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은 호수를 보며 음식점을 검색했다.
이번에도 '맛집' 키워드를 넣지 않고, 지도에서 식당을 클릭한 뒤 가까운 곳에 있는 곳 중 내키는 메뉴를 찾았다.
그렇게 가게 된 곳이 베트남 음식점 '까몬'이었다.
베트남/태국 음식점은 메뉴판이 책처럼 나올 정도로 가짓수가 많기도 한데 여기는 단출한 편이었다.
그러나 맛있었다는 거! 무심코 간 곳이었는데 알려진 맛집 같았다.
아마도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이었지 싶다. 아르바이트생도 억양이나 본인들끼리 이야기할 때의 낯선 언어 등 베트남 사람으로 추정. 친절했다.
분짜와 까몬 쌀국수를 시켰다.
분짜는 처음 먹는다. 면과 곁들임 채소를 돼지갈비처럼 달달한 고기를 넣고 끓인 국물에 살짝 적셔서, 샤브샤브처럼 먹는 음식이었다. 면은 약간 곤약 느낌이었다.
식당에 따라 돼지고기가 따로 곁들여지기도 하는 것 같았다.
분짜와 쌀국수, 둘 다 맛있었다! '랭쌥'이라는 메뉴도 궁금했다.
ㅈㅁ은 다음에도 여기 올 거라고 말했다.
ㅈㅁ은 타이거, 나는 사이공 맥주를 시켜서 낮부터 반주함. ㅋㅋ
ㅈㅁ이 문득 말했다. "난 다 먹은 거 같아."
그 말에 진짜 빵 터졌는데, 그때 남은 음식이 거의 없었다.
ㅈㅁ 말은, 위장에 여유가 있으면 사이드 메뉴도 하나 시키고 싶었는데, 이만하면 충분하다, 는 뜻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지금은 들지만, 그때는 진짜 배를 잡고 웃었다.
밥을 먹고 나오는데 가랑비가 내렸다.
식당 찾아 가던 길에도 본 아이. 근처 가게에서 사랑받는 고양이 같았다. 가게 안에서 비 피하다 우리가 사진기 들이대자 나와서, 얼른 들어가라고 했다.
처음 보는 우리에게도 쓰다듬을 받으려고 하더라. 우린 둘 다 빈손이었는데...
비가 내리는 지라 플라잉 수원에 전화하니, 오늘은 비바람 때문에 운영 안한다고.
1박 예정으로 왔던 ㅈㅁ은 이만 가서 쉬어야겠다고, 가을에 다시 와서 플라잉 수원도 타고, 가을 수원화성 성곽길도 찍으리라 의지를 불태웠다.
ㅈㅁ이 가기 전에 수원천 다리에서 보이는 풍경을 찍음.
ㅈㅁ이 간 뒤 나는 이후 일정을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했다.
본디 화성 행궁에 가려고 했으나 비가 그칠지 세질지 감이 오질 않았다.
2. 수원화성박물관
그래, 박물관에 가는 거야!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월욜이라 박물관/미술관 등등이 다 휴관일이었다.
수원 화성 박물관에 갔다.
수원화성박물관은 수원행궁 바로 옆에 있다.
수원 화성에 대해 예쁘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게 1도 없던 나.
ㅈㅁ왈, 정약용이 남긴 설계도대로 복원을 한 거라고. 본디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오래된 것만 쳐주는데, 옛날 설계도 그대로 만들었다는 증명을 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거라고 했다.
집에 와서 검색 등등을 해봤으나 잠깐 해본 걸로는 등재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얼마큼이 복원한 거고 얼마큼이 원래 있던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새삼, 왜 수원 화성 성곽길이 근사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가 본 산성은 한 손에 꼽을 둥 말 둥 하지만 대부분 흙에 파묻혀 간간이 돌담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수원 화성은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박물관에서 수원 화성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아들로 화성 축성을 명한 왕이다.
개인적으로는 뒤주에서 굶어죽은 아버지에 대한 한이 있었을 테고, 아버지가 세자에서 폐위되었던 터라 정통성 문제도 정리해야 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서 왕과 왕비의 무덤은 능, 세자/세자빈/왕의 친모는 원, 세자 아닌 왕복은 묘라고 했다.
