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은파 호수 공원, 안영순 베이커리, 카페 산타로사
[군산] 놋북 아답타 멘붕/ 월명 공원/ 구)군산세관/ 탱크 조개&짬뽕/ 진포해양 테마 공원/ 혼술
[군산] 3.1운동 역사공원, 금강 습지 생태공원, 수덕 공원, 해망굴, 월명 공원, 신흥동 일본식 가옥, 초원 사진관, 구이마루
[군산] 동국사, 군산 항쟁관, 테디베어 박물관, 스테이블, 해돋이 공원, 둔율 성당, 미즈 커피(현재글)
1. 오전 7시에 일어났다, 대박!
재택근무를 하는 프리랜서지만 내게도 나름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있다. 직장인들만큼 엄격하진 않더라도 패턴을 지켜야 일이 잘 된다.
나는 11시~12시경 일어나서 새벽 3~4시에 자는데, 밤 11시에 자서 아침 7시에 일어나니 뭔가 뿌듯했다. 심지어 숙면을 취함! ^^
뭔가를 빨리 빨리 하는 인간이 못 되는 지라 느릿느릿 짐을 싸다 문득 거울을 보니, 늙어가는 사람이 서 있었다.
스무 살, 보호자 없는 첫 번째 여행을 인도로, 배낭여행을 가면서 지금 나이 쯤이면 세계의 반은 여행다녀봤을 줄 알았다. 지금 나이가 되면 직업적인 면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어 여유있게 일과 여행과 그림을 즐기며 살 줄 굳게 믿었다.
게을렀고, 시간을 허비했고, 다소 늦게 정신을 차렸다.
열심히 살았고, 몇 번인가 더 바다 건너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국내 여행도 짬짬이 하려 노력하고 있고, 직업적인 면에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영양제를 챙겨먹고 있다. 깔깔-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20년 뒤를 또 생각한다. 코로나가 지날 때까지 해외 여행은 힘들지라도 조심해서 여행을 다닐 거고, 그림 쪽에서도 무언가를 하고자 배우고 계획을 짜고 있고, 독보적인 성취를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스무 살 때와 비슷한 생각이다. 그때는 근자감으로 인한 낙관이었다면 지금은 각오의 무게를 더한 다짐이라는 게 차이일 뿐.
짐을 꾸리고, 모텔 창 밖으로 날아가는 철새들에게 넋 놓고, 가급적 깨끗하고 정돈된 상태에서 방을 비우기 위해 의자 등을 원래 있던 자리 비슷하게 돌려 두고 나왔다.
나오며 모텔 사장님에게 인사하니 다정하게 인사해 주셨다. 감사했다. ^^
군산 역에 코인 락커가 없는 게 몹시 아쉽다. 군산근대박물관 바깥에 있는 락커(무료)에 짐을 넣어 두고 동국사로 향했다.
군산이 '낭신'의 기억을 힐링해 줄 거야????
낭신? 나옹신? 나옹나옹 그 나옹신?
...... 그럴 리가. 당신의 ㄷ에서 가로 획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길에서 혼자 빵 터졌네.
2. 동국사
한국 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라고 한다. 3년 전에는 없었던 소녀상이 새로 지어져 있었다.
그 뒤에 참사문이 있다. 작은 글씨고 군데군데 칠이 조금 벗겨져 읽기 힘들지만. 일본 승려가 일본인의 만행에 사죄하는 글이니 차근차근 읽어보는 것도 좋다.
동국사 뒤에 있는 왕대숲. 지난 번에는 올라갔었는데, 들어가는 길이 없어 그냥 바깥에서만 봐야 했다. 이번에는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
3. 군산 항쟁관
작은 곳이었다. 익히 아는 안중군, 유관순, 김구 등에 대한 설명, 일제 치하 다시 비좁은 감옥 등을 재현해 놓은 곳이었다. 차근차근 둘러보고 읽고 나왔다.
4. 테디베어 박물관
테디베어를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가는 길에 보이고, 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들어가보았다. 다양한 모습으로 꾸며놓은 테디베어들이 있고 꽤 넓다. 입장료는 만 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으로 경매에서 낙찰된 테디베어는 제주 테디베어 박물관에 있다고, 홀로그램으로 그 테디베어를 보여 주며 설명해주었다. 얼마인지는 까묵음;
사진 찍는 게 자유로워서 마음에 드는 전시물들을 찍었다.
1층부터 3층까지 여러 나라별로 해당 나라의 대표 모습 중 하나를 재현해 놓았다. 그리고 2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면 고전 그림을 재현한 방이 나온다.
고전 그림을 재현한 모습은 예쁘고 귀엽다고 느꼈는데, 고전 조각을 재현한 모습은 솔직히; 조금; 그로테스크했달까; ㅋ
5. 스테이블
브런치 카페를 검색해서 간 곳. 11시에 문을 여는 지라, 여기를 위해 배고픔을 꾹 참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11시 조금 지난 시각에 도착했는데 자리 금방 차더라. 자칫 대기할 뻔. 테이블 간 간격이 넓었다. 가게 내부도 예뻤다.
남자 둘이 오는 경우를 보기 힘든 곳이 파스타 집과 브런치 카페라, 다 여자 손님들이었는데,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 두 분이 대기하는 모습이 얼핏 창밖으로 보였다. 오, 일찍 와서 대기 안해 정말 다행이다.
