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인이 한 달에 한 번 여행을 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게 내 여행에 대한 열망에 불을 지폈다.
늘 여행가고 싶다고 말만 하고 바빠서, 문득 돌아보니 시간이 훅 가 있어서 못 갔지.
무릎이 아직 말을 들어줄 때 가야 한다.
한창 때는 마라톤 풀 코스도 뛰었던 아버지가, 요즘은 걷는 것도 다소 불안정하다.
걸을 수 있을 때, 가자!
속초로 정한 건 여수 여행에서 약한 산행과 바다, 둘 다 있던 게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속초에는 바다도 있고, 설악산도 있더라. 좋았어!
가서야 알았지만 호수도 있고, 영월호, 숨막히게 아름다웠다.
2. 강변 동서울 터미널과 고속버스 터미널 중 어디가 좋을 것인가.
서울에서 속초는 강변 동서울 터미널역과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갈 수 있다.
당일에 정하지, 뭐, 했다가 큰일날 뻔했다.
프리랜서의 장점을 살려 평일에 가는 데다, 설마 표가 없겠어, 했는데, 없었다.;;;
느즈막히 출발해서 가는 지하철에서 표 예매하려는데, 헐, 고속버스터미널은 오후 5시 이전은 다 매진.;;;;
강변 동서울 터미널은 3시 29분과 4시가 각기 2~3자리 남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3시 29분은 삐끗하면 놓칠 각이라 4시 차 예매.
잘한 일이었다.
... 갈아탈 때 지하철 거꾸로 탐. 까르르-
3. 속초중앙재래시장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물품보관소에 내 돌돌이가 안 들어갔다! 뜨악;;;;;;
재래시장에도 물품보관소가 있다고 해서 돌돌이 끌고, 걸어서 10분 거리 재래시장으로.
그러나 이번에도 돌돌이가 들어가지 않았다! 약 3센티미터 차이로 안 들어감. 크아앙-
백팩이면 구기기라도 하지, 캐리어는 답이 없더라.
그래서, 돌돌이를 끌고 그 번잡한 시장을 구경.
그나마 평일이라 다행이었다. 주말이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후퇴했어야 할 각;
속초중앙재래시장은 술빵, 닭강정 등이 유명하다.
유명한 맛집에 큰 흥미가 없기도 하고;;; 술빵과 닭강정 둘 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부담스러웠다.
그럼 어쩌나;
먹자 골목을 두 번 왕복한 끝에 컵으로 파는 닭강정,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배추전을 각기 3천 원씩 낱개로 파는,
나같은 혼여에게 좋은 메뉴가 있어서 구입.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배추전을 하나씩 고르며 사장님에게 "감사합니다!" 했다.
저녁 시간이었고, 여기서 먹을거리를 장만하지 못하면 편의점 도시락/김밥 각이었다. ㅋㅋ
사장님 "제가 감사하죠!" 하며 환하게 웃으셨다.
이날이 10월 17일이었다.
이틀 전인 15일에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났다.
인명피해는 없어서 기사에 뜨지 않은 것 같지만, 없었으면 없었다고라도 해주지.
데이터 쪽만 기사화 되어서 마음이 좀 복잡했다.
다행히 17일에는 카카오택시가 정상화 되었다.
4. 숙소로 향했다.
네이버 앱으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검색해 보니, 버스로는 50분, 택시로는 20분, 택시비는 18000원 정도였다.
이 돌돌이를 끌고 버스를 기다리고, 흔들리는 버스에 시달리며 숙소까지 갈 자신이 없어서 택시를 불렀다.
기사님 : 여행 왔어요?
나 : 네!
기사님 : 그 근처에 친구집이 있어요?
나 : 아뇨, 숙소가 거기에요.
기사님 : 왜 거기에 잡았어요? 거기는 고성인데...
아, 한국지리에 무지한 인간이여 ㅋㅋㅋㅋㅋ
고성군은 속초시에서 북쪽이었다. 붙어 있긴 하지만 속초 시내와는 떨어진 곳이다.
에어비앤비에서 속초 숙소를 검색한 뒤, 전망이 예쁜 곳을 찍어서 예약했다.
관광하기에는 어디가 좋은지 따질 겨를도 없이, 마감에 쫓기며, 여행 정보 하나도 못 찾고,
국내여행인데, 가서 검색하지 뭐, 울라라 했던 것이다.
나 : (빵 터져서) 아, 제 숙소가 고성이군요. 그냥 거기 전망이 예뻐서...
너님이 카카오택시 부를 때 주소 복붙했습니다. ... 복붙만 하지 말고 주소 좀 읽읍시다. ㅋㅋ
기사님 : 동해 다 예쁘죠.
나 : 아, 그렇군요.
2차 빵 터짐. 속초에 바다가 있는 거야 알고 왔지. 아, 동해였어.
기사님 : 거기서 속초로 오는 버스 타려면 또 걸어야 하는데...
이때쯤 고성에 진입했고, 택시 창문으로 밤바다가 보이고 있었다.
나 : 괜찮아요. 저 서울 사람이에요. 바다만 봐도 좋아요. 바닷길 따라 걸으면 되죠!
기사님 : 여기서 설악산 가려면 버스 타고도 한참인데... 택시비는 3~4만원 나올 거예요. (부정확한 기억)
나 : 괜찮아요! 버스 타면 되고, 힘들면 택시 타고, 속초(고성입니다 ㅋㅋ)에 왔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힘들게 시간을 내 온 여행이었다. 뭐, 김에 고성도 좀 보면 되는 거 아이가. 까르르-
친절하신 기사님 덕분에 여러 유용한 정보를 얻고, 기분 좋게 인사하고 내렸다.
숙소는 사진에서 본 것과 같았다. 발코니도 있었다!
다만 여수 숙소처럼 발코니가 탁 트여있지는 않았다. 유리창과 모기장으로 막혀(?) 있었음.
물론 모르고 예약한 숙소는 아니었다. 여수 여행 때처럼 황홀한 숙소를 만나기는 힘들 듯.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업어오고, 전자렌지에 수수부꾸미/배추전/메밀전병 3종 세트를 돌렸다.
유리문을 살짝 여니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다.
게을게을한 인간이라 첫날은 도착한 게 전부였지만, 파도치는 소리를 들으며 맥주 마시고 있잖아. 뭘 더 바라랴. ^^
(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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