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진호로 출발했다.
천진호는 굳이 안 가도 된다. 네이버 지도에 호수 표기가 있기에 가본 것.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작은 호수로 산책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오랜만에 청개구리를 본 게 반가웠을 뿐.
초딩 때까지는 여름방학에 시골 가면 봤는데, 와, 진짜, 실물로 보는 건 30년은 넘은 건가?
모르지, 사이에 본 적 있는데 까먹었을 지도. ㅋㅋ
2. 봉포호와 경동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이때 쯤 다리 피로가 상당했다. 천진호가 딱히 아픈 다리 끌고갈 곳은 아니었던 터라 봉포호도 고민.
그래도 가보았다.
여기는 달랐다. 굉장히 예뻤고 외국인이 많이 보였고 처음 듣는 언어로 토론하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나중에 알았는데 경동대학교 글로벌 캠퍼스가 있는 곳이었다.
저 의자에 앉아서 아픈 다리를 두들기는데 말벌이 날아와서 식겁하고 도망쳤다. ㅋ
3. 광포호를 향해 걸었다.
그러다 봉포 유채꽃 단지라는 곳이 보였다. 그런데 어째서 코스모스 밖에 없죠? ㅋ
아픈 다리 끌고 한 시간 가량 걸었다. 광포호는 그냥 가까이서 볼 길은 없고, 레이크 오션이라는 펜션에 있는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볼 수 있었다. 바깥 길을 통해 바로 야외 테이블로 가졌다. 커피를 사 마셨어야 도리인데;;; 사진만 찍고 바로 나왔다.;;; 뜨끔;;;;;
발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더는 못걸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쩔 거야, 가야지. 아, 영랑호까지 걸어서 한 시간이네.
커피 안 마시면서 죽치면 쓰나. 가즈아.
걷는데 마을버스 정류장이 보였고 마침 영랑호에 가는 거였다. 개이득!
실수로 예정했던 역보다 두어 정거장 더 가서 내렸는데, 호수랑 바로 가까운 곳이었다. 냥이득은 덤. ^^
4. 영랑호
점심 이후 오후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영랑호였다. 무작정 여기까지 걸어오고, 천진호라는 곳에 들렀다 온 걸 새삼 후회하지는 않았다. 걷는 게 즐거웠고, 열심히 걸어갔는데 별 게 없네? 까르르- 즐거웠다. 청개구리도 만났잖아?
다만 너무 지쳐있었다는 게 아쉬웠다. 영랑호는 한 바퀴를 빙 돌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걷기 코스였는데 발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아팠다.
보통 오래 걸으면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지 발이 아픈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주말에 모처럼 하이힐을 신었던 게 회복이 되지 않아서 인 줄 알았다.
그 이유도 있었지만 결정타는 새로 산 신발이었다.
얼마 전에 러너스 클럽에 가서 발을 측정했다.
내 오른발이 평발이라며 아식스의 안정화 신발과 안정화 깔창을 추천해 줘서 샀다.
안정화는 발 안쪽이 단단해서 평발이라 아치가 거의 없는 사람의 아치 역할을 해주는 것.
단단한 안정화 신발에 단단한 안정화 깔창까지 꼈으니 발이 아플 밖에. ㅠㅠㅠㅠ
이 여행 이후 한달 반이 지났는데 아직도 발이 다 회복이 안 되었다. 크아아아아앙-
전문가에게 발 검사까지 받으며 산 신발이라 이번 여행 걷기 엄청 기대했었는데...
집에 돌아온 뒤 이전에 신던 운동화에 안정화 깔창을 깔았다. 아식스는 원래 깔창을 넣기로. 크흑-
저 붉은 단풍까지 가는 거야. 아픈 다리를 들고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설악산까지 갈 여유나 체력이 안 되는 분들은 영랑호에 들르길 추천한다. 호수를 따라 나무로 우거진 길을 걷는데 힐링되고 에너지 엄청 받았다.
