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꽌탄 도교 사원
카페를 나와 걸었다. 지나가다 마주친 꽌탄 도교 사원. 1200년대에 지어졌다고 한다.
여행을 가면 걸으며 한 목적지에서 다음 목적지로 가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 평범해도 좋고, 상상을 뛰어넘으면 뛰어넘는대로 좋다.
2. 쩐꾸옥 사원
하노이 관광의 중심지인 호안끼엠 호수에서 북서쪽으로 좀 가면 커다란 호수, 서호가 나온다. 다리를 두고 넓은 쪽은 서호, 좁은 쪽은 쭉박 호다.
쩐꾸옥 사원은 서호에 있는 작은 섬에 위치한 사원으로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이라고 한다. 호수나 강을 따라 걷기, 섬을 좋아하기 때문에 꼭 가고 싶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아 기다리며 그림을 그렸다.
베트남 여행 때 나름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집에서 보니 대부분 커피, 음식 등등 소품이었다. 풍경은 현장에서 그린 게 거의 없어서 섭섭했다가 이 그림 발견하고 기뻤다.
나가기 전에는 늘 그림 많이 그려야지, 결심하고 막상 가면 보고픈 것도 많고, 어떻게 그려야할지 막막하다. 집에서 사진 보고 그리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에 내 손이 질려서, 사진으로 올리고 여행기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해가 바뀌었어. 마무리 지어야지. 이 뒤에 다녀온 곳도 있다긔.
입장 시간 기다리다 두 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그림 그리는데 7~8살 정도 된 아들(추정)과 온 베트남 남자가 자꾸 내 사진을 찍은 거. 나도 여행객이라 사진 막 찍긴 하다만, 그래도 모르는 사람을 대놓고 찍진 않는다고. 나름 몰래 찍는 듯했지만 내가 눈치채고 그만 찍었으면 하는 기색을 보여도 계속 찍음. 결국 가까이 가서 "내가 너랑 아이 사진 찍어줄까?" 물어봄. 남자는 영어 못함. 아이는 나 정도는 했음. 처음에는 괜찮다고 갔다가 다시 와서 찍어달라고 해서 둘 찍어줌.
두 번째는 베트남 여자와 서양인 남자 커플(추정)이었다. 서양인 남자가 내 국적을 묻더니, 여기서 여행하고 풍경 보는 게 좋은지 거듭 물었다. ... 한국과 베트남의 과거 역사 때문인 건가? 줌 무례하게 느껴지긴 했다. 왜 그런 거 묻는지 정도는 나도 물어볼 수 있는데 - 와이? ㅋㅋ - 안 물어봤네. ...;;
입장 시간 되어서 들어감. 예뻤던 곳으로 기억한다. 노란색이 좋았다. 그런데 정말이지, 건질 사진이 없군. 깔깔-
3. 서호
쩐꾸옥 사원을 나와 서호를 따라 걸었다. 내가 좋아하는 무더운 날, 좋아하는 원피스를 입고, 큰 마음 먹고 온 하노이를 혼자 걷는 기분이 좋았다.
성향이 많이 다른 ㅈㅁ과 내가 같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 나는 혼자 다니는데 거리낌이 없고, ㅈㅁ도 혼자 있는 걸 편하게 여긴다. 즉, 같이 나가자, 같이 숙소에 있자, 를 서로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걸으며 서호 풍경을 찍었다. 근데 이번 여행, 아무리 나라도 사진들 너무 심하다. ㅋㅋ
진짜 건질 게 없어도 너무 없다. ㅋㅋ
4. 카페
또 다른 카페에 가서 음료 두 잔을 마시며 다리를 쉬었다. 코코넛 라떼가 없어서 아쉬웠다. 베트남에 있는 카페라고 다 코코넛 커피를 파는 게 아니었어. 크아앙-
5. 탕룽 황성
제법 넓고 박물관도 있기 때문에 돌아보는데 두세 시간은 걸린다. 1010년에 리 태조가 건설했고 이후 다른 황제들이 조금씩 확장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물마다 양식이 조금 다른 느낌도 든다. <- 건축물 문외한임. ㅋㅋ
6. 롯데호텔로
탕룽황성을 보고 나니 그만 가서 짐을 싸야 할 시간이었다. 우리 체크아웃 시간이 저녁 7시였다. 나는 숙소에 6시 20분~30분 경 도착했다. ㅈㅁ은 짐을 싸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여행 내내 짐을 싼 ㅈㅁ. ㅋㅋㅋㅋ
ㅈㅁ은 롯데호텔에 있는 롯데수퍼에서 각종 소스와 과자를 산더미처럼 산 지라 짐을 재정비 해야 했다.
베트남에 도착한 첫날 나는 말했다.
나 : ㅈㅁ아, 가방을 하나 더 사. 가방 하나에 욱여 넣으려니까 짐 싸는데 오래 걸리는 거야.
