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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군산] 놋북 아답타 멘붕/ 월명 공원/ 구)군산세관/ 탱크 조개&짬뽕/ 진포해양 테마 공원/ 혼술

by 운가연 2021. 12. 10.

[군산] 은파 호수 공원, 안영순 베이커리, 카페 산타로사
[군산] 놋북 아답타 멘붕/ 월명 공원/ 구)군산세관/ 탱크 조개&짬뽕/ 진포해양 테마 공원/ 혼술(현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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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트북 어댑터를 가져오지 않은 걸 알고 LG 서비스 센터에 갔다.

 

공식 서비스 센터에 문의했을 때는 어댑터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내 놋북 모델 명을 몰라서 못 샀다. 으아악?!

나란 인간, 내 아이폰도 8이던가 10이던가 하는 인간. ㅋㅋㅋ

 

잠시 공황이 왔었다. 어, 놋북이 없으면 안 되는데, 쉴 때 웨이브로 런닝맨 틀어놓기 필수인데;;; 여행기도 미리 정리해놓는 게 편한데;;;

 

물론 숙소에 가서 모델명을 안 뒤 서비스 센터에 전화걸어서 해당 노트북의 어댑터가 있는지 물어보고 있으면 다시 오면 되지만. ...;;

 

군산 버스 배차 간격이 길고, 어댑터 사자고 택시로 왕복하기도 좀 거식하고....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3박 4일 아닌가. 업무 메일 확인과 답장, 하루 이틀 늦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집중해서 보는 게 아니라 소리가 필요한 거니 폰에 웨이브 앱 깔면 되고. 여행이란 다소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고독을 씹고 싶어서 오는 여행이라 여행 도중에는 SNS도 일절 하지 않는 걸.

 

2. 월명공원

 

월명공원은 월명호수를 중심으로 장계산, 설림산, 점방산, 석치산이 둘러 있는 엄청 큰 공원이라 코스에 따라 볼거리가 많이 갈린다고 했다. 이 날은 월명 호수를 따라 돌았다.

 

LG 서비스센터에서 월명공원까지 걸어서는 한 시간이고 버스는 한참 기다려야 했다. 택시를 탈지 어쩔지 고민하다 걸어가기로 했다. 지난 달에 못한 운동 하지 뭐.

 

해안 도시라 그런가, 직업소개소에서 '선원 모집'이 종종 보였다. 그리고 군산은 왜 때문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이리 많은가. ㅋㅋ 건널 때마다 조마조마했던 서울 인간. ㅋㅋ

 

월명 공원에 들어서서 강처럼 탁 트인 호수를 본 순간, 1시간 여를 차 소리 시끄러운 길을 따라 걸은 피로가 다 날아갔다.

 

드문드문 남아 있던 단풍잎

왼쪽으로는 햇살이 산란하는 호수, 오른쪽에는 곧게 뻗은 편백나무를 두고 걷는 건 황홀한 시간이었다.

 

어릴 때는 아파트에서 살고 싶었다. 높이 솟은 아파트 건물이 멋져 보였다. 자라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뒤에는 마당이 있는 곳에 살고 싶어졌다. 그러다 아파트는 층간 소음이 무섭고, 마당을 가꾸는 건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는 걸 알게 된 현재는 가까운 곳에 산책 코스가 있는 곳에 살다가 가끔 여행가는 게 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미있던 경고 팻말

- 인어공주도 입장불가. 수영, 물놀이 하지 마세요.

- 용왕님 깨십니다. 낚싯대 드리우지 마세요.

- 쓰레기 버리시면 십리도 못가 발병난다.

 

인어공주도 입장불가는 한강 산책길에서도 수영 금지 경고문에서 본 구절. ㅋ

 

3. 구)군산세관

 

호수를 한 바퀴 돈 뒤 택시를 탔다.

 

옛 군산세관 건물. 지도에는 박물관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들어갈 수는 없었다.

