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천에 뭐 볼 게 있다고 3박 4일이나 가?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이라, 본격 추위가 시작되기 전 11월에 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천 3박 4일 여행을 간다고 하니 친구가 물었다.
"인천에 뭐 볼 게 있다고 3박 4일이나 가?"
... 모르지, 나야. 가봐야 알지.
늘 그러듯 아무 준비없이 숙소만 예약하고 가는 여행이었다.
인천을 고른 건
1) 지하철로 갈 수 있다, 고로 교통비가 덜 든다. 두 달 연속 여행은 아무래도 출혈 지출이라;;;
2) 1박 2일에서 인천을 소개한 적이 있다.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친구에게 내가 한 대답은 이랬다.
"설마 인천처럼 큰 도시에 3박 4일간 볼 게 없겠어?"
여행 전날에야 인천을 좀 검색해보았다. 도착한 당일에 어디에 가고 뭘 할 지는 정해둬야 시간 낭비가 덜한 거.
그리고 그제서야 도시 야경으로 유명한 송도가 인천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둥*
2. 숙소
지난 번 속초 여행 때 일로 인해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잡을지 말지 한참을 고민했다.
나처럼 에어비앤비 숙소가 투숙객에게 하는 과도한 요구, 에어컨 오래 틀지 말아달라는;;, 로 인해
다시는 에어비앤비를 쓰지 않는다는 지인도 있었다.
숙고 끝에 다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아무래도 에어비앤비 숙소가 깨끗한 모텔/저가의 호텔에 견주어 인테리어가 예쁘단 말이지. ㅠ
숙소는 부평에 잡았다. 급하게 검색하다 가성비가 괜찮아서 여기로 잡은 것.
부평중앙시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서 자연스레 시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갖은 먹을거리가 날 유혹했지만, 혼자 먹는데 이거저거 샀다가는 짐만 되어서 ㅠ
바로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이번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The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복층이었다.
소파에는 귀여운 코끼리 인형이 있었다. 소박하나마 준비된 인테리어 소품들을 보자 마음이 편해졌다.
에어비앤비를 다시 이용하길 잘한 것 같다. 안 좋은 기억을 떨치게 해주었다.
복층에 침대가 있었는데, 다소 휑하다 싶은 한 편으로 천장이 낮아서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현관 센서등이 늦게 꺼지는 것도 좋았다. 복층 전등 스위치가 아래에 있기 때문에, 불을 끄고 올라가면 어둡기 때문.
번호키였는데, 버튼을 꾹 누르면 안에서 잠금이 된다. 밖에서 비번을 눌러도 열리지 않는 것.
오피스텔 형 에어비앤비는 특히 안에서 잠그는 게 필수다.
이전에 술 취한 다른 투숙객이, 방 호수 착각하고 비번 누르고 들어온 적 있다. ㅠ 자다 식겁했네. ㅠ
에어비앤비 전문 숙박업이라고 해야 하나. 숙소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분이라고 했다.
프로페셔널한, 담백한 친절함이 좋았다.
에어비인비에 등록했든 아고다에서 광고하든 전문 숙박업을 하는 분들은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해주시면 좋겠다.
전문 업소면서 투숙객에게 과한 요구하지 말자. ㅠ
참고로 나는 정말 숙소 나올 때 원상복귀시키고 깨끗하게 하고 나오기 위해 노력함. ㅠ
호스트에서 내게 준 평은 늘 좋음. ㅠ
3. 송도로 갔다 : 간바쿠 라멘.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타고 국제업무지구역에서 내렸다. 가고 싶은 파스타 집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
지나가는 분에게 여쭈니 문 닫았다고.
... 네이버 지도 너무 믿지 말자. ㅠ
가까운 곳에 "간바쿠 라멘"이라는 곳이 보였다. 얼라, 뭐지, 이 가게, 맛있음의 아우라가 느껴져!
들어가서 돈코츠 매운맛 2단계를 시켰다. 면 두께를 중면과 얇은 면 중 택할 수 있는데, 중면이 라면보다 얇다고 해서,
그럼 얇은 면은 너무 얇겠다 싶어 중면 시킴.
2단계지만 많이 맵지 않고 깔끔했다. 돈코츠라멘은 살짝 느끼한 게 매력. 질리지 않는 적절한 기름기가 좋았다.
4. 본격 송도 야경 감상. 센트럴 파크.
