.12.10 |
[군산] 놋북 아답타 멘붕/ 월명 공원/ 구)군산세관/ 탱크 조개&짬뽕/ 진포해양 테마 공원/ 혼술 (0) | 2021.12.10 |
[군산] 은파 호수 공원, 안영순 베이커리, 카페 산타로사 (0) | 2021.12.10 |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2 - 화성, 수원천 (0) | 2020.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