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쉬운 마지막 날이 밝았다.
최선을 다해 숙소 뒷정리를 하고 나왔다. 호스트가 뒷정리 잘해줬다고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서 뿌듯했다. 헤헤-
택시 타고 여수엑스포 역으로 가서 라커에 가방을 맡기고, 천천히 걸었다.
2. 여수 빅오
멀리서 보고 관람차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기서 물과 빛의 쇼를 하는 듯. 아예 몰랐네. 덕분에 다음에 여수 올 때 할 게 생겼나! ^^
패러글라이딩이랑 패러세일링도 다음에는 꼭 해봐야지. *두 주먹 불끈*
날은 조금 흐렸지만 기분은 좋았다.
3. 진남관의 유물 전시관
전날 입장 시간이 끝나서 못 간 진남관 유물 전시관에 갔다. 전시관, 박물관, 미술관 좋아함. ^^
유물은 많지 않다. 슥 훝으면 몇 걸음 되지 않고, 찬찬히 꼼꼼히 글자 하나하나 다 읽으면 10~15분???
현재 작업 중인 일에도 좋은 자료가 될 걸 건지고 뿌듯. ^^
4. 풍산시장 장어탕
여기 장어탕이, 다른 데보다 장어가 실해서 여수 사람들에게 엄청 인기 있고, 서울에도 알려진 곳이라고.
한창 점심 시간이라 혼자 괜찮을지 쭈뼛쭈뼛 들어갔는데 다행히 친절하게 받아주셨다.
밥은 조금만 달라고 일부러 부탁드렸는데도 다 못 먹었다. 음식 남기면 죄책감 드는 유형.;;
장어탕 처음 먹어 본다. 깊고 담백하고 맛있고, 국불은 붉은 빛이지만 매운 맛 아님.
엄청 맛났다. 밥은 남겼지만 건더기는 싹싹 먹음. 행복했다. ^^
5. 하멜 전시관
들르기 정말 잘했다. 재밌었다.
하멜은 네덜란드 선원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일본으로 가다가 태풍을 만나 제주도로 오게 된다. 이때가 1653년 8월. 64명의 선원 중 36명만 살아남았는데 그중 한 명이 하멜이었다. 하멜 일행은 효종의 명으로 서울에 오는데 이 과정에서 또 한 명이 죽는 등 이후 갖은 고생을 한다. 서울에서 하멜 일행 중 두 명이 청국 사신에게 구해달라고 청했다가 들키는 바람에 옥에 갇혀 죽는다. (참고로 서울은 한국의 각 시대별 수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후 이들은 전라병영으로 이송된 뒤 7년을 보낸다. 전라도 대기근으로 11명이 죽고, 식량이 부족한 지라 살아남은 22명은 여수에 12명, 순천과 남원에 각 5명씩 분산 수용된다. 하멜은 이때 여수로 온다.
가뭄으로 인한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도 하멜 일행을 억류해야 할 이유는 뭐였을까.
낯선 생김새, 전혀 다른 언어 등으로 인해 조선으로 표류한 하멜 일행은 고립된 약자였다.
현재, 그러니까 무려 2022년에도 외국인 보호소에서 '새우꺾기' 등 가혹 행위를 하거나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지금은 식량이 부족한 시대도 아닌데, 낯선 사람, 모르는 사람, 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사람의 어두운 면모가 드러나는 일이다.
한편으로 이들은 동인도회사 소속이었다. 동인도회사는 영국에서 먼저 만든, 인도를 지배/수탈하기 위한 회사였다. 이후 여기에 대항하는 '동인도 제도에서 무역하는 잉글랜드 상인의 연합 회사United Company of Merchants of England Trading to the East Indies)'라거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프랑스 동인도 회사' 등도 생겼는데, 하멜이 네덜란드 인이었던 걸로 보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아니었나 싶다.
앞에 어떤 나라가 붙든 동인도 회사는 당시 강대국들이 동양을 수탈, 식민지화하기 위해서 만든 회사였다. 따라서 조선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들을 억류해야 했던 이유로 둘 중 어떤 이유가 더 강했는지는 박물관에서 본 자료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다. 하멜 표류기는 전부터 읽고 싶다고 생각한 책인데, 읽을 목록에 오른 책이 이미 100권 이상이라;; 언제 연이 닿을지 한 번 봅시다.
여수에서 이도빈 수사가 하멜 일행을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다음에 부임한 사람은 무자비했고, 하멜 일행은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하멜을 포함해 8명이 탈출에 성공, 일본으로 건너 가서 동인도연합회사로 간다. 이후 조선에 잔류중이던 7명도 일본으로 가게 되고, 1669년에 하멜은 고국으로 돌아간다.
53년에 조선에 온 뒤 16년 만에 귀국하게 된 것이다. 조선에서 보낸 시간은 13년 28일이라고.
하멜은 조선에 체류한 동안의 임금을 동인도회사에 청구하기 위해 조선에서 체류한 일을 보고서 형식으로 썼는데, 이게 출간되며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그런 신기한 나라가 있대~ 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하멜 전시관의 설명에 따르면, 하멜은 조선을 유럽에 알리는 큰 역할을 한 사람이고, 현대 사회로 오며 대한민국과 네덜란드 국교가 수립되면서 하멜 전시관도 생기고, 하멜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2004년에 하멜 등대를 세워서, 사람들의 사진 찍기 핫 스팟이 된 것이다.