 

집에 와서 사진 보고 그림. 벽돌 선 넣는 걸 좋아한다.

 

1908년에 건축된 근대 이후 가장 오래된 트러스 양식의 건축물이라고.

내부는 카페 겸 기념품 판매소인 것 같았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4. 탱크 조개&짬뽕

 

군산은 짬뽕 맛집이 여러 곳이었다. 나는 짬뽕을 몹시 좋아한다. 힐링 푸드 수준이랄까?

지난 여행 때 군산에서 유명한 복성루에 갔었는데 짬뽕도 맛있었고 직원분들도 너무 친절해서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루트가 맞지 않았다.

 

너무 맵다는 짬뽕집은 안내키고, 이때가 4시가 넘은 시각이었으니 4시에 닫는다는 곳도 패스. 에이, 설마, 맛난 짬뽕집이 그 세 집 뿐이겠어? 무려 해안 도시에서?

 

그래서 검색해서 찾은 탱크 조개&짬뽕 집이었다. 발라먹기 귀찮을 정도로 조개가 많다는 말에 이 집으로 결정. 마침 군산세관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패류를 사랑한다.

 

겉보기에는 허름하지만 그건 복성루도 마찬가지였고. 들어가서 짬뽕과 이과두주를 시켰다. 커다란 삼각그릇에 나오는데 원래는 저보다 훨씬 높이까지 해산물이 솟아 있을 것이다. 나는 면을 빼달라고 해서 면 없는 높이임.

해산물과 매콤한 고추기름 국물을 좋아해서 짬뽕을 사랑한다. 어느 순간부터 양이 줄어서 면을 먹지 못하며 해산물 듬뿍 짬뽕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나는 배가 터지게 먹었는데 면은 퉁퉁 불어 거의 먹은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어차피 얼마 먹지도 못하는 면에게 국물 뺏기는 게 억울해서(?) 아예 면을 빼고 시킴. 밥도 안 시킴. ㅋㅋ

양이 적은 사람 기준이지만, 해산물과 국물 만으로도 배가 빵빵해지게 먹을 수 있었다. 조개와 각종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 들어 있었고 국물은 깊고 진하고 얼큰했다. 와우-

이과두주는 딱 한 잔만 마셨다. 지난 번 여행 때 3잔을 마셔서 이후 걸음이 무거워졌던 터라 ㅋㅋ

 

다 먹은 뒤 계산하는데 사장님이 군산 사람인지 물었다.

 

나 : 여행 왔어요.

사장님 :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 가게를 선택해 줘서 고마워요.

나 : 진짜 너무 맛있었어요!

 

웃는 얼굴이 멋진 사장님이었다. 보는 사람 기분을 좋게 해주는 환하고 따뜻한 웃음이랄까.

 

이렇게 맛있는 짬뽕을 만들어 주시고 친절함까지 겸비하셔서 위장과 마음을 다 따뜻하게 해주시니 제가 감사하지요. ^^

 

5. 진포 해양 테마 공원

 

배를 꺼뜨릴 겸 슬슬 바다를 따라 걸었다. 그러고 보니 군산 해안 도시잖아? 해안 도시에 와서 어제 오늘 호수만 봤네. 껄껄- 물론 금강도 있지.

 

 

부잔교

걷다 보니 군산 해양 테마공원이 나왔다. 군함, 군용기 등을 전시한 곳이었다.

장보고

 

달과 인공위성이 전깃줄에 음표처럼 걸려 있었다. 반짝이지 않고 꽤 크게 빛나는 모습으로 보아 인공위성으로 추정.

 

6. 혼술 - 뭐 이런 곳이 ㅋㅋㅋㅋ

 

가볍게 한 잔 하고 싶어 바가 있는 병맥주와 칵테일을 파는 곳으로 갔다. 흔히 보기 힘든 병맥주 들이 보여서 하나 골라보았는데 취향 제대로 저격당함. 흑맥주에 묵직하고 초콜릿 향이 가미된 술이었다. 경주 탭 데어에서 이런 스타일의 맥주를 마시고 황홀했어서 시켜봤는데 예상대로 좋았다.

