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날도 저절로 눈이 떠져서, 어제처럼 근사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본 투 더 게으르니즘인 나는 전날 사진을 찍은 곳에서 단 1미터도 벗어나지 않았지만,
자연은 같은 법이 없어 어제보다 구름이 낀 모습으로 확연히 다른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2. 서울로 가는 표를 검색했다.
일정을 엄격하게 짜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일어난 시간에 따라서, 기분 내키는 대로 돌아갈 시각 정하면 되겠지, 했었다.
이 날이 21일 금요일이었다. 오전에 일찍 검색 안해봤으면 큰일날 뻔했다. 정오 이후 올라가는 표가 전멸이었다.
12시 반 표도 2~3좌석 남아 있었다. 예매한 뒤 숙소를 나왔다.
3. 1-1번을 타고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다행히 고속버스터미널에는 내 돌돌이가 들어가는 사물함이 있었고, 비어있기까지 했다.
편의점에서 까까를 사서 500원 동전 3개를 만들어 가방을 넣었다.
시외버스터미널 사물함은 캐리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내 캐리어는 작은 편인데도 안 되더라.;
4. 속초아이 대관람차
런던아이를 빗대 속초아이라는 이름을 지은 걸까.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속초아이는 걸어서 6분 거리였다.
오전 10시 개장이었고, 내가 도착한 게 9시 50분 경이었는데 벌써 줄이 서 있었다.
주말에는 엄청 줄 설 각.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밤에 탔으면 달랐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속초가 야경이 화려한 도시는 아니니까.
그래도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 구름이 낮게 깔린 도시 풍경 사진이 마음에 든다.
타는 시간은 10분 정도였던 것 같다.
5. 브알라 커피
속초아이가 있는 건물에 화려한 카페가 있었다. 빵이 커서 2~3명이 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고심하다 나왔다.
바닷가 답게 카페가 엄청 많은데, 갑자기 선택장애가 찾아와서 아픈 발을 질질 끌고;;;; 걷고 걷고 걷다가
어쩐지 마음이 동한 '브알라 커피'에 들어갔다.
크로캉이라는 건 처음 먹어보는데 새콤 부드러움, 치즈의 깊음, 적절한 당도까지 환상적인 맛이었다.
커피도 진하고 맛있었다!
발을 고생시키며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커피 마시고 노닥노닥하다가 버스 시간이 되어 집으로.
6. 정이정이 정공자
집에 오니 애들이 서러움을 토했다. 미안... 언냐도 너무너무 보고 싶었단다.
얼결에 세 아해와 살게 되었다. 여행을 갈 때면 친구가 하루에 한 번 들러준다.
다년 간 탁묘/탁견 알바를 해온 친구가 말했다.
친구 : 너희 집 아해들은 다른 집 아해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어.
나 : 뭔데?
친구 : 한 번도 못 만져봤어.
이 친구가 벌써 여러 번 탁묘를 왔는데도, 숨어서 안 나오거나, 설사 보이더라도 접근불가 아우라를 뿜뿜하는 지라,
친구도 아해들 스트레스 받을까 봐 일부러 다가가지는 않았다고 했다.
짠하고, 미안하다.
길아가였다가 아팠던 바람에 나와 연이 닿았고, 가족이 되었다.
회복시키느라 시간과 지갑과 마음을 써야 했고, 가족이 되었기에 시간과 지갑을 쓰고 사랑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15살에 두 아이를 열흘 간격으로 보낸 뒤, 입양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었다.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은 줄 알기에 아낌없이 사랑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 아해들 때문에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해, 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어느새 중년에 들어섰고, 노년으로 다가가고 있다. 후회없이 사랑하고, 후회없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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