정조는 즉위 후 아버지의 묘를 묘에서 원으로 격상시켰다가, 수원으로 옮기며 이름을 '현릉원'이라 했다.
자신도 죽은 뒤 사도세자 가까이에 묻힌다.
그 뒤 고종이 융릉, 즉 능으로 격상시켰다.
당시 고종은 일본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명명하며 나라의 세를 과시하고 싶었고, 역시 정통성을 생각해서 현릉원을 융릉으로 올렸던 것이다.
수원이 정조, 사도세자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는 걸 박물관에 와서야 안 나;;;
정약용은 조선 축성기술에 일본과 중국 성의 장점을 참고해 화성 축성 계획에 참여했다.
수원화성축성은 큰 토목공사였더니만큼 공사 내용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 기록인 '화성성역의궤'가 아직 남아 있고, 이 기록이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화성성역의궤' 또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총 공사기간 2년 9개월. 총 공사비용 87만냥. 국왕부터 돌을 나르는 인부까지 70여만 명 참여. 돌덩이 18만 7천 600개 사용. 거중기, 녹로, 유형거 등 축성 과학기구 사용. 성과급제와 공사실명제를 시행했다고 한다.
화성행궁과 화성 축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 외에도 정조의 그림, 영조의 시와 글씨, 사도세자 글씨, 화성행궁 모형 등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다.
박물관을 나오니 비가 그쳐 있었다.
화성행궁에 가니, 어머 야간 개장을 한다네?
저번에는 낮에 봤으니, 이번에는 밤풍경을 볼까?
하고 수원시립미술관에 먼저 갔다.
수원시립미술관 전시는 다음 게시물에서 다루기로 하고, 수원행궁으로.
수원시립미술관, 수원행궁, 수원화성박물관은 서로 붙어 있으니, 체력이 된다면 함께 봐도 좋다.
3. 화성행궁 야간개장
행궁은 왕이 잠시 머무는 곳을 뜻한다. 수원행궁은 1790년에 340칸으로 지어졌으나 수원화성 건축 때 576칸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정조 때 국왕이 항상 머무는 곳인 정궁은 창덕궁으로, 수원행궁은 창덕궁보다 규모는 작았으나 정궁의 양식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이는 정조가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상왕이 되어 지낼 곳으로 점찍었기 때문이라고.
화성행궁에 들어간 건 6시 50분 경이었다. 7시 50분이 일몰 시간이었던 터라 1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화성행궁 야간개장은 5월 30일에서 10월 29일 까지라고.
느리게 한 바퀴를 돌았다. 화성행궁에는 당시 쓰이던 악기, 부엌 등을 재현해 놓아 구석구석 볼 거리가 쏠쏠하다.
5년 전에 왔을 때는 엄청 넓게 느껴졌었다.
언덕을 오르면 서장대라는 정자?가 있는데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올라갈지 말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담하게 느껴졌다. 당황;;;
아마 그때는 많이 걷거나 해서 지친 상태에서 들어왔었나 보다.
복원공사 중인 곳이 있어서 다음에 와서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한 바퀴 돈 뒤 잠시 앉아 그림을 그렸다. 나처럼 해지기를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해가 지고 곳곳에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궁궐 야간개장은 경복궁, 덕수궁, 화성행궁까지 세 곳을 봤는데, 경복궁이 압도적인 것 같다. 궁궐 자체도 화려하고 물에 비친 경희루는 똥손이 찍어도 멋질 수밖에 없는 찬란함을 뽐낸다.
실컷 보고 나왔다.
이날 화성행궁 앞에서 자연친화 무슨 축제라는 걸 하고 있었다.
초대가수가 와서 공연도 하고, 이런저런 먹을거리를 파는 천막들이 늘어서 있었다. 환경 과련 제목이 들어갔던 축제라 일회용품을 덜 쓰는 건가, 하고 살짝 둘러봤는데, 환경 어쩌고는 걍 명분;;이었던 것 같다.
ㅈㅁ이 좋아하는 숯불 닭갈비도 팔더라. ㅋㅋ
터키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었다. 그 왜 있잖아, 줬다 뺏는 거.
잠깐 구경.
한 손님이 "저 진짜 잡아요?" 하니까 판매자가 "네, 잡으세요." 해서 진짜 아이스크림 과자 부분을 잡자, 아이스크림만 쏙 빼가더라. ㅋ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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