이날이 10월 18일이었다. 한두 주 정도 지나면 영랑호 단풍 절정일 것 같았다.
계속 걷다보니 영랑호수윗길이라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길이 나왔다.
호수를 따라 그대로 한 바퀴 돌기에는 발의 통증이 심했다. 잠깐 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눈물을 머금고 다리에 올랐는데, 다리를 따라 호수를 가로지르는 것도 기분이 괜찮아 위안이 되어 주었다.
다리를 지나 건너편에서 본 단풍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 길을 못 걸었으면 진짜 많이 섭섭했을 거다.
나이가 들어서야 자연이 주는 힐링의 의미를 알았다. 어릴 때는 아파트 꼭대기층에 살고 싶었다. 그러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졌다. ... 마당있는 집에서 살게 된 지금, 엄청나게 부지런하지 않으면 마당이 폐허가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론. 관리 편한 집에서 살고 여행 다니는 게 짱이다. ...;;
5. 오늘의 마지막 일정, 청초호로 향했다.
청초호는 영랑호와 가깝다. 마지막이다, 움직여라, 발아! 열심히 걸었다.
직전에 영랑호를 봐서 그런지, 나무 한 그루 없이 시멘트 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 청초호가 삭막해 보였다.
그래도 저물녘이 되어 가며 노을이 깔리기 시작해 예쁜 사진을 하나 건졌다.
6. 저녁은 짬뽕을 먹었다.
이 아픈 다리를 끌고, 점 찍은 이자카야에 갔는데 오늘 휴일이거나 폐업했더라.;;;
네이버 지도가 지방은 정확하지가 않다는 게 문제.
도저히 더는 못 걸을 각이라, 문 닫은 가게 앞 의자에 앉아 가까운 중국집을 검색했다.
낙지한마리삼선짬뽕을 파는 곳이 보였다. 우와! 맛있겠다!
.... 그 메뉴 이제 안함. ㅠ
당분간 메뉴 대폭 축소라서 해물짬뽕만 있었다. 코로나 여파였지 싶다. ㅠ
어쩌겠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까르르- 웃으며 해물짬뽕을 시켜서 맛있게 잘 먹었다.
명란이 얹어져 있는 게 특이했다.
7. 청초호에 다시 갔다.
배 꺼뜨리려고 좀 걸었다. 청초호는 밤에 조명을 밝혀서 낮보다 화려하고 예뻤다.
도저히 더는 못 걷겠어서 확인을 못해봄. ㅋㅋ
숙소까지는 택시를 탔지 싶다.
이날 숙소에서 메일을 보낸다거나 하는 일을 조금 해야 했다.
정식 계약을 하지 않았을 때에도 나는 내 작업물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이제는 계약을 하고 마감에 맞춰야 하는 일정들이 바쁘게 줄을 선다.
심지어 여행에 와서도 업무 전화를 받고, 메일에 답을 해줘야 한다.
기쁘다. *^///^*
8. 스파
숙소에 스파 욕조가 있었다. 입욕제는 만 원이었는데, 종이컵에 따라주더라.
아마도 물값이 포함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종이컵에 좀 따라주면서 만 원 내자니 약간 기분이 묘했다.
원래 이러나?
스파 욕조 처음 써보는 인간. ㅋㅋ
사장님이 많이 줬다고, 다 넣으면 거품 넘칠 수 있다고 다소 예민한 톤으로 이야기했다.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물었는데 그건 정확히 이야기를 안하심. 그냥 많이 줬다는 말만 반복.
반 정도 넣었는데 거품은 잘 안났다.
이거저거 버튼 눌러봤는데 조명도 켜지더라고.
지금은 욕조에서 일어나기 너무 귀찮고 힘들어서 안 되겠고, 내일은 불 끄고 해야지.
둑은둑은!
피곤한 몸을 뜨거운 욕조에 뉘이고 부글부글 물 마사지를 받으니 피로가 많이 풀렸다.
다만 발 피로는 스파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었다. ㅋㅋㅋ (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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