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날은 고성을 보기로 했다.
어제와는 반대로, 북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지도에서 방파제가 보였는데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
2. 능파대
능파대는 화강암이 풍화에 의해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 장소? 바위?를 뜻하는 것 같았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원으로 뚫린 바위 등 독특한 바위들이 있었는데 난 못 보고 지나쳤다. 갸갹;;;
3. 문암해변
4. 백도해수욕장
일 걸, 아마;;; 동해 해변은 모래사장으로 비슷비슷해서 사진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문암해변을 지나 북쪽으로 가면 백도해수욕장이 나온다. 늦가을이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뉘집 댕댕이가 남긴 발자국만 찍혀 있었다.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다 블로그 사진 등에서 본 소라, 문어, 가리비 조형물이 보였지만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계속 걷다 보니 화물차량이 드나들었다. 큰 차들이라 나는 나대로 부담스러웠고, 운전기사 분들은 인적 없는 곳에 나타난 나 때문에 조심하셔야 하는 듯해서;; 해변을 피해 인가 쪽으로 왔다.
5. 고성 문암리 유적지
신석기 시대 유물이 나온 곳이라고. 그래서 비워놓은 듯. 이 주변은 다 작은 밭들이었다.
6. 바다끝커피향, 카페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 샌드위치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품절이라고. 점심 시간이었고 늦잠 자서 아침도 건너뛴 지라 배가 고팠다. 그러나 있는 건 케이크 뿐. ... 케이크는 디저트지 밥이 아니잖아. ㅠ
슬퍼하는 내게 사장님이 수제 호박죽이 있다고 하셨다. 소자와 중자가 있어서 소자 시킴. ... 양을 물어볼 걸. ㅋㅋㅋㅋ
소자는 푸딩 그릇 같은 작은 그릇에 나왔다.;;;
소자 시켜서 양은 적었지만 담백하면서 맛있었다. 정성이 들어간 맛이다. 와앙- ^^
간단하게 먹을 만한 메뉴가 없어서, 배는 덜 찼지만, 에헤라 일어섰다.
여행이란 예측불가능한 상황들이 속출하는 법. ^^
7. 고성 어명기 고택으로 출동!
바다끝 커피향에서 고성 어명기 고택까지 걸어서 51분이었다. 갈 수 있다, 힘내자!
가는 길에 삼포해수욕장을 지났다.
애기 소나무들이 일정하게 심겨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나면 바닷바람을 막는 의젓한 소나무로 자라 있겠지.
걷다가 새들이 대형을 바꾸는 모습도 보았다. V자 대형이었는데 몇 아이들이 순서를 바꿨다. 와...
더 강한 아이와 더 약한 아이가 위치를 바꾼 게 아닐까?
새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인데, 서울 사람인 내게는 몹시도 경이롭게 보였다.
전날, 도로에서 풀뽑는 분들을 보았다. 풀을 뽑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사진으로 보기보다 걷기 굉장히 힘들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걸을만 했는데 갈수록, 정글이 되어감.
분명 인도인데 오가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 관리가 되지 않았고 꽃과 나무들이 몸집을 불린 것이다.;;;
막판에는 꽃들에 벌들이 모여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벌들아, 해치지 않아. 나 얌전히 지나만 갈 거야. 그러니까 쏘지 말자? 너희도 벌침 하나뿐이잖니. ㅠ
스슥 건넜고 다행히 아무도 날 쏘지 않았다. 크앙-
길이 잘 닦여 있었고 나무들이 자랐다. 가을 햇볕은 따뜻했고 나무가 그늘까지 만들어 주었다. 걷는 내내 몹시 행복했다. 좋은 기억을 안겨주었다.
