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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여수] 1일 차, 숙소

by 운가연 2022. 6. 26.

1. 서울에서 여수엑스포역 KTX를 타기로 했다.

 

늙어가는 나는, 코레일톡에서 예매하느라 한참을 헤매고. ...

처음에는 여천역으로 예매했다가, 여수엑스포역이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되어 급 취소하고 재예매.

 

서울역에 무려 40분 일찍 도착했다. ...;;

집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비행기 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늦을까 조마조마할 일인가. 까르르-

 

기다리며 드로잉 한 점. 열차 기다리며 앉는 계단에 콘센트가 있어!

3시 20분 경 여수엑스포역 도착.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갔다.

 

2. 여수바다 테라스 펜션

 

펜션이라고 하지만, 호스트가 별장처럼 쓰던 곳이라고 했다. 전문 펜션 아님.

 

잠시 에어비앤비 관련 썰을 풀자면.

원래 에어비앤비는 자기 집에 빈방이 있는 사람이 여행객을 받는 시스템이라고 알고 있다. 집주인은 남는 방으로 소소한 수입을 올리면서 여행 온 친구도 사귀고, 근방 설명도 해주고, 여행객은 전문 숙소보다 싼 가격에 머물면서 역시 현지인 친구 사귀고 근방 설명도 듣고 등등.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완전 상업적이 되어서 전문 펜션도 다 에어비앤비에 있고, 에어비앤비로 부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전세/월세로 집을 대여해 꾸며서 내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아마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혼자 국내 여행을 하기 시작하며, 이런저런 숙소를 검색하다 게스트하우스도 본 적이 있는데, 모텔과 가격은 비슷하면서 공동 욕실을 쓰고 규칙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았다.

저겨, 게스트하우스는 다소 불편한 대신 싸서 가는 곳 아닌가여;;;

 

이러저러해서 우리나라 게스트하우스를 가지 않듯 에어비앤비도 큰 흥미가 없었다. 대부분 사실상 업으로 하는 지라 결국 상업 숙소와 다를 바 없는데 게스트가 직접 뒷정리를 다 해야 한다거나, 이런저런 규칙에, 여러 모로 까다롭게 느껴졌다. 가격이 딱히 싼 것도 아니고 말이지. ...

 

물론 나는 모텔도 최대한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온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고 간 곳도 아름답다나 머라나. ㅋㅋ

 

더불어 오래 전에 갔던 민박 집에서, 주인의 친절인 듯 간섭인 듯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서 너무나도 피곤했던 경험이 있었다.

내 뒤에 온 다른 손님과 통화를 하면서, 와서 밥 드시라고 요란하게 권했는데, 진짜 말투만 들으면 밥은 서비스 같았다는 거.

그래서 그 손님은 보니까 별로 배고프지도 않은데 친절을 거절하기도 뭣하고 기쁜 마음에 밥을 먹는 것 같았는데,

몇 숟갈 뜨고 나니 주인이 나물 값이 얼마고 하면서 밥값을 받은 거.

그러니까 사전에 가격을 알려줘야 숙소 백반을 먹을지, 밖에서 사먹고 올지 정하지 않겠으?

여행에서 한 끼가 을매나 중한디. .....

 

이러저러해서 그냥 깨끗한 모텔이 짱이다, 라는 개념이 머리에 박혀 버린 거.

 

그러다 얼마 전 부업으로 에어비앤비를 하려고 고심하는 친구를 따라 모처의 에어비앤비에서 하루 잤다. 그 친구는 자기가 에어비앤비 할 지역에 있는 곳 중 핫한 곳이라 벤치마킹하려는 게 목적이었음.

 

거기서 나는 신세계를 보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상업적인 모텔과 달리 내부가 아기자기하고 개성이 넘쳤고, 테라스에서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너무나도 예뻤다.

친구랑 예쁜 곳에서 마음 편히 하루 자고 오는 것도 상당히 근사하다는 걸 알았다.

... 여행도 아닌데 굳이 밖에서 1박 하는 걸 잘 이해 못했던 인간. ㅋㅋㅋㅋㅋ

물론 모텔이나 전문 펜션도 전망 좋은 곳 많지만, 에어비앤비는 뭐랄까, 정형화된 프렌차이즈 카페가 아닌,

주인의 취향에 따라 예쁘게 꾸며진 개인 카페 같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번 여행은 에어비앤비에서 하기로 결심. 미췬듯이 숙소를 뒤졌다.

검색하고 고르기 넘나 힘든 거. ㅠㅠㅠㅠ

숙소에 큰 의미 두지 않으면, 걍 당일에 도착해서 외관 보고 적당히 들어가면 되는 모텔의 장점이 있는 거. ㅋㅋ

 

특히 정신없이 바쁘다 잠깐 짬날 때 충동적으로 짐 싸고 떠나는 지라 검색할 시간도 별로 없는 거. ㅋㅋㅋㅋㅋ

하지만 지난 번 친구 따라 간 경험이 넘나 좋았기에, 일하는 짬짬이 열심히 검색해서 넘나 예쁜 숙소를 찾은 거.

 

택시에서 내려서 숙소에 들어간 순간, 그대로 주저 앉아버릴 뻔했다.

올해 내내 정신없이 바빴는데 숙소 테라스에 나간 순간 보인 풍경에 그간 쌓인 피로가 파도 한 번에 모래성 무너지듯 사라지더라.

 

돌산대교다.

테라스 나가자 작은 해변, 환상적인 바다에 돌산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베트남 여행 온 줄?

해변이 좁아서 오가는 사람이 없는 지라, 동남아 프라이빗 해변이 있는 숙소 온 줄? - 프라이빗 해변 있는 숙소 안 가본 인간이 하는 말. ㅋㅋ

 

숙소 왼쪽에는 4인 탁자가, 오른쪽 돌산대교 방향에는 1~2인용 둥근 탁자가 있었다. 나는 주로 둥근 탁자에서 놀았다.
밤에 숙소 돌아오는 길.
낮에 자몽에이드 마실 때 연출샷

 

바깥에서 본 숙소 테라스
바닥이 모래인 줄 알았는데 조개껍데기가 깔린 곳이었다.

 

숙소 오른쪽. 바다를 따라 만들어진 짧은 산책로.

정말이지 너무나도 황홀하고 예쁜 곳이었다. 호스트에게 몇 가지 여쭤보느라 문자 보냈는데 답도 빨리 주시고 친절하셨다.

거실과 방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다.

 

가까이에 전망 좋은 카페가 여럿 있었는데 내 숙소 전망이 짱이라, 카페 갔다가, 어, 이만 숙소 갈까; 싶어졌다능. ㅋㅋ

 

여수 크루즈가 주말에는 불꽃놀이를 하는데, 여기서 잘 보이고 몹시 예쁘다더라. 도착한 날이 일욜이라 나도 시간 맞추면 볼 수 있었는데 밥 먹고 오느라 놓침.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그냥 밤풍경도 예뻤고, 불꽃놀이가 환경에 겁내 안 좋다나;;

 

밤에 숙소에서 연출 샷.

밤에 숙소에서 보이는 야경이 너무나도 예뻤고, 파도소리 들으며 와인잔에 맥주 따라 마시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집에서는 설거지 귀찮아서 걍 캔 채 마시는데, 와인잔에 마시니 분위기도 좋고, 투명한 잔에 맥주 거품이 보이니 보기에도 예쁘고, 얇은 와인잔이 입술에 닿는 느낌도 어쩐지 섹시했다. *^^*

 

일정을 마치면 테라스에서 모기향을 피워 놓고 맥주와 함께 손으로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칭구야, 고맙다.

 

(22. 0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