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남산야외식물원에 가는데, 누가 종이를 돌렸다. 어렵게 살고 있으며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재택근무자라 외출을 잘 하지 않는 나지만, 지하철에서 종이 돌리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지하철 입구에 작은 바구니를 놓고 있는 사람도 이제는 찾기 힘들다.
그 사람들이 다른 길을 찾아서가 아닐 것이다.
카드에 이어 휴대폰 결제가 활성화되면서 현찰을 아예 안 들고 다니는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매치기가 드물어진 것도(사라졌다고 쓰려다 혹시 모릉께;;;) 현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람은 어떻게 십 원 한 장을 안 주느냐고 원망어린 말을 했다.
요즘 현찰 안 가지고 다녀요. ㅠ
안타까웠지만 정말 십 원 한 장 없었다.
걸인에 대해서, 사실은 수익이 엄청나다, 외제차 끌고 다니다가 밖에 나올 때면 허름한 옷을 입는다, 는 말이 떠돈 적이 있다. 머나먼 옛날, '라떼'의 일이다.
즉, 그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소리였다.
어째서인지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했던 나는 나름의 답을 내렸다.
내가 한달에 30만원을 쓰는지, 29만 9천원을 쓰는지, 천 원 단위로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9만 9천원까지는 써도 되고, 천 원 더 써도 큰일 나는 사람 또한 드물 것이다.
걸인 행세를 해서 외제차를 끌고 다닐 정도인 사람이 있다면 역시 천 원을 덜 받든 더 받든 의미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구걸 외에 다른 도리가 없는 사람이라면, 천 원을 더 버느냐, 덜 버느냐 의미가 클 것이다.
내 결론은 그러했다. 나는 한 달에 천 원을 덜 쓰든, 더 쓰든 차이가 없다.
상대 또한 절박하지 않은 사람이면 더 벌든, 덜 벌든 상관없다.
하지만 정말 절박한 사람이라면, 천 원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럼 주는 게 맞다, 였다.
녹사평 역에서 내려서 남산야외식물원을 향해 걸었다. 밤이라 그런지 차소리가 엄청 컸다.
제법 큰 공원이었다. 낮이면 더 돌아봤을 텐데 밤에 걷기는 괜히 무섭더라고. ㅋ
공원을 빠져나온 뒤 뭔가 아쉬워져서 이태원역까지 걸었다. 활기찬 거리가 왠지 반가웠다. 그런데 아, 네이버 지도. ㅋㅋ
경사는 표시가 안 되는지라 으악, 오르막길! 비명을 지르며 열심히 올라갔다가 내려왔다능.
하지만 네이버 지도 덕에 안 가볼 거리도 걷게 되는 것 같다.
네이버 지도가 없었으면 괜히 헤맬까봐 모르는 거리 안 들어갔을 거. (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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