가는 길에 있는 집은 모두 1층 집들로 한옥과 양옥이 섞인 모습이었다. 빌라가 하나도 없이, 마당이 있는 단층 집으로만 이어진 길이 이어졌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 부지런한 분들은 마당마다 꽃을 피웠다. 실례일 듯해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어르신 두 분이 도리깨로 수수(?)를 터는 모습이 보였다. 깻잎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박물관에서나 본 것 같은데;; 아직 쓰이는구나;;; 지나가며 보기에는 평화롭고 한가한 풍경이지만, 터는 분들은 엄청 힘들 일;;;;
채소도 키워서 깻잎 향이 솔솔 풍겼고, 작은 대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1500년대 지어진 전통 가옥. 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유적지이다. 역사나 전통 건축에 큰 감흥이 없는 사람이면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다. 다만 오는 길이 몹시 예뻤다.
8. 송지호 막국수
고성 어명기 고택에서 송지호 막국수까지는 걸어서 30분이었다. 힘내는 거야!
올 때와 다른 길을 걸어서, 꽃과 벌이 점령한 길로 가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붉게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로 눈과 폐를 호강시켰다.
막국수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한 곳이 몇 있었다. 그냥 찍어서 간 곳인데 입구에 1박 2일 사진이 붙어 있었다.
김종민님을 좋아해서 1박 2일 즐겨봄. 김종민님이 다녀간 곳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짐. ^^
회막국수를 시켰다. 이럴수가. ㅠ 아무것도 넣지 않았을 때가 제일 맛있었다.;;; 식초와 설탕 비율을 잘 못 맞춘 듯.
사실 막국수 맛 모르겠다. 여행 다니며 몇 번 먹어봤는데, 나는 비빔냉면 체질인 걸로;;;
9. 송지호
막국수 가게 이름이 송지호인 건 가까이에 송지호라는 호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네이버 지도를 보고 가다가 거대한 삽질을 했으니 고속도로에 들어선 것이다!
한참 가서야 알았다. 돌아오는데 겁내 무서웠다. ㅠ
운전자들도 당황하셨을 듯. 고속도로 갓길로 사람이 걷고 있어;;;;;
죄송합니다. (__)
겨우 인도로 들어섬. 나무 계단에 잠시 앉아 쉬는데, 코트에 세 갈고리 모양의 나뭇가지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아까 벌들이 있던 곳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엉킨 아이들인 듯. 열심히 떼어냄.;
다행히 옷은 멀쩡했다. 크흑-
송지호는 갈대와 물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었다. 고즈넉해서 걷기도 좋았다. 나 혼자라 마스크 내리고 물내음과 가을 공기를 마음껏 흡입했다.
가다가 송지호에 대한 설명이 적힌 팻말을 보았다. 석호고 담수와 염수가 섞여 있다고.
여기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반납 시간이 6시인가? 그랬는데 이때가 5시 20분? 30분? 정도였던 걸로 기억.
발이 아파 죽을 것 같아서, 자전거 타고 슝 돌아보려 했는데, 아뿔싸, 성인용은 다 대여되고 아동용 밖에 없었다. 갸갸갹;;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납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봤으니까. 괜찮았다.
여행은 다 괜찮다. ^^
3층이 더 많이 보이는데 유리로 막혀 있었고, 2층은 유리가 없었다. 이건 2층에서 찍은 사진인 듯.
전망대를 나와서 또 꾸역꾸역 걸었다. 나무 사이로 호수가 보이는 모습이 몹시 아름다웠다. 여행은 진리다.
늘 그러듯 겨우겨우 마감 때리고 검색도 제대로 해보지 않/못하고 무작정 온 여행에서 만난 온화한 풍경.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시간 내서 자주 여행 다니리라 다짐하게 되는 계기.
영랑호처럼 호수를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길이 조성된 건 아니었다. 길을 걷다 보면 다시 나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보이던 영랑호와 달리 나 혼자서 걸었다. ... 성인용 자전거 빌린 분들 다 어디 계시죠?;;
서울은 어디든 사람으로 북적인다. 나 또한 누군가를 치이게 하는 인파 중 하나다. 집으로 오는 길, 주택가는 또 너무 한산하다. 집 근처에서 당황스럽거나 무서운 일을 겪은 적도 있다.