심지어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의 호르큼 시가 2007년에 하멜 동상을 제작해 기증하기도 함. 한 사람의 고난이 몇 백 년 후 두 나라의 문화 사업이 된 것이다. *두둥*
역사적으로 보면, 당시 강대국이었던 네덜란드는 동양을 수탈하려고 했고, 우리나라는 수탈하려는 회사의 직원을 억압한, 피차 과히 아름답지 않은 역사인데 그게 현재 두 나라의 문화 교류로 이어진 아이러니.
우리나라가 하멜 전시관을 만들고, 등대까지 지은 이유는 하멜이 우리나라를 유럽에 알리는데 일조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우리나라를 타국에 알리는데 몰두하고, 가수/운동선수 등이 외국에서 인기를 끌거나 좋은 성과를 내면 국위 선양이라고 환호하게 되는 기저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을 좀 적어보고 싶었는데, 블로그 포스팅이나마 정리된 내용으로 올리기에는 지식 면에서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조금이라도 공부해서 써보려다;; 6월에 다녀온 여행기를 언제까지 붙들 수가 없어서 크흑- 이 역시 훗날을 기약한다. ㅠㅠㅠㅠ
6. 자산공원
여수엑스포 역까지 걸어서 40분 정도였나?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자산공원은 가는 길목에 있었고,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기도 했다. 케이블카는 이미 탔는데 가는 길이 달라서 풍경이 달랐........... 는데 아, 계단. ㅋㅋㅋㅋ
이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왼쪽과 오른쪽 갈림길이 나온다. 둘 다 계단이었지, 아마?
오른쪽으로 가야 자산공원인데 아무 생각없이 왼쪽으로 갔다가 다시 내려옴. ㅋㅋㅋㅋㅋㅋㅋ
전날 많이 못 걸은 한을 이날 푸나! ㅋㅋ
자산 공원에서 전망을 감상하며 사진도 실컷 찍었다. ... 건질 사진은 별로 없는 건 안 비밀. ...
자산 공원을 내려와 열심히 역으로 걸었다.
스카이 플라이도 한 번도 안 타봄.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사람이 없었다. 전화번호가 쓰여 있기에 걸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다. ㅋ
사람이 있었으면 탔을 지도.
여수 엑스포에 도착. 전통복식을 입은 사람들이 뭔가 하기에 잠깐 서서 구경. 아주 화려한 움직임은 아니었고, 아직 연습 중인 건지 줄을 이렇게 저렇게 서라고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7. 아르떼 뮤지엄
여수 엑스포에 있는 일종의 빛쇼인데 재밌다는 말이 많아 들어가보았다.
파도방, 정글, 꽃 등등 여러가지 테마를 잡은 방을 하나씩 감상했다.
벽에서부터 바닥까지 파도가 차오르는 영상과 함께 파도소리가 들리니까 진짜 바닷가에 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빛이 나기 때문에 몽환적이기도 했다.
홍학방도 예뻤다. 덜 움직여(?) 사진 찍기도 편했고. ㅋ
바닷속에 있는 양 물고기가 헤엄치는 곳도 좋았고, 자기가 직접 그린 물고기를 그려서 스캔해 보낼 수도 있었다. 밑그림은 이미 있고 채색만 하는 거였지만 말이다.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지나치게 복잡한 디자인은 반영 시 오류가 생길 수 있어 예측 범위 안에서 그림이 들어와야 했던 걸까. 조금 궁금했다.
난 해보지는 않았고, 아이들은 좋아하더라.
여수 풍경을 보여주는 방도 있었다. 바닥에서 돌고래 떼가 헤엄치는 곳이 좋았다. 여수 풍경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명화를 보여주는데, 에, 명화는;;; 굳이?;;;;;;;; 딱히 빛의 쇼로 보여준다고 해서 감흥이 오지는 않더라. 근데 심지어 길었음. ㅠ
전시회에 가면 구석구석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라 결국 주저앉아서 다 보긴 했음. ㅋㅋ
문득 쿠사마 야오이가 떠올랐다. 공황장애를 앓는 일본 설치미술가이다. 오래 전에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이 사람은 그림이며 조각에 물방울을 엄청 쓴다.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을 보며 막연하게나마 공황장애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야오이의 그린 그림은 거의 직사각형의 넓은 면을 아래로 놓고 전시하긴 했으나 어떤 방향으로 걸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그림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늘 근본적인 공간에 대한 인지가 잘 되지 않는 거다. 앞뒤 위아래 왼쪽오른쪽 모두 말이다.
설치 작품 중 거울을 이용한 거였나, 한 자리에 서 있는데 빛이 내 발밑과 머리위로 일정하게 무한한 느낌으로 뻗어가는 곳이 있었는데, 정말 내가 어디 서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무한한 공간의 한 점이 된 듯 방향감각이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는, 우주에서 미아가 되어 버린 듯한 공황이 찾아 왔었다. 스스로의 장애를 예술로 승화시킨 몇 안 되는 사람.
아르떼 뮤지엄이 준 경이감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아, 그림 그리고 싶다. 많이 그리고 싶다. 잘 그리고 싶다. ㅠㅠㅠㅠ
8. 스카이타워
시멘트 저장창고를 전망대로 리모델링 한 거라고. 보면 거대한 하프가 있다. 하프 연주 소리가 계속 들렀는데 실제 연주가가 실시간으로 연주하고 있는 거라고. 우와-
차 시간까지 애매하게 남았던 터라 들렀다. 풍경 실컷 봐서 큰 기대없이 올랐다가 좋은 시간을 보냈다.
6월에 다녀온 여행 기록을 8월 후반에 들어서서야 다 쓴다. ㅠ
매화 그림을 한 점씩 넣고 싶었지만, 이러다 영영 못 쓴다, 싶어서 마지막 날은 이렇게 마무리. (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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