네이버지도를 보고 센트럴파크로 갔다. 중앙에 개천? 호수?를 둔 공원이었다. 그런데 이름을 왜 '센트럴파크'라고 지었는지 모르겠다. 뉴욕에 같은 이름의 유명한 공원이 있잖아. 그 이름을 딴 걸까. 굳이?;;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다리의 조명이 예뻤다.
호수? 개천?이 좁다 보니 도시의 야경이 고스란히 물에 비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기계적인 미래 도시 느낌.
5. 랜드마크시티3 호수변 공원
멋있는 이름은 아닌데, 지도에서 보이는 호수가 커서 걸어보기로 했다.
밤에도 조명을 밝혀 예뻤다. 근방을 산책하는 사람이 보였고 도시야경이 비추는 물멍을 때리기 좋은 곳이었다. 의자도 보였지만 나는 계속 걸었다.
아트센터인천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사중인 광경 너머 보이는 도시 야경은 다소 그로데스크한 미학이 있었달까.
오페라하우스를 떠나 호수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야경에 취해 비슷비슷한 사진을 엄청 많이 찍어서 고르느라 애먹었다. ㅋ
사진 찍는데 취해 끝까지 걷긴 했는데, 산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지라 사실 조금 무섭기도 했었다. 슬슬 사람이 있는 거리로 빠지기로 했다.
시내로 나왔다. 이때가 8시 반 정도였는데, 송도 거리는 심하다 싶게 사람이 없었다. ... 저 많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다 어디 있지? 시내가 북적일 시간 아닌가?;;;
6. 워터프론트 아암 호수라는 곳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지도 상에는 아암도 해안공원이라는 곳도 있었다. 거기 들렀다가 달빛 공원을 따라 걸어서 캠퍼스타운 (인천 지하철 1호선 역)에서 지하철 타고 숙소로 가면 되겠지.
그런데 아암 호수는 물도 없고 뭔가 황량하기만 했다.;;; 그리고 진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시간이면 한강 공원은 꽤 북적이고, 서울 시민인 나는, 인천도 대도시니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판이었다.;;;
가는 길에 본 야경은 한강과는 다른 고즈넉하달지, 기괴하달지, 예쁘달지, 하는 복합적인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시월에 딱딱한 신발 신고 무리하게 걸은 여파가 남은 발로, 그래도 기왕 정한 목적지 가보겠다고 꾸역꾸역 걸었다. 지도 상 아암도 해안공원이라고 나온 곳에는 언덕 같은 바위 하나가 전부였다. 푸하하하하하
7. 달빛 공원
껄껄 웃은 나는 돌아서서 달빛 공원 쪽으로 걸었다. 아암도 해안 공원(...인가;;)에 도착한 시각이 9시 18분. 완전 어두울 때였다. 오는 길에 사람을 아무도 못 본 지라, 그냥 도로를 따라 걸으며, 아, 차라리 바다를 보러 갔어야 했나, 같은 덧없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헐, 공사 중이라고 인도가 끊기며, 울며 겨자 먹기로 달빛 공원으로 내려가야 했다.
오밤중에 인적없는 갈대밭을 걷는 것도 로망이지, 나를 달래며 부지런히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자전거로 이 길을 지나는 아저씨가 "여기 혼자 걸으면 위험해요." 라고 말하고 날 지나쳤다.
... 어쩌라고요. ㅠㅠ
사실 그 아저씨도 뭘 알고 한 말은, 즉, 진짜 위험하다는 근거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밤에 인적없는 길을 여자 혼자 걷는 건 당사자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나 다소 불안한 일인 거.
다시 도로 쪽으로 올라갈 길이 나오길 기대하며 계속 오른쪽 도로 쪽을 봤지만 경사로로 막혀 있었다. 흐엉-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고 마음을 다지며 속도를 올렸다.
여기 어느 즈음에서 다시 도로로 갈 수 있는 길을 찾는데 성공함. ^^
안전한(?) 곳에 오자, 물을 따라 걸었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ㅋㅋ
그나저나 조명도 저렇게 예쁘게 밝히고 잘 만든 산책로에, 걷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고라고라고라?;;;;;
아파트 단지에서 여기까지 동선이 안 좋은 건가?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8. 숙소로
숙소에 물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물과 맥주를 사고, 백억커피라는 곳에서 티라미스를 사서 숙소로.
송도 여행을 검색하면 흔히 나오는 지그재그 건물이라든가 하는 명소(?)는 보지 못했다.
이상한 곳을 많이 헤맸고, 무섭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무작정 지도 보고 걷기의 매력을 실감했달까. (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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