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 번 외출하고 오면 한동안 괜찮아야 하는데 연이어 멘탈 상태가 안 좋았다.
초딩/국딩 시절부터 친구가 갱년기 아니냐고 하는데 진짜 그런 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안 그래도 멘탈이 강한 편이 아닌 지라 갱년기가 다가오니 걱정스럽다.
관련한 서적도 한 권 샀는데 읽을 책이 많아서 밀리고 있다.
그래서 이날 저녁도 산책을 나갔다는 말씀.
이날은 여의나루 역에서 시작해서 한강을 따라 걸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거나 맥주를 마시는 친구들, 연인들, 스케이드보드를 연습하는 청소년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를 보다 보니, 문득 혼자라는 사실에 외로워졌다.
나는 왜 같이 한강을 걸을 친구가 없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 나란 인간 양심도 없다는 생각에 혼자 웃었다.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친구를 만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거고, 그건 보통 친구보다 내 사정일 때가 많다.
일단 일어나면 일을 하고 싶고, 하루치 일 에너지를 다 쏟고 나면 빈자리에 외로운 기분이 찾아오고,
그때 친구 생각이 나는데, 직장인이 밤에 시간 내기 쉬운가.
사실 얼마 전에 친구들이 만나자는 것도, 내가 일에 쫓기느라 못 나갔다.;;;
그러니까 나는 몹시도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일 끝난 시간에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혼자 있어도 여럿이 있어도 우뚝한 63빌딩을 향해 용맹하게 걸었다. 확실히 우울할 때는 걷는 게 도움이 된다. 몸도 적당히 피곤해져서 저녁에 잠도 잘 온다.
그렇게 계속 걷다보니 사람들이 없는 호젓한 길이 나왔다.
마음이란 어쩌면 이렇게 변덕스러운지. 혼자 있게 되자 괜히 위축되던 쓸쓸함이 가시고 기분 좋은 고독이 찾아왔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잔디내음도 좋았다.
한 시간 좀 넘게 걷자 슬슬 허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다. 내 영혼의 동반자, 짬뽕을 먹어볼까? 설마 직장인들이 많은 여의도에 맛난 짬뽕집이 없겠어?
있었다.
그러나 문 닫은 시각. 크흑- 가볼까 싶은 짬뽕집은 다 문을 닫아버렸다.
어쩔 수 없다! 집에 가자! 다시 여의나루를 향해 걷다가 작은 빵집을 만났다.
간판을 제대로 안 봐서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문앞에 서는 순간, 오옷, 이 집 빵은 맛있다! 라는 느낌이 뙇! 왔다.
집에 와서 검색해봤는데 '고메브레드' 였던 것 같다. 과연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었다.
늦은 시각이라 빈 칸이 많았지만, 하나 남은 슈크림빵과 할인 중이라는 치즈케이크를 업어올 수 있었다.
이 집 슈크림빵은 분명 가장자리까지 꼼꼼히 슈크림으로 채워져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고 실제 그러했다.
치즈케이크도 부드럽고 촉촉하고 과하게 달지 않았다.
사장님이 소금빵이 제일 잘 나간다고 하셨다. 소금빵 한 번도 안 먹어봄.
크림성애자고 짠맛을 즐기지 않아서... ㅋ
빵을 품에 안고 행복하게 집에 왔다. (22. 0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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