 

여기까지는 정말 좋았다.

 

다른 혼자 온 손님이 첫 맥주를 마신 뒤 바텐더이자 사장님에게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바텐더가 너무나도 귀찮은 티를 내면서, 맥주가 종류가 다양하고 맛도 다양하고 각기 다른 의미가 있다는 일반론만 늘어놓고 술은 추천하지 않았다. 잠시 더 앉아있던 이 손님은 두 번째 술은 마시지 않고 나갔다. 그냥 나간 기분이 이해갔다. 하나 적당히 추천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바가 없는 술집도 손님이 추천 술이나 안주 물어보면 두세 가지 취향에 대한 질문하고 한두 개 추천해 주지 않나?

 

뭔가 바는 설치했지만 손님과 이야기하는 건 좋아하지 않나 보네, 하고 나는 알아서 잘 고르는 편이라, 한 잔을 더 주문하려고 바텐더를 부르는데, 헐, 분명 들었는데 하던 일 하는 척하면서 대답을 안하는 것이다. 옆에 직원이 있었다면, 직원에게 주문 받으라는 뜻일 수도 있지만 한 명 뿐인 직원은 안쪽에 있는 테이블 쪽에 있었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눈으로 직원을 찾았고, 그제야, 나는 아까 불렀는데, 마치 지금 들은 듯, 고개를 들며 "네?" 하는 것이었다.

 

기분이 좀 찜찜했지만 두 번째 맥주를 주문했다. 첫 번째 맥주가 좀 더 내 취향. 이름은 적어놨으나 쉽게 찾기 어려운 술일 듯.

 

어쨌든 두 번째 술을 음미하는데,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그러자 갑자기 바텐더가 반색을 하면서, 왜 이렇게 오랜만이시냐고, 그 좁은 홀이 떠나가라 요란하게, 손님이 먼저 술 추천을 요청한 것도 아닌데, 적극적으로 술을 읊어가며 손님 상대를 하는 것이었다. 이 좁은 홀에서 그렇게 가게가 떠나가라 목청을 높이면, 다른 손님은 주문과 대화를 어떻게 하라는 거지? 이건 아무래도 가라는 건데?

 

더는 못 있겠다 싶어서 남은 술을 비우고 계산하려는데, 아니나다를까, 바텐더/사장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직원이 내 앞에 서 있는데도 부르는데 한참 걸렸다. 뭐지, 여긴?

 

그러니까, 단골이 아닌 사람은, 얼른 원샷하고 나가라는 건가? 언제 단골 손님이 올지 모르는데, 귀한 바자리를 뜨내기 손님 따위가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건가?

 

그럴 거면 입구에 '단골 우대' 같은 거라도 써붙이든가. 그러면 그쪽은 그쪽대로 귀한 바 자리 낭비 안 하고, 이쪽은 이쪽대로 시간과 돈 쓰면서 마음 상하지 않잖아?

 

군산에서 여행하는 동안 스쳤던 숙소 사장님, 기사님들, 음식점 사장님과 직원분들 다 친절했다. 여기가 이번 여행에서 유일한 옥의 티였다.

 

그래, 뭐, 손님도 갈 주점 많고, 장사 잘 되는 주점은 손님 가려 받을 수 있는 거지. 날씨가 맑기만 할 수 있나.

 

숙소로 돌아와 전날 먹고 남은 달달한 초코파이를 우적우적 씹으며 당으로 마음을 달랬다.

 

혼자 여행 가면 이런저런 종교나 정체 불명의 단체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좋은 여행 기억을 남기기 위해 그런 사람들 조차 곱게 헤어지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세상에는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것도 있는 법 에혀.... (2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