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6월에 함께 수원에 갔다가 반한 ㅈㅁ이 또 가자고 했다.
ㅈㅁ은 그때 1박만 하고 갔지만, 나는 3박 4일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은 간혹 말한다.
"수원은 당일치기면 되는 곳 아냐? 먼 2박이나 해? 수원 다녀오는 게 여행임?"
여행 맞거든여?
집 밖에서 자면 여행이지, 게다가 수원도 멀다고요!
지하철과 버스를 둘 다 이용해야 하고, 지하철도 최소 한 번은 갈아타야 한다.
게다가 수원에 볼거리, 놀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산이 7할인 우리나라에서 극히 드물게 탁 트인 평야에 성곽길 있지,
광교 저수지, 신내 호수 등등 호수 있지,
의왕으로 가면 레일 바이크, 스카이 레일 등 탈거리 있지,
행리단길 맛집 수두룩하지,
쟈철과 버스로 가니 교통비도 싸지,
기차/고속버스 예약할 필요도 없으니 편하지, 등등.
그리하여 가기로 함. 지난 두 번의 수원 여행이 다 6월이었던 터라 가을 수원이 궁금했다.
나 : 가즈아! 숙소 예약은 맡긴다!
ㅈㅁ은 아직 숙소를 검색해 예약해 본 적이 없었다.
무릇 칭구란 강하게 키우는 법.
... 낵아 숙소 찾아 예약하기 귀찮았던 거 절대 아님. ...
그리하여 ㅈㅁ이 찾은 숙소는 "도노 1796 호텔 수원" 침대 2개의 트윈룸이었다.
침대는 무조건 2개여야 함. ...
네이버 예약가 평일 기준 7만원.
침대 2개, 작은 냉장고, 작은 책상, 텔레비전이 있는, 평범한 모텔이었다.
장안문 가까이에 있어서 수원 성곽길 돌기에도, 행리단길과 붙어 있으니 밥 먹기에도 좋았다.
중간에 만나서 같이 올 수도 있었지만, 이리저리 시간 잡고 어쩌기 성가셨던 우리는 결국 숙소에서 만나기로 함.
3시 체크인인데 낵아 도착한 시간은 4시 좀 넘은 시각.
그런데 머라?
청소가 덜 되어 5분 정도 기다려달라고라고라고라?
딱히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었;;;;
5분이라 넘어감. ㅋㅋㅋ
약 30분 후에 도착한 정명은 "그래, 뭐, 5분이면." 했다.
3시에 도착했다면 따져볼 수도 있었지만, 어떻든 기다린 시간은 5분이니까.
2. 동장대에 가서 일몰을 보기로 했다.
구름을 그릴지 말지 한참 고민하다 그렸다. ㅈㅁ이 "구름을 안 그렸다면 네 그림치고는 다른 시도가 됐을 텐데..." 라고 했다.
그런 것인가?
듣고 보니 그러네. 난 꽉 차 있는 걸 좋아하니까.
이 이야기는 뒤에 이어진다.
원근이 참 그리기 어렵고 감이 안오는데 이번에 그 심리적 장벽을 극복(!)해 보려 한다.
동장대는 동쪽에 있는 장대, 라는 뜻인가 싶다. 장대는 연무대라고도 하는,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는 곳이다.
이날 하늘에서 움직이는 빛을 봤다.
나 : UFO 아냐? 맞지? 맞으면 좋겠다!
호들갑을 떠는 나와 달리 ㅈㅁ은 심드렁. 반응해주지 않음. ㅠㅠ
그러나 동영상은 찍음.
계속 보니 앞에 비행기처럼 생긴 게 보였지만 왜 위로 올라가지?
UFO가 아닌 걸까. ㅠㅠ
날이 흐려 노을은 못 볼 것 같아서 플라잉수원으로 이동. 동장대에서 가깝다.
3. 플라잉 수원
동장대에서 플라잉 수원까지는 걸어서 5~10분 거리라, 배가 좀 고팠지만 타고 가기로 했다.
의도한 건 아닌데 해저물녘에 탈 수 있었다.
플라잉 수원은 석양 무렵 보면 노을도 보고, 성곽길을 따라 켜둔 조명으로 야경도 보고 좋다.
나는 두 번째, ㅈㅁ은 첫 번째였다. 플라잉 수원은 타는 곳 기준으로 오른쪽에 수원성곽길이 보이기 때문에
오른쪽에서 보면 좋다.
하지만 한쪽에 몰려 있으면 안 된다. 진행 요원(?)님이 몰려 있으면 이야기해 주심.
나는 두 번째 타는 거니까 왼쪽으로 가고, ㅈㅁ에게 많이 보라고 했다.
두 번째 타는데도 좋았다.
걸으면 한두 시간 걸리는 성곽의 윤곽이, 조명으로 인해 한눈에 형태가 보인다.
시각에 가장 의존하는 인간은 빛을 좋아하고 어둠을 무서워한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곳은 화서문 앞에서 하는 미디어아트쇼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인간으로, 상공에 올라 내려다보는 지상의 풍경도 좋지만,
스팀펑크를 사랑하는 나는 열기구를 보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다.
도심, 나무, 자동차 위에 뚝 떠 있는 열기구.
동화적 SF 같다.
4. 너는 맥시멀리스트야.
ㅈㅁ이 말했다. "넌 맥시멀리스트야. 꽉꽉 차 있는 그림을 좋아해."
그 말이 내게 무언가를 안겼다. 그렇구나. 난 맥시멀리스트구나. 꽉 차 있는 그림을 좋아한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걸 맥시멀리스트라고 하는 줄은 몰랐다. 단어, 단어로 인한 규정은 놀라운 힘이 있어서, 갑자기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무얼 바라는지 확 느낌이 왔다.
맥시멀리스트다운 그림을 그려보려고 위의 그림을 그렸다. 앞으로도 저런 그림 많이 그려야지.(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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