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 조명을 밝혀서 야간 개장을 한 지는 몇 년 되었다. 언젠가 가 봐야지, 하고 잊고 살다가 우연찮게 지금 야간 개장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남들이 좋다는 건 다 가보고 싶어진, 노세 노세 더 늙기 전에 노세, 중년은 인터넷 표를 검색했으나 당연히 매진이었다.
하루 입장 제한이 인터넷 티켓 2700매, 현장 예매 500매였던 걸로 기억한다.
현장 예매는 2시간 전에는 줄을 서야 하고, 자칫 잘릴 수도 있다고 했다.
취소표를 득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새로고침을 하다가 마침 하나 뜨기에 급하게 결제했다.
여기 어느 즈음에서, 건물 외벽에 크게 해놓은 화장품 광고 인상이 어떤지 평가해달라는 분에게 한참 잡혔다.
잠깐이면 된다더니 겁내 길었고, 막판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묻더라.
전화번호는 가르쳐주기 싫다고 했다.
그 분도 직업이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느라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나름 예의바르게 응대하려 노력했지만,
짧다더니 문항도 길었고, 이름과 전화번호 물어보는 데에서는, 잘못 걸렸다, 속았다,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나중에 문자/전화로 무슨 광고를 얼마나 하려고 전번까지 물어봐. .....
싫다고 하니 강권하지는 않았지만.
화장품 광고였는데, 스킨/로션 이상은 하지 않아서 처음 듣는 브랜드였다. 얼핏 병 사진 보고 양주인가 했었네. ...
브랜드는 기억이 안난다. ... 기억 났으면 안 샀을 텐데, 살다 실수로 사게 되는 날이 생길 지도. ............ *심술 모드;;*
경복궁 앞에 가니 와, 현장 예매를 하려는 줄이 엄청났다.
취소표 득한 나 자신 칭찬해.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은 건물이 빛나니까 사진알못도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한편으로
아주 전문가나 감각 있는 사람이 아니면 다 똑같은 사진을 찍게 될 것 같았다.
그냥 신나게 찍는 한편으로 다른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지 고민하는 시늉은 했다.
근정전 내부, 옥좌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은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올 때는 줄이 좀 짧아졌더라.
나는 굳이 기다리지 않고 측면에서 찍었다. 이쪽은 사람이 좀 있긴 해도 줄 설 정도는 아님.
근정전에서 왼쪽으로 가면 경희루가 있다. 호수에 건물을 세워서, 잔잔한 물에 쌍둥이처럼 비치는 건물이 아주 근사하다.
나무도 예쁘게 심겨 있어서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맛이 쏠쏠했다.
자경전 앞에는 아미산 굴뚝이 있다.
개방된 곳은 근정전, 경희루, 자경전/강녕전/아미산 굴뚝 일대까지 세 곳이었다.
향원정은 어떻게 꾸며놨을지 궁금했던 터라 아쉬웠지만,
밤이고 아이들도 있으니 만큼 통제 가능한 곳만 개방하는 게 당연하겠지, 생각하고 집에 돌아왔다.
이 날이 10월 26일이었다. 대충 이 정도만 티스토리에 비공개로 정리해 두고, 짬 날 때 정식으로 업데이트 해야지, 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가 터졌다.
경복궁 야간 개장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고, 입장 인원은 제한되어 있다. 당연한 조치다.
사람이 몰리면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까.
왜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나.
아버지가 다음 날 오전 중에 전화해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그래, 더 자라." 하셨다.
지인들에게 안부 연락이 왔다. 나도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다.
어제 아버지와 저녁을 먹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생판 남인 사람들도 이렇게 마음이 처참해지는데, 가족들과 친구/지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심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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