송지호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충만한 고독 속에 잠기게 해주었다.
10. 왕곡마을
송지호 호수 가까이에 왕곡 마을이 있었다. 걸어서는 몇 십 분 거리였지만;;;;
여기도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다.
마을인지, 관광지인지 아리송했다.
이런저런 체험 안내판이 보이는 걸 보면 관광지 같기도 했고,
관광지라고 생각하기에는 실제 사람이 사는 곳 같았다.;;
일단 마을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들 논밭으로 일하러 가셨던 걸까;;;
마을은 몹시 아름다웠지만 막 사진 찍으며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몇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멀리서 봤는데 관광객 같았다.
영화 '동주'의 촬영지이기도 하다고.
영화 촬영을 통해 알려지며,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관광상품도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전통 가옥 너머 노랗게 물든 산이 어우러졌다. 우리나라 가옥은 자연과 어우러진다는 걸 여기 와서 실감한 것 같다.
경복궁 일대에도 한옥촌이 있지만 거긴 도심지니까.
11. 돌아갈 때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 같다. 나무 기둥이 흰색인 특이한 나무. 넋놓고 봤다.
슬슬 발이 죽을 것처럼 아파왔다. 그만 숙소로 돌아갈 때였다. 가자, 문명 세계로!
네이버 지도에서 택시를 탈만한 곳을 찍어 전진했다.
송지호 부근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고, 택시를 불렀다. 3번 연속 취소당함. ㅠ
그러다 개인 택시가 지나가기에 잡았다.
연세가 있는 분이라 네비는 쓸 줄 모르지만 다행히 숙소 이름을 듣자 바로 알았다.
고성에 모르는 곳이 없다고 하심. ㅋㅋ
12. 숙소에서 언짢은 일이 있었다.
어제 이미 무리한 발을 혹사시키며, 돌아가서 스파로 피로를 풀 꿈에 부풀어 있었다.
불을 끄고 스파 조명을 켜야지, 등등 뭉게구름처럼 마음이 부풀었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문제가 생긴 것.
내 실수라 면전에서 숙소 사장님에게 거듭 사과했다. 잠시 후 프론트로 간 사장님이 다시 전화.
이제 잘 된다고 말하자 또 버럭 화를 냈다.
........ 얼마나 사과해야 하는 거지? 엎드려 절이라도 해?
순간 나도 정색해버렸다.
여기 펜션이다. 전문적으로 영업하는 곳이다.
그런데 에어비앤비에 올라있다는 이유로 온사방에 투숙객에 대한 갖은 요구사항이 적혀 있다.
이렇게 해라, 저건 하지 말라, 기타등등.
예약할 때 안내 문자에서도 "~하면 환불없이 퇴실."이라는 게 몇 개나 보였고,
문제가 발생해도 가급적 짜증내지 말아달라는 말까지 쓰여 있었다.
내 쪽에서도 혼자 여행온 입장에서 특히 당황스럽달지, 무섭달지, 하는 상황이 있었다.
해당 사항을 문의하고 답변 들을 때 나는 예의를 갖췄고, 설명을 듣고 받아들였다.
게스트는 호스트의 실수를 이해해줘야 하고,
호스트는 게스트의 실수에, 그만큼 사과했는데도, 재차 버럭질해도 되는 건가?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한 번쯤은 언짢은 경험을 하기 마련이다.
식당은 나온 뒤 잊어버리면 되는데, 여기서 하루 더 자야 한다는 게 날 더 우울하게 했다.
스파를 하면서도 심란해서 집중이 되질 않았다.
스파 총 세 번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거품이 제일 예쁘게 나왔었다는 거. ...
싱숭생숭해져 그만 과음해버렸다.
나중에 이 일화를 들은 육아하는 지인이 과음 부분에서 부러워해서 그만 빵 터졌다.
육아하는 입장에서는 스트레스 받는 일 생긴다고 과음 못하니까. ㅋ (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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