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일암을 내려오고 나니 너무나 피곤했다.
와, 심지어 나 빈속이야!
올라갈 때 빙수 맛집이라는 곳이 보였는데 계단으로 오며 어쩌다 지나치고 나니, 그 몇 걸음을 다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녀온 사람은 내 마음 알 거야. ...
잠시 쉬려고 바로 앞에 있는 '카페 그래'에 들어갔다. '그래 여기 오길 참 잘했다' 라는 뜻이라고 어디 쓰여 있었다.
자몽에이드를 앞에 두고, 창살이 있긴 해도 바다를 보며 잠시 아픈 다리를 쉬었다.
디저트 종류도 팔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밥을 먹어야지 디저트를 먹을 때가 아니라 일단 자몽에이드로 당 충전만.
항일암에서 내리며 버스 시간표를 미리 찍어두었기에 여유있게 나갔다.
그런데 버스가 안 오는 거야;;;
한 분이 더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기 사는 분인 듯, 지나가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며 "오늘 따라 버스가 늦다."는 말을 해서 안심하며 기다렸다. 이분들도 오늘 유독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마침내 버스가 왔다. 와, 기사님 운전 터프하심;;;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데 거침이 없으심;;;
항일암 정보 찾을 때 어떤 블로그에서, 가는 길에 기사님 운전이 터프했다고 했는데 이 기사님인가 보다.
항일암에 올라갈 때는 얌전한 기사님의 버스를 탔고, 내려갈 때는 이 기사님의 버스를 타게 되었던 듯. ㅋ
케이블카를 예약했기 때문에 돌산공원에서 내렸다. 돌산공원으로 가는 길은 또 오르막이었다. 이야, 징하게 걷는다.
길가에 선 단풍 나무에 자그마한 애기 단풍잎이 걸려 있었다. 곱기도 하지.
올라가는 내내 혼자였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길이 고즈넉해 마음은 나른해졌다.
나는 바닥이 유리인 케이블카를 택했다. 사람이 많은 경우 모르는 사람들과 탈 수도 있다는데 사람이 적어 나 혼자 탔다. 꺄-
항일암에 사람이 적었으니 여기도 사람이 적을 밖에. 이번 여행 감사한 일이 많고나.
케이블카에 탄 다음에는 여기서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까르르-
산을 발밑에 두고 지나는 게 여간 재미나지 않았다. 발밑으로 바다, 차도, 건물들이 보였다. 발과 함께 찍으니 꼭 합성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우스워서 혼자 빵 터지며 발이 있는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자산 공원에 도착해서 케이블카에서 내렸다. 여기도 전망이 좋았다. 아, 진짜 바다 실컷 본다. 한참 넋놓고 전망을 구경했다.
오늘은 서시장 혹은 교동시장이라고 하는 곳에 있는 포장마차에 가보기로 했다. 여기가 혼자 가기 좀 더 편하다는 블로그가 보였고, 낭만포차는 혼자 들어가기 부담스럽다는 게 어제 확인되었고.
포장마차가 시작될 때까지는 시간이 있는지라 시장 방향으로 걸었다. 세상에, 어느 부지런한 분이 담을 이렇게 예쁘게 꾸며 놓으셨더라. 걷다가 만난 작은 눈호강이었다.
슬슬 다리도 한계에 이르렀고 시장도 열 무렵이다 싶어서 택시를 탔다. (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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