이날 결국 ㅈㅁ은 가방을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전에 롯데 호텔에 있는 쇼핑몰 한 바퀴 돌고, 시장으로 택시 타고 가서, 흥정하며 가격도 깎아서 새 가방을 하나 산 거.
ㅈㅁ : 그냥 첫날 살 걸 그랬어.
나 : 푸크크크크크크크크
ㅈㅁ은 물을 사러 나갔다. 롯데수퍼가 지하 1층인가에 있다니 10분 정도 걸렸을 거. 돌아온 ㅈㅁ. 내가 그동안 짐을 다 싼 걸 보고 입을 떡 벌림.
나 : 다 쌌지롱! *허리손*
ㅈㅁ : ... 대단하다;;
나 : 나는 네가 더 대단하다. ㅋㅋㅋㅋㅋㅋ
ㅈㅁ이 과자와 소스류를 사는데 쓴 돈은 한국 돈으로 6~8만원이었다. 가방은 4만원 안팎이었다.
나 : 만족해?
ㅈㅁ : ㅇㅇ!!
여행에 정답은 없다. 본인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우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돌아다니며 미친듯이 사진 찍은 나보다 몇 컷 안 찍은 ㅈㅁ 사진이 건질 게 훨씬 많다. 나 자는 동안 롯데호텔 전망에서 일출까지 찍었잖아. 전망 좋고 비싼 호텔에서 자면 그런 즐거움이 있어야지. 일출 못 본 건 조금 아쉽다.
7. 이번 여행 마지막 식사는 롯데호텔에 있는 베트남 식당이었다.
ㅈㅁ은 쌀국수, 나는 샐러드를 골랐는데, 아, 우주 최강 맛있었다! 일본에서도 먹었던 고수는 아닌, 다른 독특한 향채소가 들어가 있었는데 이게 진짜 끝내주게 맛있어서, ㅈㅁ 새우 사준 날, 메뉴판 잘 보고 샐러드 골라볼 걸,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먹기 힘든 맛일 터라...
ㅈㅁ 취향은 아니었지만 난 잘 먹음.
역시 호텔에 있던 카페에서 마지막 코코넛 라떼와 함께 디저트까지 알차게 먹고 공항으로.
8. 구름 컷
일출인 걸로 보아 도착 무렵 찍은 게 아닌가 싶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기절함.;;; 승무원이 기내식 먹을 건지 물으며 깨웠는데 "no." 한 마디 겨우 하고 도로 기절함.
편안한 숙면 환경이 아니니 자세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마다 한 번씩 깼다 잠들었다. 아마 ㅈㅁ도 비슷했을 텐데, 그때마다 ㅈㅁ이 자는 자세가 바뀌어 있는 거 보고 - 상에 엎드림, 뒤로 기댐, 고개 숙이고 팔짱낌 등등 - 기절. ㅋㅋ
사전에 ㅈㅁ에게 아마 나 기절각이라 기내식 못 먹을 것 같다고 말해뒀던 터라, 승무원에게 "쟤 자느라 안 먹는대." 라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승무원이 나 깨웠다고. 아마 절차상 나에게 직접 들어야 하는 게 있었으려니 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 ㅈㅁ은 화장실부터 감. 돌아온 ㅈㅁ 잇몸 만개.
ㅈㅁ : 성공했어!
조식으로 샐러드부터 시작해 알차게 먹고 쌀국수로 마무리한 뒤 "이제 배불러." 할 때 급의 하회탈 웃음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내내 ㅈㅁ에게 장 상태 TMI를 들어야 했다. 여행 내내 변비에 시달린 ㅈㅁ. 나는 하루에 최소 2회는 ㅈㅁ에게 "나 신호 왔어. 다녀올게." "얼마 안 나왔어. 유산균을 먹어야 할까 봐." "신호 온다, 시도해 볼게." "잘 안 됐어."
..................... 어째서 일일이 보고하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외여행 때 화장실 문제를 겪는 지인들을 본 적이 있는 지라...
나 : 한국에 오니 바로 성공했네.
ㅈㅁ : 아냐, 치즈였어.
ㅈㅁ은 롯데수퍼에서 치즈를 샀다. 그런데 치즈는 국내 반입 불가 품목이었다. 그래서 전날 열심히 먹고, 공항에서도 먹고, 최선을 다했더랬다.
난 아직도 한국에 와서 성공했다는 가설을 버리지 않고 있다. <-- 왜지?! ㅋㅋ
나중에 이 말을 전해 들은 ㄴㄹ : 왜 그걸 보고해?! *경악성*
ㅈㅁ : 해야지. *당당*
(우리 ㄴㄹ, 잘 지내니?!?!?!?!?!)
개탈진한 우리. 집에 가는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소소한 삽질을 하고 헤어짐. (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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