클램 차우더와 제철 샐러드에 아보카도를 추가했다. 사실 클램차우더가 그릇이 깊고 빵도 나와서 아보카도 추가 샐러드까지는 시키면서도 과했다, 싶으면서도, 다 먹고야 말리라 결심하고 잎채소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먹었다. *뿌듯*
클램 차우더가 정말 감동이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는 게 느껴지는 풍성한 재료들로 가득했고 받침 접시까지 넘칠 정도로 듬뿍 담겨서 나왔다. 그릇 밑바닥이 높아서 사기(ㅋㅋ)인 곳들도 있는데 그릇도 보이는 만큼 깊었고, 양도 많았다.
오전에 돌아다녀 좀 추웠던 터라 따뜻한 스프를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샐러드도 맛났다. 표고 버섯이 두툼했는데 쫀득하면서 포만감을 주었다. 정성과 실력 둘 다 필요한 음식들이었다.
가게 내부도 예뻤고 사장님도 너무 친절했다. 계산할 때 쿠폰이 있는지 묻기에, 서울에서 와서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고 사양하려 하니, 사장님이 우리 가게는 1년이 지나도 다시 오는 사람이 있으니 일단 쿠폰 받아가라고 했다. 하기사, 나도 군산 다시 오면 오고 싶은 곳이다. 검색해 보니 계절마다 나오는 샐러드가 다른 모양.
위장과 마음 둘 다 충족되어 나왔다.
6. 해돋이 공원
이 선양상회라는 장식물을 붙인 곳 계단을 보니, 얼라, 저기가 어젯밤 내가 지쳐서 포기한 해돋이 공원으로 가는 그 육교 아닌가? 싶어졌다.
어제 2만 7천 보 이상을 걸은 다리로, 용감하게 저 계단을 올랐다. 가자, 해돋이 공원으로!
나무와 산책로가 예쁘게 꾸며져 있는 작은 공원이었다. 제일 위에 정자가 있는데 정자에서는 군산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군산이 남쪽에 있어서 그런지 간간이 철쭉도 볼 수 있었다. 대박!
철쭉 너 봄꽂 아니니? 12월에 철쭉이라니. 눈호강했다. ^^
여기서 군산 지명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산이 무리지어 있다는 뜻이라고. 헤에...
그런 뜻이었구나. 군산 뜻을 알았다. *괜히 어깨 으쓱*
7. 둔율 성당
군산 최초의 성당으로 6.25때는 전쟁 고아를 돌보기도 했던 곳이라고. 신자가 아닌 지라 조심스러워서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8. 미즈커피
1930년대에 건축되어 지금은 카페로 쓰이는 건물. 역시 군산에 오면 많이들 들르는 곳. 지난 번에도 왔었다.
1층 내부는 평범하고 2층은 좌식인데 이쪽이 분위기가 더 따뜻한 느낌을 준다.
코코넛 커피를 시켜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방방이 나뉘어 있는데,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각이라 나 혼자 이 방에 있었고 덕분에 편하게 커피를 음미할 수 있었다,
그리다 추워서 이동했던 동국사를 사진 보고 마저 그리고, 멍 때리며 쉬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장소였다.
넘들을 두고 떠나는 첫 여행이었다. 2박 3일은 내가 아쉽고 4박 이상은 넘들이 걱정되어 3박 4일로 했다.
예쁜 풍경 많이 담고, 좋은 음식 많이 먹고,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 덕에 즐거운 여행이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아쉽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꽉꽉 눌러 담은 3박 4일이었다.
여유있게 터미널에 가서 그림을 그리다 일어섰다. 그림은 여행이 끝나고 나면 늘 아쉽다. 더 잘, 더 많이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짬짬이 사진 보고 그려서 올릴 수 있으면 올리고.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ㅋ
3박 4일 잘 놀고 왔으니 이제 또 가열차게 일해야 한다늉. ㅋㅋㅋ
고속버스는 오갈 때 다 2천 원 더 내고 프리미엄을 탔다. 좌석 등받이에 액정이 붙어 있었다. 뭘 보려면 볼 수도 있는 모양인데 딱히 시청하지는 않았다.
버스가 출발하니 다른 도시들을 지날 때마다 코로나 알림 문자가 왔다. 하루 7천 명이라니.;;;
졸다 깨다 하다 보니 해가 저물어서 버스 안은 어두웠다. 나는 제일 뒷좌석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좌석마다 모두 똑같이 검붉은 액정이 빛나는 모습이 문득 디스토피아 SF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었다.
집에 오니 첫째는 바로 반겨 주고, 둘째는 어디 갔다 왔느냐고 조금 원망하는 듯했고, 셋째는 포복으로 날 피해다녔다;; 각각 다른 성격만큼 각기 다른 반응.
그러나 곧 넘들 다 내게 앵겼고, 다음 날은 날 계속 졸졸 따라다니며 지켜봤었다.
두 번째 여행부터는 조금 마음이 편하리라 생각한다. 이 넘들이 내가 다시 온다는 걸 알 테니까.
이제 또 열심히 일하고, 배우고, 다음 번 여행을 떠나야지. ^^ (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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